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태종 이방원' 측의 동물학대 사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촬영에 동원된 말이 일주일 뒤 사망했다고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사과문을 내고 수습에 나섰지만 방송 폐지 요구까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는 KBS 1TV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동물학대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촬영 중 배우를 태운 말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다 몸체가 급격히 꺾이면서 쓰러졌다. 스태프들은 달려가 배우의 상황을 체크했지만 아무도 말의 상태는 돌보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 등은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묶어서 잡아당긴 것으로 의심된다", "강제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말은 몸에 큰 무리가 갈 정도로 심하게 고꾸라졌다"며 말의 현재 상태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KBS 측은 20일 "촬영 중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돌려보냈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확인했는데 안타깝게도 촬영 후 일주일쯤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대중들의 분노는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태종 이방원 방송을 중지시키고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태종 이방원'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연예계 배우들과 방송인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소영은 자신의 SNS에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너무한다, 불쌍하다"고 말했고, 정선아는 "이게 말 못하는 짐승에게 할 짓인가. 정말 치가 떨린다", 김효진 역시 "정말 끔찍하다. 배우도 다쳤고 말은 결국 죽었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KBS가 한 차례 사과문을 내긴 했지만 논란을 가라앉히긴 어려울 전망이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고 카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다수의 단체가 '태종 이방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로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청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단순 사과가 아닌 학대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향후 동물 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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