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서 역적 부흥수 열연

데뷔 후 첫 사극, 악역 도전

다양성 집중한 연기 보여주고파

배우 권상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수컴퍼니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는 건 신선한 동력이 되곤 한다. 베테랑에겐 더욱 그렇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의 배우 권상우(46)도 마찬가지였다. 데뷔 22년차, 연기든 현장이든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지만 첫 사극, 첫 악역이라는 타이틀은 권상우에게 또 다른 에너지를 선사했다. 그는 “이제 다른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됐다”며 행복했던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26일 개봉한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권상우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 이후 7년 만에 김정훈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한 2년 동안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도 못하고 답답했잖아요. ‘해적: 도깨비 깃발’은 해양 어드벤처고 속 시원한 볼거리가 많아요. 오랜만에 숨통 트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권상우가 연기한 부흥수는 왕실 보물을 두고 무치(강하늘),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들과 끊임없이 대립하는 역적이다. 평생 품어온 자신의 권력욕과 야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만큼 맹렬한 기세를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악역이지만 스스로 당위성을 갖고 연기했어요. 주인공을 방해하는 인물이어도 나름대로 자신의 목표를 얻기 위해서 모든 걸 걸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부흥수 자체만 보면 단순해요. 코믹하게 둥둥 떠있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 진지한 캐릭터죠. 끝까지 무게감과 멋짐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서 선을 지키려고 했어요.”

권상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부흥수를 그리기 위해 고강도의 액션을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해적들과 날카로운 대립 구도를 유지하면서 극의 무게중심을 든든히 잡았다. 그가 보여준 여유로운 액션과 관록 있는 카리스마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색깔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술 액션은 처음이었어요. 어느 한 쪽이 조금만 잘못해도 서로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가 있어요. 저는 사실 맨몸 액션을 좋아해요. 그런 운동을 많이 했고 몸에도 익고요. 검술은 절제된 게 있어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촬영 중 살점이 떨어지고 뼈가 보일 정도로 다쳐서 꿰매기도 했고 후반엔 아킬레스건이 파열돼서 깁스한 채로 촬영하느라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어요. 그래도 결과물은 만족스러워요. 지금도 일주일에 4일 정도는 한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이제 미디어 환경이 더 빠르고 커졌잖아요. 배우들도 맞춰가려면 다양한 몸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액션도 연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꼭 싸우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표현되는 게 다르거든요. 멜로, 코미디 다 똑같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늘 준비돼있어야 하는 게 액션이에요.”

첫 사극이자 악역, 권상우에겐 도전이었다. 데뷔 22년차에 이르기까지 그간 액션, 멜로,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했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여전히 막연하고 두려웠다. 선택을 앞둔 순간, 아내인 배우 손태영과 아들 룩희 군 등 가족들의 응원은 힘이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성, 확장성을 생각하게 돼요. ‘권상우도 저런 걸 할 수 있네?’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특히 아내가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아주 긍정적으로 도전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요즘 사춘기라 말 걸어도 대답을 길게 안 하는데 먼저 문자를 보내왔더라고요. ‘유튜브로 영화 예고편 봤는데 리뷰도 좋고 재밌을 것 같다’고요. 아들은 아빠가 배우라는 프라이드는 있는 것 같은데 제 작품을 찾아보진 않는 것 같아요. 아직 저한테 그 정도로 관심은 없어요.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지드래곤 같은데.(웃음) 제가 ‘지디 만나게 해줄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아빠가 뭔데?’ 이런 식이에요.(웃음)”

‘해적: 도깨비 깃발’로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얼굴을 보여준 권상우는 영화 ‘크리스마스 선물’(가제), ‘우리들은 자란다’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의 또 다른 도전에 기대가 쏠려 있다.

“항상 작품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 위기감, 낭떠러지 끝에 서있다고요. 아마 저만의 고민은 아닐 거예요. 이번 작품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으로 촬영에 임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흥행도 중요하고 늘 목마르지만 동시에 작품 자체도 많이 사랑받고 제 연기도 잘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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