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성(최민식)은 자유를 쫓아 탈북한 천재 수학자다.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만 모인 자사고의 야간 경비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매사 무뚝뚝하고 좀처럼 곁을 내주는 법이 없어 학생들은 기피하지만, 어느 날 그의 정체를 눈치 챈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가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이학성은 방황하던 한지우와 특별한 수업을 시작하고 본인 역시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영화는 괴짜 같은 천재 수학자의 얼굴을 시작으로,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지우와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영혼 없는 기계처럼 돌아가는 학교 풍경을 꼼꼼하게 엮었다. 탈북, 수학, 입시 경쟁 등 자칫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영화는 딱딱하거나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색채를 덧입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쾌한 웃음도 이끌어낸다. 특히 학성과 지우의 특별한 수업 장면은 여운이 길다. 따뜻한 조명이 켜진 어수선한 과학실 한켠에서 두 사람은 수학에 몰두하고 교감한다. 극적인 사건은 아니더라도 학성과 지우가 성장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중 하나다.
무려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김동휘의 재치 있는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초반 외롭게 축 처진 어깨를 점점 펴고 눈빛에 총기를 찾아가는 열일곱 지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렸다. 성장통을 지나면 좋은 어른이 될 것 같은 지우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수학을 소재로 했지만 그게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삶에 대한 거창한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숫자로 인연을 맺는 사람들을 통해 하루하루 인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가는 이들의 노력과 그 미덕을 재발견한다. 매일이 버거운 모두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다. 영화는 오는 3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