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또 쳤다. 그런데 겨우 2안타 밖에 못 쳤다. 그런데도 걱정없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때려낸 2개의 안타의 '질'에서 희망이 보인다.

추신수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사구 1개를 기록했다. 타율은 1할6푼7리가 됐다.

시즌 2호째 안타였다. 4경기에 17타석 12타수에도 고작 2안타인 것이다. 1할6푼7리의 타율로 알 수 있듯 결코 좋지 않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걱정 없고, 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안타를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쳤는지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안타질’을 분석해본다.

ⓒAFPBBNews = News1
▶추신수 시즌 첫 안타 : 7일 시애틀전

추신수의 첫 안타는 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터졌다. 선발 웨이드 마일리와의 6회말 첫 타석 승부 때 초구를 받아쳐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웨이드 마일리는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수준급 좌완 선발이다. 지난 4시즌간 연평균 11승을 하며 2012년에는 올스타에 신인왕 투표 2위까지 한 바 있다. 결코 호락호락한 좌투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우익수 방면으로 수비 시프트가 들어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이날 역시 수비 시프트는 들어갔고 좌투수에 약한 추신수 입장에서는 안타를 뽑아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추신수는 89마일짜리 높은 패스트볼을 잡아 당겼다(사진1). 상단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치우친 공을 잡아당겼으니 타구에 힘은 부족할 터. 하지만 추신수는 힘으로 시프트를 뚫어냈다.

사진1. 추신수의 7일 시애틀전 첫 안타. MLB.com 게임데이
▶추신수 시즌 2호 안타 : 8일 LA에인절스전

이날 안타도 전날과 비슷했다. 상대 선발은 헥터 산티아고. 2012년부터 4년간 평균자책점을 3점대 중반을 유지한 데다, 지난해 180이닝을 던졌음에도 9승에 그쳤지만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물 오른 투수다.

산티아고는 추신수가 6회 타석에 들어서자 곧바로 수비 시프트의 도움을 받게 된다. 1,3회에는 추신수를 상대로 싱커 위주의 공을 구사하며 모두 아웃을 잡아내 재미를 봤다. 하지만 똑같은 패턴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6회에는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했고 추신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초구가 다소 높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며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자 2구 역시 슬라이더를 던진 산티아고였다. 하지만 추신수는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잘 참아내며 1스트라이크 1볼이 됐다. 이때 3번째 공이 타자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데다 코스도 워낙 좋았기에 결코 쉽지 않았지만 추신수는 그대로 잡아당겼다(사진2).

수비 시프트가 촘촘히 되어있었지만 그 수비 시프트를 완벽히 뚫어낸 호쾌하면서도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안타였다.

사진2. 추신수의 8일 LAA전 안타. MLB.com 게임데이
▶‘좌상바’ 추신수, 좌투수+시프트를 모두 뚫어내다

추신수에겐 미안하지만 갈수록 추신수는 ‘좌상바(좌완 상대 바보)’가 되고 있다. 통산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자로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3-4-5 슬래시라인을 유지 중이다(타율 0.300 출루율 0.403 장타율 0.504). 하지만 통산 좌투수를 상대로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한참 아래의 타자 수준이다(타율 0.241 출루율 0.337 장타율 0.347).

게다가 최근 3년간은 좌투수를 상대로 2할3푼의 타율에 그쳤고 출루율(0.336)보다 장타율이 더 낮았을 정도(0.331)로 '좌상바' 기질이 심해졌다.

하지만 이번 두 번의 안타는 수준급 좌투수를 상대로, 그리고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정면으로 뚫어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공략하는 법을 봐도 결코 운이 따르거나 거저 얻어낸 안타가 아니다. 수비 시프트를 정면 돌파했고 힘으로 뚫어낸다는 것은 보통 타격기술과 컨디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추신수가 이 2안타를 제외하곤 아직 안타가 없고, 특히 우투수를 상대로도 아직 안타를 못 만들어낸 것이 아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고작 4경기를 했고, 추신수는 우투수만 상대하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임이 빅리그 12년 생활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우투수를 상대로 추신수가 잘하는 것은 수준급 좌투수를 상대로 잘하는 것보다 100배는 수월한 일이다.

결국 좌투수에 대한 희망을 2개의 안타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곧 보여줄 우투수를 상대로하는 강함까지 더해진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시즌을 기대해볼 수 있을 추신수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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