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익스플로러 36 옐로골드 [사진=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 ‘W&W 2021’서 새 익스플로러 컬렉션 공개
▶ 36mm 사이즈 복귀는 대환영
▶ 스틸, 투톤(옐로골드) 모델로 출시
▶ 18k 골드는 익스플로러 오리지널리티에 위배
▶ 뉴 익스플로러II 또한 ‘뻔한’ 변화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지난 4월 7~13일까지 개최된 제네바의 디지털 플랫폼 시계페어 ‘워치스앤원더스 2021(W&W 2021)’에서 롤렉스가 뉴 익스플로러(Explorer) 컬렉션을 공개했다. 36mm 사이즈 컴백과 투톤(옐로골드)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시계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스위스의 여러 명품 모델이 즐비한 ‘W&W2021(워치스 앤 원더스 2021)’에서도 롤렉스의 새로운 익스플로러는 가장 눈에 띄는 ‘핫이슈’가 되고 있다.

롤렉스는 지난 2010년 익스플로러 36mm를 단종시키고 39mm 케이스로 출시했다. 좀 더 큰 사이즈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부합코자 하는 마케팅 일환이었지만 그럼에도 36mm 단종 소식에 많은 애호가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익스플로러 36mm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절제된 외모와 완벽한 대칭이 인상적인 모델이다. 반면 39mm 익스플로러(214270)는 이전 제품과 동일한 다이얼 디자인 비율을 유지하지 못했다. 단종된 지 무려 11년째가 되는 2021년에 36mm 사이즈 익스플로러의 재등장은 그래서 더욱 많은 롤렉스 애호가들을 기쁘게 한다. 오죽했으면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 39mm 익스플로러가 있던 지난 10년을 ‘롤렉스 익스플로러의 잊혀진 10년’이라는 말이 나돌았을까.

롤렉스 익스플로러 36 스틸 [사진=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39에서 36으로의 사이즈 축소는 놀라운 뉴스였다. 서브마리너가 41mm로 시드웰러는 43mm로 커진 상황에서 익스플로러 또한 그에 못지않은 사이즈의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축소’로 갈 줄은 몰랐다.

36mm 크기로 다시 돌아간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기존의 스틸 모델과 함께 옐로골드 모델까지 출시했다는 점이다. 옐로골드 모델은 롤렉스가 ‘옐로 롤레조’라고 부르는 스틸+18캐럿 옐로골드 조합을 말한다.

핸즈는 좀 더 커진 느낌이고 3-6-9 마커의 명도·채도도 이전과 달라지는 등 외관상 여러 변화가 감지된다. 크로마라이트(Chromalight)라는 롤렉스의 독점 발광 소재로 야광 성능을 향상시켰고 무브먼트 또한 70시간 파워리저브의 3230 칼리버로 업됐다. 칼리버 3230은 지난해부터 서브마리너 등에 탑재되기 시작한 무브먼트다.

뉴 익스플로러 36mm는 이처럼 긍정적인 여러 변화를 시도했지만, 옐로골드 채택이란 충격이 이 모든 변화를 둔감케 할 정도다. 열혈 익스플로러 유저들은 투톤 18k 골드 모델에 대해 ‘롤렉스의 배신’이라고 말할 정도다.

익스플로러란 모델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롤렉스 익스플로러II [사진=롤렉스 공식 웹사이트]
롤렉스 익스플로러는 산악등반 정신에서 탄생한 시계다. 롤렉스는 자사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익스플로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익스플로러는 세계의 정상에서 전설적인 탐험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계입니다. 익스플로러는 히말라야를 실제 환경의 실험실로 삼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의 정상까지 동반했습니다. 그 이후로 탐험가의 요구에 맞추어 지속적인 개선을 해온 익스플로러는 더욱 탁월해진 견고함과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익스플로러는 시간의 관리가 생존과 연결된 극한의 환경을 위해 개발된 시계입니다.”

“익스플로러 컬렉션은 최고봉이나 동굴, 혹독한 북극의 추위와 타는듯한 화산의 열기와 같은 극단적인 탐험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익스플로러 II는 어떤 환경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24시간 디스플레이 덕분에 극지 탐험가, 동굴학자, 화산학자들이 애용하는 시계로 부상했습니다.”

이처럼 익스플로러는 특히 밤낮으로 심한 기온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높은 고도의 산악인을 염두에 둔 모델이다. 익스플로러의 조상 중 하나인 오이스터 퍼페추얼 크로노미터(ref.6084)는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게이 셀파(세르파)와 함께 1953년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정을 함께 했다. 강인·견고(tough)함의 상징적인 모델인 셈이다.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온갖 악천후 속에서 생사를 건 사투를 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인데, 이 과정엔 ‘세르파(셀파)’를 비롯한 여러 명의 스텝이 함께 한다. 지옥 같은 환경에서 몇날몇일(출발지 및 베이스캠프부터 감안한다면 최소 몇 개월 소요)을 불굴의 정신으로 탐험하는 과정과 성취야말로 익스플로러의 탄생 이유이자 오리지널리티다.

그런데, 눈과 비바람 속에서 십수일 이상을 견디며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손목에 화려한 18k 골드 시계가 함께 한다? 매우 어색해 보이는 설정이다.

익스플로러 라인 만큼은 18k 골드 톤이 적용되지 않은 유일한 롤렉스 컬렉션으로서 남길 바랬는데….

물론 옐로골드(옐로 롤레조) 모델의 가세로 익스플로러의 선택 취향의 폭이 넓어졌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탄생 이유, 그 오리지널리티까지 건드리며 변형을 가하는 시도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절대 변해선 안 되는 영역도 있는 것이다.

뉴 익스플로러 36 투톤 모델 출시에 대해 롤렉스는 국내외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아직까지 그 어떤 공식 보도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새 모델 출시에 맞춰 보도자료를 내놓던 그간의 관행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스펙 전반에 관한 내용만 자사의 사이트에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해외의 시계 웹진 및 언론 매체 또한 롤렉스의 홈페이지 내용과 ‘W&W2021’ 공식 웹사이트 등을 참고해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 익스플로러II 역시 너무 뻔했다. 42mm 케이스엔 GMT-Master II와 동일한 무브먼트인 70시간 파워리저브의 인하우스 칼리버 3285가 탑재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베젤은 세라믹이 아니다. 익스플로러II 특유의 ‘쌈박한’ 외모는 분명 익스1과는 또 다른 패셔너블함이 있는 롤렉스로선 흔치 않은 ‘얼짱’ 모델이다. 많은 애호가들이 “이제 베젤 부위는 스틸에서 세라믹으로 교체될 때가 됐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롤렉스는 이번에도 이걸 수용하지 않았다.

롤렉스 뉴 익스플로러 36mm 소비자가는 781만 원(스틸)과 1318만 원(투톤, 18k 옐로골드), 익스플로러II는 1037만 원으로 책정됐다.

한편, 롤렉스코리아 관계자는 2021 뉴 익스플로러 컬렉션이 언제쯤 국내 입고될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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