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스테판 코너 기타로 연주하고 있는 박종호.[사진=조성진]
▶ 26일 KBS교향악단과 마누엘 팔라우 협주곡 세계 초연
▶ 佛 명문 ‘에콜 노르말 음악원’ 수석 졸업
▶ 섬세한 연주, 폭넓은 레파토리 강점
▶ 韓 클래식 기타리스트 최초 ‘데카’서 솔로앨범 발매
▶ 조수미, 신영옥, 케슬린 킴, 용재오닐 등 많은 음악인과 협연
▶ 3월엔 양인모 신보 참여
▶ 메인기타 스테판 코너, 파올로 코리아니
▶ 기타 줄은 사바레즈(노말 텐션) 사용
▶ 70~80년대 모타운 음악 즐겨 들어
▶ ‘프렌지’ 전 시즌을 6회 이상 본 드라마 팬이기도
▶ 미드·와인·커피·스포츠·독서 등등 다양한 취미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조수미, 신영옥, 케슬린 킴, 용재오닐 등등 많은 음악인과 협연한 박종호(39)는 꾸준히 자신의 연주세계 외연과 깊이를 확장해 가고 있다. 섬세한 연주와 폭넓은 레파토리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 박종호가 오는 2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스페인 출신의 명 작곡가 마누엘 팔라우의 기타협주곡 세계 초연을 한다.

팔라우의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레반티노 협주곡’은 본국인 스페인에선 연주된 바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선 이번 한국 공연이 세계 무대에선 처음이라 그 의미는 크다. 이번 KBS교향악단 763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 및 기타 역사의 새 역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KBS교향악단으로선 지난 2017년 2월 715회 정기연주회(라파엘 아귀레 협연) 이후 4년 만의 기타협주곡 협연이다.

여의도 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팔라우 기타협주곡 리허설에 몰두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박종호를 만났다.

유명 클래식 기타리스트 대부분이 이 작품을 모를 정도로 마누엘 팔라우의 ‘레반티노’ 협주곡은 박종호에게도 생소한 영역이었다.

사진=조성진
“이 작품 협연 의뢰를 받고 생전 처음 들어본 제목이라 다소 고민스러웠어요. 35년이나 기타를 치며 수많은 레파토리를 접했음에도 모르는 작품이었으니까요. 주변의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혹시 이 작품 아느냐고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으니까요.”

KBS교향악단 관계자에 의하면, 이번 객원 지휘를 맡은 지휘자 프란치스코 발레로-테라바스의 요청으로 마누엘 팔라우의 레반티노 기타협주곡을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라고. 스페인 출신의 발레로-테라바스는 요즈음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하나다. 리허설 현장에서 잠깐 만난 그는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의 왜소한 몸매지만 매우 민첩 기민한 인상이었다.

박종호는 생전 처음 접하는 이 곡을 연습해가며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볼륨과 스케일 큰 구성, 춤곡을 베이스로 한 리드미컬한 면까지 다양한 표정을 지닌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저 유명한 로드리고 ‘아랑후에즈’ 협주곡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다고 생각해요.”

박종호는 팔라우의 이 기타협주곡 초연으로 ‘최초’라는 공식 기록을 두 개나 보유하게 됐다. 첫 번째는 지난 2012년 세계적인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Decca)’에서 발매된 첫 솔로앨범 ‘아스투리아스: 전설’로, 한국 클래식 기타리스트 최초의 데카 발매 기록으로 남아 있다. 소속사 아트앤아티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박종호의 ‘아스투리아스: 전설’ 앨범은 빠른 기간에 완판이 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스테판 코너 기타로 리허설 중인 박종호.[사진=조성진]
KBS교향악단과의 이번 협연에서 박종호는 스테판 코너(Stephan Connor) 기타를 사용할 예정이다.

미국의 기타 제작 장인이 지난 94년에 설립한 스테판 코너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클래식기타 거장 앙헬 로메로(Angel Romero)가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종호는 이 기타를 지난 2014년에 입수해 현재까지 메인기타로 사용하고 있다.

“스테판 코너는 일반적인 클래식 기타와는 달리 볼륨이 큰 사운드 연출이 가능해 공연용으로도 좋은 게 특장점 중 하나입니다. 근래 가장 ‘핫’한 제작가 중 하나이기도 하죠.”

기타 줄은 사바레즈(노말 텐션)를 사용하고 있다.

