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원 더 우먼'서 이하늬 짝사랑하는 엄친아 검사 안유준 역

사진제공=유본 컴퍼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군 전역 직후 택한 첫 작품인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이 최종 시청률 17.8%로 아름답게 막을 내렸으니 배우 이원근에게 2021년은 꽤 큰 행운이 깃든 해다.

지난 5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극본 김윤, 연출 최영훈)은 비리 검사에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녀가 된 후 재벌가에 입성한 여검사의 통쾌한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이원근은 극 중 비리 검사인 조연주(이하늬)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실력있는 서평지청 검사 안유준 역을 맡아 검사로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직한 인물이지만 일상에서는 조연주만을 7년째 짝사랑 하고있는 순정남을 그렸다.

'원 더 우먼'이 지난 1월 제대후 첫 연기 복귀작인만큼 그동안의 연기를 향한 갈증과 목마름이 충분이 반영됐을 터였다. 지난 9일 스포츠한국과 화상 인터뷰에 나선 이원근에게 '원 더 우먼'을 선택한 이유부터 성공적으로 작품을 마치고 난 소감, 군 복무 시절 에피소드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로 데뷔할 당시부터 맑고 선한 마스크로 대부분 선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던 그답게 이날 대답의 화두는 "좋은 배우 이전에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 였다.

"사실 군대를 전역할 당시에는 제대하고 나서 친구들도 만나보고 선배님들도 찾아뵙고 부모님과 여행도 갈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국이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제한돼 있었죠. 그런 시기에 '원 더 우먼' 대본을 접했는데 저희 드라마 시청자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사이다성 대사들도 많고 이런 우울한 시국에 마음을 속시원하게 해주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읽고만 있어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실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분들 입장에서 얼마나 재미있으실까 싶었죠.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어요."(웃음)

'원 더 우먼'은 첫 회 시청률 8.2%에서 시작해 최종회가 첫 방송 시청률의 2배가 넘는 17.8%에 마루리 됐을 정도로 인기리에 방영됐다. 이원근은 시청률의 1등 공신으로 코미디가 8할에 로맨스 멜로가 살짝 가미된 드라마의 특징과 이번 드라마를 통해 팔색조의 매력을 펼친 선배 이하늬를 꼽았다.

"사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열심히 하지 않는 배우나 스태프는 없어요. 드라마의 성패가 시청률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좀 속상하고 잔인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는 시청률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그래프를 그려서 행복했죠. 이 우울한 시국에 누군가 날 대변해주는 내용이기에 인기가 높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하늬 선배 공이 컸죠. 대본을 보면 이하늬 선배가 나오지 않는 신이 거의 없어요. 대사량부터 엄청 나고 정말 현장에서 대사 NG를 한 번도 내시는 걸 못봤어요. 집중력과 컨디션 관리, 체력 관리 등을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보기도 했죠. 정말 옆에서 많이 배웠어요. 좋은 사람들이 만나 좋은 현장을 만들고 또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길잡이처럼 느꼈어요. 이하늬 선배는 늘 에너지 넘치고 힘이 넘치셨죠.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세요."

이원근은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의 아역으로 데뷔해 KBS 2TV 미니시리즈 '발칙하게 고고'와 tvN '굿와이프'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영화 '그물', '여교사', '환절기', '관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다. 데뷔 이후 쉼 없이 연기해온 만큼 2년 여 군복무 기간은 그가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의 시간이 됐다.

"군생활을 하면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좋은 배우이기 이전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가장 고민했죠. 저희가 일하는 현장은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일하는 곳이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상태로 일하면 삐걱거리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어떤 아들이고 친구이고 배우였는지 돌아봤어요. 그동안 못챙겨 봤던 작품들도 시간 날때마다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봤고요. 현장에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모습들이 군대에 가서는 돌이켜 볼 계기가 생기더라고요. 아직 좋은 사람에 대한 정의는 못내렸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삶의 경험을 통해 지혜가 좀 더 쌓일 것 같아요. 그 때 정의내려보려고 합니다."

이원근이 '좋은 배우 이전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매번 되새기게 된 데는 공무원이셨던 부친의 영향도 크다.

