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염소의 저주'는 시카고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갔던 1945년에 있었던 일이다.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때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샘 지아니스라는 관중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이후 컵스는 정말로 1945년 이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또한 1908년 이후 108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며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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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시사상식사전’에 나오는 ‘염소의 저주’를 축약한 것.

현재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한창,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이 컵스가 가지고 있는 ‘염소의 저주’다.

클리블랜드의 ‘와후추장의 저주’와 더불어 이번 월드시리즈는 ‘저주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고, 누구의 저주가 깨질 것인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봐야한다. 다시 한번 시사상식사전에 나오는 염소의 저주에 대한 글을 읽어보자. 샘 지아니스라는 관중은 염소와의 출입이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라고 했다(You are going to lose this World Series and you are never going to win another World Series again. You are never going to win a World Series again because you insulted my goat).

다시 ‘염소의 저주’에 대해서 읽어보면 샘 지아니스는 ‘월드시리즈에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건 것이 아닌 ‘리글리 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를 걸었고 이 저주는 29일부로 깨지게 된다. 왜냐고? 리글리필드에서 정말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때문이다.

29일(이하 한국시각)이면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1945년 당시에도 같은 구장)에는 월드시리즈가 무조건 열린다. 3,4,5차전이 무조건 열리게 되어있다. 하루 사이에 리글리필드 구장에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29일부로 염소의 저주는 약 71년만에 깨지게 된다. 중요한건 컵스가 1908년 이후 108년만에 우승을 하는지의 여부. 그렇다면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1,2차전에서 1승1패가 된 양 팀의 남은 월드시리즈 경기들을 지켜보는데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대니 살라자르. ⓒAFPBBNews = News1
▶클루버 말고? 클리블랜드 선발진, 살라자르가 대안되나

결국 우려대로 코리 클루버라는 걸출한 선발투수를 빼고 클리블랜드의 선발진은 실망스러웠다. 2차전 선발로 나선 트레버 바우어는 채 4이닝도 못 막고 3.2이닝만에 2실점으로 강판됐다. 3차전 선발로는 조시 톰린이 예고된 상황. 과연 톰린이 바우어보다 낫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결국 클루버말고 선발진에 누가 있느냐에 대한 우려는 2차전부터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대안은 2차전 구원투수로 나선 원래 선발투수인 대니 살라자르가 있다. 살라자르는 9월 10일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약 한달 반 가량을 쉰뒤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극적으로 포함됐다. 2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하긴 했지만 2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투구를 보인 것은 아쉬운점.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3.87로 나름 선발의 축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바우어-톰린 보다는 원래 더 나은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살라자르가 선발로 나서 클루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부활한 아리에타와 카일 슈와버

컵스는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제이크 아리에타가 그동안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부활했다는 점에서 참 반갑다. 아리에타는 지난해 사이영상을 따낸 후 올 시즌 첫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4로 대활약하다 나머지 16경기에서 4.44의 부진한 활약 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5이닝 4실점으로 부진을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2차전에서 5.1이닝동안 노히트 행진을 펼치며 대활약하며 결국 5.2이닝 1실점으로 완전히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컵스입장에서는 걱정이었던 아리에타가 살아나면서 가뜩이나 포스트시즌에 강한 존 레스터에 이번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1.65를 이어가고 있는 카일 헨드릭스, 그리고 4선발로 예고된 베테랑 존 래키 등 높은 선발 마운드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올 시즌 딱 시작 첫 2경기만 뛰고 무릎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시즌 아웃으로 여겨졌던 카일 슈와버가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극적으로 포함됐고 현재 7타수 3안타 2타점 2볼넷의 맹활약으로 지명타자 노릇을 톡톡히 해줬다. 슈와버는 지난해 70경기도 뛰지 않은 신인이지만 올해 큰 기대를 받은 후 부상으로 시즌 아웃돼 잊혀졌던 선수였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포스트시즌에 나가기 위해 치열한 재활을 했고 결국 돌아와 예상치도 못하게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과연 슈와버의 미친 활약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월드시리즈를 보는 중요 관전포인트다.

카일 슈와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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