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상하다. 분명 홈런도 터뜨리고 나올 때마다 멀티히트도 때려내는데 팀에서는 쓰질 않는다. 경기에 나오는 것이 화젯거리며 나오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두 선수가 있다. 바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다.

이대호와 김현수는 26일(이하 한국시각) 소속팀의 경기에 모두 벤치만 지켰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2로 이겼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탬파베이 레이스에 0-2로 패했다.

이대호는 2일째 연속 결장이며 9일간 단 한번 출장이다. 김현수 역시 2일째 연속 결장이며 11일간 단 한 번의 출전 기회만 받았다. 그러나 이대호는 단 17번의 타석에 홈런 2개(끝내기 홈런 포함)에 팀 내 장타율 1위다. 김현수는 4경기 출전이지만 타율이 5할이다. 나오면 잘하는데 감독들은 무슨 이유로 이대호와 김현수를 쓰지 않을까? 여러 가지 복합적 내막을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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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 아까운 린드의 존재…지명타자 경쟁도 치열

1루 경쟁자 - 이대호는 경쟁자 애덤 린드의 존재가 가장 크다. 물론 린드는 26일까지 굉장히 부진하다(17경기 54타수 타율 0.241 출루율 0.250 장타율 0.278 0홈런 2타점). 이 정도면 우투수가 나설 때도 이대호를 활용해볼 법도 하다(10경기 17타수 타율 0.235 출루율 0.316 장타율 0.588 2홈런 3타점). 하지만 시애틀의 스캇 서비스 감독은 도리어 좌투수가 나올 때도 린드를 활용하는 등 더 린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린드를 이렇게나 밀어주는 걸까.

결국 ‘돈’의 문제이며 투자 대비 본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애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린드를 데려오기 위해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3명의 유망주를 주는 1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보낸 유망주는 카를로스 에레라(19), 다니엘 미사키(20), 프레디 페랄타(20)로 모두 트레이드 당시 20세도 되지 않았던 풋풋한 신인들이었다. 장래성을 떠나 세 명의 유망주나 내준 것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또한 린드는 올 시즌 연봉이 800만달러다. 반면 이대호는 아무런 대가없이 데려왔으며 기본 연봉 100만달러에 인센티브를 아무리 많이 줘도 추가로 300만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즉 린드는 유망주 셋이나 주고 800만달러나 줘야하는 선수고, 이대호는 대가없이 기본 100만달러에 많이 줘도 린드 연봉의 반만 주면 된다. 영입한 가치로 보면 이대호가 효율적이지만 실제 활용은 아무래도 많이 투자한 린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의 문제도 있지만 그동안 린드가 메이저리그 11년을 뛰면서 보여준 모습(통산 166홈런, 2009시즌 35홈런)에 대한 신뢰가 이대호가 보여준 한국과 일본에서의 모습에 대한 신뢰보다 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작용한다. 아직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주전 1루수를 교체하기보다 조금 더 린드에게 신뢰를 주면서 살아나길 기다리는 것이 긴 시즌을 운영하는 데는 더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명타자 경쟁 구도- 그렇다면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라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역시 쉽지 않다. 현재 지명타자로 번갈아 나오는 넬슨 크루즈와 세스 스미스의 타격감이 뜨겁기 때문.

넬슨 크루즈는 ‘언터처블’ 타자(2년간 88홈런)이며 올 시즌도 변함없이 통산 기록보다 더 뛰어난 타격감(통산 타율 0.273 출루율 0.335 장타율 0.510, 올 시즌 타율 0.274 출루율 0.357 장타율 0.521)을 이어가고 있다.

크루즈와 함께 지명타자를 딱 절반을 나눠 나오고 있는 세스 스미스도 2할8푼6리의 타율에 4할1푼5리의 높은 출루율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지명타자는 이 두선수가 번갈아 나오는데(크루즈 9경기, 크루즈 8경기) 두 선수 모두 타격에서는 만점활약이니 이대호가 낄 자리가 없다.

시애틀의 현재 성적 - 현재 시애틀의 성적이 무난하다는 점도 팀에서 큰 변화를 줄 이유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애틀은 26일까지 10승9패로 간신히 5할성적을 넘기고 있지만 지구 내 다른 팀이 부진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1위이긴 하지만 그래도 1위이니 굳이 큰 변화를 줘야할 이유가 없다.

결국 린드의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이대호가 계속해서 좌투수가 나올 때 한정된 기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길밖에 없다. 시애틀이 린드에 대한 신뢰를 언제 접느냐가 이대호의 상황이 더 나아질지 혹은 유지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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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 뜨거운 경쟁자… 막막한 상황

좌익수 경쟁 구도- 이대호는 현재 린드가 못하고 있기에 희망이라도 있지 김현수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 일단 볼티모어 외야는 주전 좌익수 조이 리카드-중견수 애덤 존스-우익수 마크 트럼보에 제 4외야수 놀란 레이몰드, 제 5외야수 김현수까지 총 5명으로 이뤄져있다.

팀내 대우와 성적 등을 종합하면 현재 입지는 존스-트럼보-리카드-레이몰드-김현수 순이다. 존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견수 중 한명. 볼티모어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메이저리그 전체 중견수 중 홈런 1위(146홈런, 2위 마이크 트라웃 139홈런)라는 것만으로 그 위엄이 드러난다. 현재 타율 2할8리의 저조한 타격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 누구도 존스가 여기서 무너질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트럼보는 올 시즌 완전히 우익수로 돌아섰고 현재 볼티모어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타율 0.366 출루율 0.408 장타율 0.642)을 뽐내고 있다. 결국 외야에서 김현수가 낄 수 있는 자리는 좌익수뿐이며 그곳이 김현수의 원초적 포지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룰5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조이 리카드가 2할8푼9리의 괜찮은 타율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비력에서 중견수까지 소화할 정도로 빠르고 범위가 넓다. 거기에 4번째 외야수인 레이몰드도 22타수의 기회 속에 3할1푼8리의 타율에 장타율이 7할을 넘기며 맹활약 중이다.

결국 외야에는 현재의 김현수가 끼기에는 너무나도 치열하며 뜨겁다.

김현수 본인의 문제 - 김현수는 현재까지 세 경기에 선발 출전해 두 번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하지만 한 번의 멀티히트는 모두 내야안타였고, 24일 나온 멀티히트 중 하나도 1루 강습타구였다. 즉 타구의 질에서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고 조금 더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단순 5할 타율이라는 성적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한국에서의 수비력은 레이몰드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막상 대수비 요원으로도 활용되지 않는 현실은 수비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주자로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자신의 타격 외의 능력을 좀 더 어필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보여줄 기회조차 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볼티모어의 성적 - 볼티모어의 성적도 딱히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11승 7패 승률 0.611)로 너무 잘나간다.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볼티모어 구단 입장에서는 지구 1위의 팀을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결국 김현수는 지나치게 경쟁자 구도가 초반 너무 뜨거운데다 팀도 잘나가고 있어 출전 기회가 너무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카드나 레이몰드가 계속해서 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리카드는 최근 4경기 16타석에서 고작 1안타에 그치며 뜨거운 방망이가 식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몰드는 애초에는 김현수의 진지한 경쟁자도 아니었다.

기다려야한다. 비정상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경쟁자들 앞에서 ‘소나기 내릴 때 쉬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할 김현수다. 물론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폭발적 행보를 보여줘야만 ‘25인 로스터 중 25번째 선수’의 현재 입지가 나아질 김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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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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