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출전을 보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다. 4할이 넘는 타율에도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 이에 국내에서는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 이후 보복을 하고 있다’, ‘동양인 차별이다’ 등과 같은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말 김현수는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일단 차별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김현수의 팀내 위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김현수는 팀내 제5의 외야수다. 일반적으로 야구팀은 25인 로스터를 기준으로 12~13명의 타자를 넣는다. 포지션당 8명의 선발과 함께 지명타자(내셔널리그의 경우 제1대타요원)까지 9명이 들어가면 남은 자리는 3~4자리 뿐이다.

여기서 백업 포수 1명, 백업 내야 1~2명, 백업 외야 1~2명 정도를 둔다. 볼티모어의 경우 13명의 타자에 백업 포수 1명, 백업 내야 1명, 백업 외야 2명을 두고 있다. 여기서 김현수는 ‘제5외야수’이자 타자 13명 중 13번째의 입지다. 이는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입지는 물론 실제 출전 기회(10경기 30타석 - 타자 중 최하위)를 통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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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현수가 차별을 받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팀의 타자 로스터 최하위급 타자이면서 다섯 번째(내야가 많은 경우 네 번째) 외야수와 비교해야한다. 그렇다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제외한 나머지 메이저리그 29개팀 모두의 로스터를 분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볼티모어와 비슷한 성적(16일까지 20승 이상의 팀)을 내고 있는 수준의 팀으로 한정했다. 그래도 무려 볼티모어를 빼고도 11개 팀이나 된다. 모든 기록은 16일까지의 성적을 기반으로 했다.

▶출전 경기, 타석수 비교

보스턴 레드삭스 : 크리스 영 - 24경기 52타석
워싱턴 내셔널스 : 크리스 하이지 - 21경기 39타석
필라델피아 : 데이빗 로우 - 19경기 58타석
메츠 : 알레한드로 데 아자 - 24경기 44타석
마이애미 : 스즈키 이치로 - 27경기 50타석
화이트삭스 : 제리 샌즈 - 15경기 41타석
시카고 컵스 : 맷 시저(부상) - 21경기 34타석
텍사스레인저스 : 라이언루아 - 19경기 65타석
시애틀 매리너스 : 구티에레즈 - 22경기 58타석
샌프란스시코 : 그레고어 블랑코-29경기 74타석
LA 다저스 : 칼 크로포드 - 17경기 50타석

볼티모어 오리올스 : 김현수 - 10경기 30타석

20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팀의 타자 중 가장 뒷순번이면서 외야수인 11명의 선수 중 김현수는 출전 경기가 가장 적다. 그나마 김현수와 가장 비슷한 출전 기회를 얻은 것은 시카고 컵스의 외야 유망주 맷 시저. 김현수보다 11경기나 더 나갔지만 타석은 고작 4차례밖에 많지 않다. 주로 대타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저의 이 기록은 5월3일까지의 기록이며 현재는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지난 2주일간의 출전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김현수와 비슷한 것이다. 출전 경기수와 타석수를 볼 때 확실히 김현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비교

보스턴 레드삭스 : 크리스 영 - 타율 0.255 OPS 0.731
워싱턴 내셔널스 : 크리스 하이지 - 타율 0.257 OPS 0.990
필라델피아 : 데이빗 로우 - 타율 0.245 OPS 0.692
메츠 : 알레한드로 데 아자 - 타율 0.171 OPS 0.496
마이애미 : 스즈키 이치로 - 타율 0.295 OPS 0.708
화이트삭스 : 제리 샌즈 - 타율 0.237 OPS 0.608
시카고 컵스 : 맷 시저(부상) - 타율 0.367 OPS 1.041
텍사스레인저스 : 라이언루아 - 타율 0.283 OPS 0.772
시애틀 매리너스 : 구티에레즈 -타율 0.188 OPS 0.602
샌프란스시코 : 그레고 블랑코- 타율 0.243 OPS 0.641
LA 다저스 : 칼 크로포드 - 타율 0.196 OPS 0.523

볼티모어 오리올스 : 김현수 - 타율 0.407 OPS 0.911

적은 기회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좀 더 출전 기회가 많아져야 하는 것이 정석. 김현수는 20승 이상 팀의 최하위 입지의 타자 중 가장 좋은 타율에 두 번째로 좋은 OPS를 보였음에도 역시 가장 적은 출전 기회만 부여받고 있다. 워낙 적은 표본이어서 신뢰하기 힘든 성적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록으로는 김현수가 상당히 좋지만 이상하리만큼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왼쪽부터 칼 크로포드, 김현수, 최지만. ⓒAFPBBNews = News1
▶크로포드-최지만의 사이에 선 김현수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김현수와 가장 입지가 비슷한 두 선수가 있다. LA다저스 칼 크로포드와 LA에인절스에서 뛰었던 최지만이다. 일단 칼 크로포드는 올해 연봉 21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초고액 연봉자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LA다저스는 이런 초고액 연봉자를 마이너리그에 둘 수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두고 있다.

볼티모어도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었기에 메이저리그에 잔류시키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입지는 크로포드와 김현수가 비슷하다.

그리고 최지만도 김현수와 입지가 비슷했다. 최지만은 좌익수와 1루수 요원이었다. 14경기에서 24타석의 기회밖에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지만은 룰5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한 특이한 경우였고 유망주였기에 키워보려다 성적이 워낙 나쁘자(24타석 1안타)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냈다.

따라서 김현수는 크로포드와 비슷한 입지이지만 현재 훨씬 나은 성적(김현수 타율 0.400 크로포드 0.196)으로 주전 경쟁에 도전하고 있고, 최지만처럼 팀내 최하위 순번이었지만 최지만보다는 뛰어난 성적 덕에 눈치 안보고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볼티모어의 속사정이 있나?

현재까지 살펴본 통계만 보면 김현수는 타팀 최하위 순번 입지 타자들에 비해 더 잘하고 있음에도 더 적은 출전 기회를 받고 있는 것이 증명된다. 물론 20승 이상을 거둔 상위권 팀 11팀만 비교했을 때의 얘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난하긴 힘들다. 볼티모어의 사정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로밖에 활용할 수 없는데 주전 좌익수 조이 리카드는 2할7푼의 타율과 준수한 수비력으로 지속적으로 선방해주고 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타팀들은 제4의 외야수 정도까지 있는데 볼티모어는 외야수 5명을 두면서 김현수 앞에 있는 제4의 외야수인 놀란 레이몬드가 3할4푼의 타율에 OPS가 9할6푼9리에 달할 정도로 나올 때마다 김현수보다 더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팀이었다면 김현수는 팀내 최하위 순번의 타자라도 볼티모어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얻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앞서 본 다른팀 최하순번 타자들의 출전기회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다소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출전 기회가 상당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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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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