박종호가 스테판 코너와 함께 양대 메인으로 사용하는 악기는 파올로 코리아니(Paolo Coriani)다. 파올로 코리아니는 고전적 스타일, 즉 악기를 복원하면서 단순 복제가 아닌 원작자의 악기 소리에 최대한 근접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타다. 그는 지난 2019년에 이 기타를 구입했다.

'엄상옥 기타'로 5살때부터 기타를 배울 당시의 박종호.
이 두 개의 기타 이전에 박종호는 오랫동안 유이치 이마이(Yuich Imai) 기타를 사용했다. 일본 클래식기타의 명품 브랜드인 바로 그 유이치 이마이다. 박종호는 중학교 때부터 2014년까지 무려 20여 년간 이 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을 다듬어 갔다.

“유이치 이마이는 피니시(마감)가 탁월하고 정갈한 소리 연출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는 몇 년 전엔 수백 년 된 마뉴엘 라미레즈 기타를 실연해보기도 했다. 바로 그 전설의 마누엘 라미레즈를.

“마누엘 라미레즈를 쳐보며 괜히 명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어요. 나무가 울린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그 울림이 너무 좋았습니다.”

박종호의 생애 첫 기타는 음악애호가이자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인 아버지 박홍규(62)가 사용하던 ‘엄상옥 기타’(사진 참조)다. 아버지의 권유로 5살 때부터 기타를 처음 잡을 때 연습하던 악기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타를 잡고 많은 추억을 함께 한 악기인 만큼 그는 지금도 이 기타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아버지 박홍규는 오늘날의 박종호를 있게 한 인물로 현재까지도 박종호는 자신의 인생 멘토로 아버지를 꼽을 정도로 존경심과 애정을 보일 정도다.

박종호는 어릴때부터 각종 기타 경연에서 두각을 보였다.
기타리스트 박종호는 1982년 충북 충주에서 1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당시 학원 선생이던 김광식이 생애 첫 기타 선생이다. 김광식은 나이 40에 유학길에 오를 만큼 기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인물로 현재까지도 김광식기타학원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박종호는 8살 때엔 피아노 레슨도 병행했다. 아침 6시부터 피아노학원을 가고 학교 수업 및 클래식기타 학원까지 하루하루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어린 박종호로선 코피를 자주 쏟을 정도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기타를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기타 경연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은 그는 피아노 실력 또한 범상치 않았다. 당시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래미 상 수상의 세계적인 음악인 프란츠 할라츠(franz halaaz)는 어린 박종호에게 “기타 공부를 위해 피아노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엄상옥 기타에 이어 9살 때 라미레즈 공방 기타를 구입해 중학교 때까지 사용했다. 그리곤 유이치 이마이 기타로 교체해 20여 년 이상 사용했던 것이다.

화성적인 감각 등등 피아노를 배웠던 건 기타 연주에도 든든한 힘이 됐다.

“편곡할 때나 오케스트라와 협주곡 협연 등 여러 면에서 피아노는 기타 연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따라서 기타 전공자라면 피아노를 배워 둘 필요가 있다고 자주 말해주는 편입니다.”

서울예고 및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한 박종호는 30살이란 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올랐다. 좀 더 넓은 세계에서 음악 전반을 체험하고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래는 클래식 음대가 많은 독일로 가려고 했으나 프랑스 에콜 노르말 음악원(최고연주자 과정)으로 결정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코르도가 설립한 에콜 노르말 음악원은 세계적인 명 음악인들을 배출한 명문학교다. 이 학교에서 그는 ‘만장일치’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미 에꼴 노르말 음악원에 들어갈 때의 박종호는 스킬과 감성, 폭넓은 레퍼토리 등 제반 조건을 모두 갖춘 연주자다보니 전 세계에서 모인 동급생 중에서도 가장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박종호의 지도교수였던 타니아 샤노(Tania Chagnot)는 “레파토리의 다양성, 스킬, 감성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돋보였다”며 “특히 연주하기 까다로운 난곡 소화력에서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타니아 샤노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여류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각종 경연 우승은 물론 그녀 또한 에콜 노르말 음악원 출신이다.

에꼴 노르말 수업방식은 철저히 1:1의 대화형 방식이 원칙인데, 특히 학생이 그 곡을 선정한 이유부터 어떻게 왜 연주하는지 등등 보다 근본적(기본적)인 물음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중요시했다. 유럽권 음악학교는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에콜 노르말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많은 과제와 씨름해야 하는 관계로 공부를 정말로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틈나는 대로 현지에서 여러 공연을 접하려고 했다.

