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는 오감으로 먹는다. 짙은 초록에 싱그러운 향이 터지며 아삭아삭한 소리가 먼저 입맛을 자극한다. 봄이 무르익으면 강원도 양구는 곰취 세상이다.

양구 동면 일대에 들어서면 곰취 향이 가득하다. 어느 밭을 기웃거려도 초록의 곰취가 빼곡히 메우고 있다. 5월이 되면 비닐하우스까지 직접 곰취를 사러 온 외지인들이 줄을 잇는다. 인근 군부대에서도 방문하고, 양구에 놀러온 행락객들도 "쌈으로 먹으려 한다"며 박스째 곰취를 챙겨 간다.

동면 곰취밭
대암산 자락, 물 오른 청정 곰취

30여년 전만해도 곰취는 대암산 자락에서 직접 채취했다. “모 심고 나면 곰취 캐러 밥하고 된장만 들고 산에 올라갔더래요. 나물 따다가 배고프면 그 자리에서 곰취에 식은 밥을 싸 먹었죠.” 곰취 따는 할머니의 기억 속에는 대암산은 봄이면 곰취향 흩날리는 명당이었다.

대암산 자락에 곰취가 풍성했던 것은 자연적 영향이 크다. 곰취는 물이 풍성해야 자라는 식물이다. 대암산 정상 일대에는 ‘용늪’이라 불리는 늪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은 한국전쟁 이후 출입이 통제됐던 생태계의 보고로 람사르 협약에 따라 습지보호구역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런 산속의 청정늪지를 배경으로 대암산 곰취가 자랐다.

주민들은 동면 땅에서 곰취가 잘 크는 것은 대암산과 비슷한 지세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믿는다. 양구에서 곰취를 재배하는 농가중 80% 이상이 동면에서 밭을 일구고 있다. 이곳 곰취는 태생이 그랬듯 대부분 무농약, 친환경으로 재배된다.

파로호
향긋 쌉쌀한 곰취쌈밥 & 파로호

하우스 재배 이후 2월부터 곰취가 나오고 있지만 연한 어린 잎이 쑥쑥 자라오르는 5월 전후가 곰취의 맛이 가장 오르는 시기다. 여름으로 넘어서면 줄기가 억세져 씹는 맛이 다소 반감된다. 예전 산에서 캘 때는 딱 보름정도만 곰취를 맛 볼수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곰취가 가장 맛깔스러운 순간은 돼지고기에 쌈을 싸서 먹을 때다. 곰취의 싱그러운 향과 달달한 맛이 돼지고기의 기름냄새를 그윽하게 제압한다. 여기에 질좋은 된장이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5월이면 읍내 곳곳의 식당에서 곰취가 인심 좋게 나올 때다. 굳이 삼겹살이 아니더라도 곰취쌈밥을 주문해 아삭아삭 씹어 먹어도 짙은 봄 맛을 향유할 수 있다. 곰취가 혀에 닿는 쌉쌀함은 다른 쌈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느낌이다.

곰취쌈밥
곰취쌈으로 넉넉해진 배는 호수 산책으로 다스린다. 양구는 파로호가 가로지르는 호수의 고장이다. 물안개에 휩싸인 아침 호수와 해질녘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멋스럽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박수근 미술관을 놓칠 수 없다. 양구 출신인 박수근화백 생가터에 건립된 박수근미술관에는 작가의 손길이 닿은 유품과 스케치, 삽화 등 유작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박수근 미술관
여행메모

교통: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춘천IC로 빠져나와 46번 국도를 경유한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양구터미널까지 약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된다.

음식: 곰취는 계절과 상관없이 절임이나 장아찌로 먹을 수 있으며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곰취부침개, 곰취찰떡, 곰취찐빵 등도 읍내 시장에서 맛볼 수 있다.

국토 정중앙 조형물
기타: 국토 정중앙 천문대는 가족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광치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대암산 솔봉, 생태식물원 등도 트레킹이 가능하다. 두타연 등 양구의 DMZ 지역은 코로나19로 입장이 제한돼 방문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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