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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4회초 2사 2루. ‘타자’ 김광현이 친 타구는 힘없이 2루수 방면으로 갔다. 전혀 안타가 되기 힘들어보였던 타구.

그럼에도 김광현은 포기하지 않고 늘 그렇듯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자 2루수는 당황한 나머지 글러브에서 공을 빼지 못했고 김광현은 1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기록원 역시 2루수 실책이 아닌 김광현의 내야안타로 인정했다. 이렇게 김광현은 자신의 기록에 안타 하나를 추가하는 것은 물론 팀의 공격기회를 이어가게 했다.

김광현의 주루 플레이는 팀내는 물론 야구선수들 모두가 본받아야할 모범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김광현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8시 15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회까지 93구를 던져 무실점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호투를 펼치고 7회 교체됐다.

팀은 7회초까지 6-0으로 앞서고 있어 김광현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고 평균자책점은 3.11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마운드에서도 워낙 인상적인 투구를 했지만 김광현은 타석에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2회초에 희생번트를 성공해 팀이 득점권 기회에서 한번이라도 타격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득점엔 실패했지만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것만으로 투수의 타석은 임무완수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 선 김광현은 인상적인 플레이를 남겼다. 2구째 체인지업이 낮게 떨어지자 방망이가 나갔다. 원래 방망이가 나가면 안되지만 전문타자가 아니다보니 일단 갖다 맞췄다. 그러자 이 타구는 느리게 2루수 방면으로 땅볼이 됐다. 누가봐도 2루수가 공을 잡고 1루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만들며 4회초 세인트루이스 공격이 종료될 상황.

그럼에도 김광현은 미친 듯이 뛰었다.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을 본 컵스 2루수 니코 호에르네르는 당황해 공을 잡은 글러브에서 손을 빼지 못했다. 그 틈을 타 김광현은 1루 안착에 성공했고 2사 2루에서 끝났을 이닝이 2사 1,3루의 기회로 이어지게 됐다.

2루수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였지만 기록원은 김광현의 주루 플레이가 만든 ‘내야안타’로 인정했다. 김광현의 시즌 3호 안타. 명백히 아웃될만한 타구였지만 끝까지 뛴 발과 정신력이 만든 안타였다.

일부 타자들은 평범한 땅볼이 나왔을 때 1루로 열심히 뛰지도 않는다. 어차피 아웃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열심히 뛰면 수비에 압박을 주게 되고 이것이 송구실책이나 포구실책을 만드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경우가 많진 않지만 분명 야구에서 이런 일은 일어난다. 그리고 이로인해 팀 정신력이 달라지고 추가득점이 나오기도 한다.

분명 김광현은 투수이기에 주루플레이를 할 때 조금은 더 부상에 대한 염려를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타자때도 진지하게, 그리고 베이스로 달릴때도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분명 모범이 될 자세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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