박종호의 메인기타 스테판 코너.
박종호는 에콜 노르말 졸업 후 프랑스에서 잠깐 연주활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한 오디션에 통과해 보르도 지역에서 있은 페스티벌 연주자로 초청받아 무대에 올랐는데 페스티벌이 열린 장소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던 게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고 한다.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클래식 기타리스트 중 하나가 된 지금에도 박종호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연습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물론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땐 그보다 많은 시간을 연습한다. 아르페지오를 비롯 기본적인 스킬 연습에서 곡 이해를 위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연습한다. 특히 터치와 음색에 대해 더 신중하게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엔 류트 및 고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클래식 기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알함브라 궁의 추억’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알함브라 궁의 추억’은 시종 핑거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되는 작품이라 이러한 스킬을 익히는 필수 텍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명연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세고비아와 줄리안 브림 연주를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트레몰로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가 있는 트레몰로가 되도록 연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는 서울대 음대, 예원학교, 서울예고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박종호는 오는 3월 발매 예정인 양인모 새 앨범에 참여한다. 또한 6월까지 이미 공연 및 여러 스케줄이 잡혀 있는 상태다.

2012년의 첫 솔로앨범은 한국인 최초의 데카 레이블 발매 등을 비롯해 몇몇 이슈로 뜨거웠는데, 올해 안에 두 번째 솔로앨범도 계획하고 있다.

“기타라는 악기가 있기 때문에 더 좋게 와닿는 곡들을 좀 더 자주 선보이고 싶어요. 물론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공연에 비중을 많이 둘 듯합니다. 그간 SNS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앞으론 유튜브를 비롯해 SNS 활동도 열심히 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클래식 기타계는 인적 자원이 정말 훌륭하지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다는 게 아쉽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활동 무대가 좀 더 많아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합니다.”

“클래식기타 연주는 특히 기술적인 면에선 과거보다 더욱 좋아졌어요. 하지만 세고비아, 브림 등을 비롯한 고유 개성을 지닌 비루투오소 거장의 출현이 아쉽다고 할까요. 물론 조만간 세계의 기타씬은 다시 비루투오소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박종호는 클래식 기타리스트지만 70~80년대의 모타운 음악(R&B 소울)과 캐논볼 애덜리, 셀로니어스 몽크, 마일스 데이비스 등을 좋아하는 재즈 애호가이기도 하다.

2015년 그래픽디자이너였던 아내와 결혼했으며 아직 자식은 없다. 둘만의 사랑 시간을 좀 더 갖기 위함이다. 아내는 현재에도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그녀 또한 한예종 출신이지만 재학 중엔 한 번도 보지 못하다가 이후 친구들 모임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그때부터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고.

그는 취미 생활을 폭넓게 하는 편이다. 와인을 좋아하고 요리도 즐기는 편이라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담소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주량은 소주 2병 정도. 술은 가리지 않고 즐기는 애주가지만 두주불사 타입이 아니라 술과 맛있는 음식을 병행하며 대화를 하며 음주하는 스타일이다.

핸드드립 커피도 좋아해 외국 공연 때엔 어김없이 현지 커피숍을 찾아 즐기며 원두를 사오기도 한다. 집에선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즐기는 편.

또한 미드를 비롯해 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를 접하기 보단 재미있게 본 특정 드라마를 보고 또 보며 즐기는 타입이다. 미드 ‘프렌즈’의 경우 전 시즌을 5~6번이나 봤을 정도다.

담배는 예전엔 두 갑까지 태웠지만 지금은 하루에 5개피 정도 피울 정도로 많이 줄었다.

학생 때엔 농구, 탁구 등을 좋아했고 최근엔 요가에도 관심을 뒀는데 좀 더 나이가 들면 낚시도 해보고 싶다고.

독서 또한 취미생활로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한창훈의 ‘향연’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연주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기타리스트가 되는 게 꿈입니다. 연주를 잘한다는 말속엔 기술(테크닉)적 출중함은 물론 마치 노래를 잘하는 것 같은 느낌의 연주 등등 많은 것들이 함축돼 있습니다. 레벨 10까지로 나눈다면 지금의 제 연주실력은 겨우 1이라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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