"아버지가 항상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안일해지는 순간 헛점들이 나오기 마련이라고요. 그러다 보면 제 사람이라도 잃게 될 수 있죠. 아버지께서 항상 인사 잘 하고 다니고 저보다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늘 이야기하세요. 공무원 생활하시면서 느끼셨던 걸 많이 알려주시죠. 예전엔 무슨 말씀인지 잘 몰랐다면 이제 너무 알겠어요. 항상 감사하죠."

'원더우먼'에서 연기한 안유준 검사는 선배 조연주 검사(이하늬)를 오래 짝사랑해온 해바라기남이지만 실제 검사로서는 칼날 같은 날카로움을 지닌 인물이었다. 연출자인 최영훈 PD는 이원근의 착해 보이지도 또 너무 나빠보이지도 않는 모호한 느낌이 안유준과 딱 맞춤이라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하늬 선배님만을 바라보는 연하남 설정이고 해바라기 설정이지만 직업적으로는 남자다운 느낌이 있어야 했어요. 직업적으로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묻어나오는 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보통 저한테 소년미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어릴 때 많이 들었지만 사실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 편차가 커요. 웃지 않을 때 '원근이는 화 났냐'는 이야기도 자주 듣지만 배우로서 화면에 잘 담길 수 있는 느낌이 있다면 또 그런 느낌들을 잘 다듬을 수 있다면 좋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유준이를 표현할 때 오랜 친구 같은 따뜻한 연하남을 주문하셨어요. 그런 모습도 지녔지만 드라마 엔딩 무렵 연주가 큰 사건에 개입되기 때문에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표현해야 했는데 멜로의 감정을 눈빛이나 표정에 드러내려고 노력했고 또 반대로 법정에서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건국대 영화학과 동기인 방탄소년단 진과 이원근이 학창 시절 함께 고기 12인분을 한 끼에 먹은 에피소드는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다. 군 제대 이후 진과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수줍은 답변이 돌아왔다.

"서로 데뷔하고 나서 활동이 바쁘다 보니 이후 자주 연락하고 지내지는 못했어요. 방탄소년단이 글로벌한 가수가 됐고 석진이가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우선이니 건강 잘 챙기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야죠."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이원근은 미니시리즈부터 독립영화, 대박 시청률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왔다. 군대에서 시간을 보낸 2년여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8년 넘게 배우로 지내온 만큼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자로서의 장점이 궁금했다.

"저만의 장점이요? 제 장점을 찾으려면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열등감만 쌓인다고 생각해요. 열등감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저를 가두고 속박할 수도 있거든요. 다른 분들 작품을 볼 때 저와 비교하기보다 그 분들이 잘 표현해내신 점을 생각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되새겨 보는 편이에요. 비교를 통해 너 스스로를 승리자로 만들거나 패배자로 만들지 않는 타입이에요. 현장에서는 매번 어떻게 하면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안정적 역할보다는 도전도 하고 쓴맛도 보면서 나에게 맞는 단맛은 무엇인지 하나씩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작품들에 도전해왔고 그 도전들이 제게 뼈와 살이 되주었죠."

이원근이 스스로 꼽는 자신의 대표작 3편은 데뷔작인 MBC '해를 품은달'과 KBS-2TV '발칙하게 고고', 그리고 최근작인 SBS '원더 우먼'이다.

"저를 데뷔하게 한 작품이니 '해를 품은 달'은 분량이 적고 아역 출연이었지만 의미가 꽤 깊어요. '발칙하게 고고'는 저를 배우로 데뷔하게 해준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 회사를 차리고 처음으로 함께 한 작품이어서 제게 소중합니다. 그리고 군 전역 후 저를 복귀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제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큰 대표작 '원더우먼' 이렇게 세 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겸손과 겸양의 태도로 일관했지만 이제 막 배우로서 또 다른 전성기에 나서는 이 청년 배우에게 장인의 고집이 느껴졌다.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 늘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열심히 지내면서 만족하지 않는 거예요. 아직도 많이 배우고 싶어요. 모든 배우들이 그럴텐데 만족하는 순간 발전은 없다고 봅니다. 자기 연기에 만족하고 안일해지는 순간 성장은 없어요. 결코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쭉 나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사람의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느슨해지지 않고 나 자신에게 당근만 주는게 아니라 채찍질 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좋은 사람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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