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제이크 아리에타(30·시카고 컵스)는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최고의 투수였다. 무려 22승에 평균자책점 1.77의 활약으로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마저 젖히고 사이영상을 건네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리에타의 올해는 시즌 딱 절반을 나눠서 1분기는 사이영상 수상자다웠지만 2분기는 4~5선발급 투수정도의 부진한 활약으로 극명히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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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의 지킬과 하이드 같았던 2016시즌

첫 15경기(6월 27일까지) : 11승2패 평균자책점 1.74 탈삼진 107 피OPS 0.498
이후 16경기(시즌 종료까지) : 7승6패 평균자책점 4.44 탈삼진 83 피OPS 0.665

결국 아리에타는 자신의 시즌 최종전에는 5이닝 7실점 10피안타라는 최악의 투구를 하며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됐던 컵스에게 깊은 시름을 안겼다.

아니나 다를까 아리에타는 디비전시리즈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5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큰 실망을 안겼다. 아리에타는 후반기 부진에서 깨어날 기미가 안보였고 지난해 사이영상을 받았던 대활약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나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2차전, 컵스가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존 레스터를 내고도 지면서 벼랑끝으로 다가가던 그 순간, 아리에타가 깨어났다.

아리에타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2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원정에서 선발로 나서 무려 5회 1사까지 노히트를 이어가는 등 호투를 펼치며 5.2이닝 1실점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팀은 5-1로 승리하며 1승1패 동률을 맞추고 29일부터 시작되는 홈 3연전을 치르게 됐다.

이날 아리에타의 투구는 가히 놀라웠다. 1회말 2사까지 잡고도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에 빠지나 했으나 코치진의 마운드 방문 이후에는 이 위기를 탈출하는 것은 물론 4회 2사까지 무려 9타자 연속 범타처리에 성공하는 폭풍 같은 호투를 펼쳤다. 어제만해도 환호를 이어가던 클리블랜드 홈 관중은 아리에타의 호투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고 6회 터진 제이슨 킵니스의 팀 첫 안타 때는 참았던 환호를 쏟아냈다.

비록 아리에타는 이 킵니스의 2루타때 진루타와 폭투로 무너지며 98구까지 던지고 6회를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아리에타가 노히트행진까지 펼칠 정도로 구위가 살아났다는 점과 상대 선발 바우어가 4회도 못채우고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아리에타의 투구는 확실히 만족스러웠다.

아리에타의 움직임이 심한 특유의 싱커는 아래-위를 가리지 않고 클리블랜드 타자들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사이영상을 받을때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던 모습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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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 개인으로서도, 컵스 입장에서도 너무나도 반가운 호투였다. 아리에타는 전반기만해도 사이영상 수상자다운 호투를 이어가며 당시 만해도 사이영상이 유력했던 커쇼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44의 아리에타 답지 않은 투구로 고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리에타가 월드시리즈 2차전을 계기로 깨어날 기미를 보이면서 본인에게도 큰 자신감이 되는 것은 물론 컵스 입장에서도 5차전, 혹은 6차전에서 아리에타를 활용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게 하는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인상적인 투구였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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