[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모두가 안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부진하다는 것을.

부진하다고 비난을 하는 것은 쉽다. 특히 전에 잘했던 선수가 못하면 원래 못하던 선수가 못하던 것보다 더 비난을 많이 받는 법이다. 하지만 비난은 하더라도 어떻게 부진한지는 알아야한다. 그래야 충고도 건넬 수 있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하는지 합리적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는 ‘어떻게 부진한가’가 아닌 ‘왜 부진하고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겠지만 그건 본인도 쉽게 알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일단 어떻게 부진한지를 알아야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가 선행된다.

ⓒAFPBBNews = News1
▶박병호, 5월 16일까지는 최고였다

기억하는가. 시즌 초반 한국을 넘어 메이저리그는 박병호에 열광했다. 그시기가 바로 31경기째를 했던 5월 16일까지였다. 5월 16일까지 박병호는 홈런 9개를 고작 31경기에 몰아쳤고 장타율은 6할에 달했다(0.581). 그러나 17일부터 현재까지 26경기에서 박병호는 3홈런에 그쳤고 장타율은 2할8푼7리에 불과하다.

5월 16일까지 개막 후 31경기 : 타율 0.257 출루율 0.342 장타율 0.581 9홈런 15타점 37삼진
5월 17일부터 현재까지 26경기 : 타율 0.149 출루율 0.229 장타율 0.287 3홈런 8타점 33삼진

결국 부진의 시발점은 5월 17일부터였고 이때부터 박병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와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박병호의 현재, 맞추는걸 힘들어한다

야구에서 홈런이든 안타든 뭐든 기록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공을 방망이에 갖다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가장 기본적인 이 행위에서 힘겨워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현재 박병호는 규정타석을 채운 171명의 선수 중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배트에 맞추는(Z-Contact%) 비율이 메이저리그 뒤에서 4위(168위) 수준인 75.5%를 보이고 있다. 1위 마틴 프라도가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97.7% 맞춰내는 비율에 비하면 얼마나 낮은지 체감이 된다.

물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잘 못 쳐도 한방 칠때 잘 치면 된다. 하지만 박병호는 헛스윙 비율이 14.5%로 메이저리그 뒤에서 16위 수준이다. 게다가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존이든 아니든 갖다 맞추는 비율 역시 뒤에서 7위 수준(68.2%)이다.

즉 박병호는 현재 기본적으로 방망이를 공에 갖다 맞추는 능력에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물론 거포들이 일반적으로 교타자에 비해 공을 맞추는 것을 힘들어하긴 하지만 현재의 박병호는 구종을 떠나 공 자체를 맞춰내기 쉽지 않아 한다. 자신이 방망이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방망이가 맞질 않는 것이다.

▶약한 패스트볼 공략, 그보다 더 심각한 체인지업 공략

박병호하면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이 ‘패스트볼, 강속구에 약하다’라는 것이다. 맞다. 실제로 박병호는 패스트볼을 상대로 고작 1할6푼의 타율에 장타율은 3할2푼에 불과하다.

특히 강속구로 여겨지는 95마일 이상의 공을 총 94번 상대했지만 고작 5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가뜩이나 일반 패스트볼 상대로 1할6푼의 타율도 낮은데 95마일 이상의 공에는 5푼3리라는 점은 얼마나 박병호가 강속구에 약한지를 보여준다.

ⓒAFPBBNews = News1
하지만 패스트볼, 강속구에 가려 더 큰 문제점이 간과되고 있다. 바로 오프 스피드(Off-Speed) 공으로 분류되는 체인지업이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지는 이 공에 박병호는 1할4푼3리의 타율에 장타율은 2할3푼8리에 불과하다.

패스트볼 상대 : 타율 0.160 장타율 0.320
체인지업 상대 : 타율 0.143 장타율 0.238

특히 변곡점이 생긴 5월 17일 이후로 체인지업을 상대로 기록한 타구 스피드는 4월 90.5마일, 5월 86.5마일에서 무려 6월 58마일로 뚝 떨어졌다. 체인지업을 상대로 변곡점이 생긴 날부터 전혀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체인지업 상대 성적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실투공략은 잘하는 박병호,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

그래도 박병호는 실투만큼은 타격 부진의 상황에서도 놓치진 않는다. 실제로 부진한 기간 동안 때려낸 홈런 3방은 모두 가운데로 몰리거나 변화구가 밋밋하게 꺾이지 않은 실투였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박병호의 스트라이크존 핫콜드존을 살펴보면 9등분을 했을때 실투인 정중앙 공에 대해 4할의 타율과 중앙 아래에 대해서 4할1푼2리의 타율로 뛰어나다. 하지만 이외에 바깥쪽 높은공, 낮은공, 몸쪽 낮은공 등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한다. 모든 타자들이 잘치는 정중앙은 잘치지만 모두가 힘들어하는 코스에 대해서는 더 고전하고 있는 것.

현재 박병호는 몸쪽 높은공을 일명 ‘티라노 타법’을 통해 5할의 높은 타율로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정중앙과 아래를 제외하곤 모든 코스의 공에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더 낮게 떨어지는 공들에 대해 23타수 1안타로 완전히 무너졌다.

박병호의 핫&콜드존. 브룩스 베이스볼
이부분에 대한 개선과 함께 실투말고 자신이 특별히 잘 공략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실투를 잘 치는 것은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박병호는 충분히 실투에 대해서는 위협적인 타자지만 그 외에 떨어지는 공, 패스트볼, 스트라이크존 구석 공략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네소타의 폴 몰리터 감독은 EPSN과의 인터뷰에서 “박병호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박병호를 지켜보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찾긴 어렵지만 그는 자신의 배트 포지션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풋워크나 레그킥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박병호 역시 이 매체를 통해 “구단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 내가 듣고 겪은 것들을 실전에 활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나아진 상황을 기대케 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가장 선행되야할 것은 문제 인식이다. 이제 인식이 이뤄졌다면 반격이 필요하다.

기록 출처 : 팬그래프, 베이스볼 서번트, 브룩스 베이스볼, 베이스볼 레퍼런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