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교향악단
▶ KBS교향악단 차기 음악감독·상임지휘자 유력 후보
▶ 정명훈의 세계적 위상, 강력한 티켓 파워
▶ 악단 발전에도 적임
▶ 강한 개성…‘갈등’ ‘불화’는 숙제
▶ 음악계선 적임자로 보는 반면
▶ KBS교향악단 단원/이사회, 찬·반 팽팽


[스포츠한국 조성진 부국장]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가 2019년에 임기를 마치고 떠난 이래 악단을 누가 맡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등과 함께 국내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KBS교향악단은 지난해부터 여러 지휘자를 물망에 올리며 검토 중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68)을 위시해 피에타리 인키넨(41) 도이치라디오방송교향악단 예술감독, 국립오페라단 지휘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세바스티안 랑 레싱(54) 샌안토니오 심포니 음악감독, 스페인 명문 악단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는 안토니오 멘데스(37), 네덜란드 라디오필 명예 수석 얍 판 츠베덴(60), 이스탄불 필하모닉을 강력하게 진화시킨 사샤 괴첼(51) 등 여러 지휘자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게 정명훈이다.

정명훈은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음악감독·상임지휘자를 비롯해 베를린필, 빈필하모닉, 뉴욕필, 런던필, 시카고 심포니, 체코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허바우),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등 세계 최고 악단을 두루 지휘한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다. 그간 걸어온 길만으로도 차기 후보군 중에선 단연 TOP이다.

정명훈은 티켓 파워라는 측면에서도 ‘법인’으로 체질이 바뀐 KBS교향악단에 재정적 호재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악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분기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가 서울시향을 이끌며 보여준 게 대표적인 예다. 또한 한국 출신의 현역 지휘자론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는 만큼 국가 브랜드 파워라는 측면에서도 정명훈이 적임자라고 이유를 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반면 정명훈이 적임자가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많다. 서울시향 때의 적지 않은 잡음이 대표적이다. 정명훈처럼 ‘개성이 너무 강한’ 지휘자보단 단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포용의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음악계에선 KBS교향악단을 맡을 차기 리더로 정명훈을 꼽는 게 압도적이다.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아 ABCD로 처리했다.

유명 지휘자 A 씨는 “개인적으론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만큼 세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지휘자가 또 누가 있느냐? 그간 한국은 피아노 조성진을 비롯해 바이올린, 성악 등등 분야마다 세계 최정상의 연주자들을 배출했지만 지휘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정명훈이 유일하다. 따라서 그가 KBS교향악단을 이끌며 한국 활동을 통해 K 클래식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휘자 B 씨는 “KBS 교향악단에겐 정명훈보다 ‘전용 음악홀 건립’이란 본질적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그가 이끌 당시 서울시향이 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서울시향은 정명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악단으로 키웠다. KBS교향악단에게도 정명훈의 존재는 새로운 도약”이라고 전했다.

유명 음악평론가 C 씨는 “KBS교향악단이 단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큰 밑그림을 위해서라도 정명훈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건 악단 역사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KBS교향악단 관계자에 의하면, 단원들 사이에선 의견이 둘로 나뉘고 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시각 vs 악단 내의 교류 등 관계/소통 차원에선 적임자가 아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차기 음악감독·상임지휘자를 결정하는 KBS교향악단 이사회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단의 발전을 위해선 정명훈이 적임자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이사회 일부는 대내외적 잡음 없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악단을 포용력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후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명훈은 지난 98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적이 있지만 악단/경영진과의 ‘불화’로 사임한 바 있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중반기에서 늦어도 하반기까진 상임지휘자·음악감독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15년 말 10년간 이끌어온 서울시향 음악감독직에서 사임한 정명훈은 현재 특정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고 고국에서 음악활동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정명훈은 오는 8월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제769회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객원 지휘 예정이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개릭 올슨이 협연자로 나선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