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나혼자산다' 연출

의외성 강한 인물 발굴하고파

편안한 방송으로 오래 사랑받길

'나혼자산다' 허항PD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혼밥, 혼술, 혼영. 바야흐로 혼자의 시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이같은 '나홀로' 트렌드를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2013년부터 1인 가구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국내 대표 장수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다. '나혼산'을 5년간 이끌었던 황지영PD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월부터 '나혼산'의 연출을 맡은 허항PD는 10월 21일 스포츠한국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을 직접 풀고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나혼산'은 특수한 프로그램이에요. 금요일 밤에 방송되면 다음날 아침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클립 영상이 메인에 뜨는 방송이죠. 그 인기가 굉장히 감사하지만 친근하게 느끼시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정말 섬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연출을 맡으면서 고민은 많았어요. 새 프로그램이라면 맨바닥부터 제가 좋아하는 색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면 되는데 이미 너무 많은 사랑을 받는 방송이라 변화, 현상유지 사이에서 고민이 컸죠. 하지만 PD가 바뀌었다고 기존 색깔을 확 바꾸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기존 공감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캐스팅, 편집, 촬영 기법으로 조금씩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중이에요. 매주 방향키를 조정하면서 가고 있습니다."

허PD는 남다른 센스와 연출력으로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 '쇼! 음악중심', '능력자들' 등 다수 프로그램들의 인기를 이끌었다. 그가 합류한 지 8개월차, '나혼산'은 여전히 금요일 밤 최강자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아누팜 트리파티가 출연했던 지난 22일 방송은 시청률 7.7%(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5.1%(수도권 기준)로 금요일 예능 1위를 차지했다.

"'나혼산'의 인기 비결요? 어떤 사람을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팔로우하는 포맷이 강력한 것 같아요. 지금껏 거쳐간 수많은 제작진 분들이 계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굴하셨고 인물의 매력도가 더해져서 '금요일 밤엔 나혼산'이라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저 역시 초창기에 조연출로도 함께 했고 여기서 입봉을 해서 저한테도 남다른 의미의 프로그램이에요."

사진=MBC
여전히 건재한 '나혼산'이지만 어느덧 9년째 똑같은 포맷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톱스타들의 초호화 집, 차 등 화려한 일상이 공개되면서 정서적 괴리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 가운데 최근 김광규와 같은 원년멤버가 복귀하면서 '나혼산'에게는 초심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허PD 역시 이런 반응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올해는 새로운 라이징 스타들, 독립초년생이자 사회초년생들을 섭외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남윤수, 표예진, 김경남, 이은지, 박재정씨처럼요. 저희는 어떤 인물의 주거형태나 직업, 연차보다 그분의 싱글 라이프가 좋은 영향력을 끼칠 것 같을 때 섭외해요. 혼자 사는 이야기 자체가 주목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좋은 집이 좀 더 조명받는 것 같아요. 애초에 그런 의도는 없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계속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진에게 섭외는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나혼산'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의 취지와 꼭 맞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일은 실제로도 가장 많은 공이 든다. 허PD는 "그 시기에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을 찾는다"며 가장 기획의도와 맞닿았던 출연자로는 배우 김경남과 남윤수를 꼽았다.

"두 분 다 예능이 처음이라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주신 게 많은 공감 포인트가 됐어요. 특히 김경남씨는 집에서는 혼잣말조차 안 하셔서 오디오가 아예 없었어요. 그야말로 '뮤트'인데 그게 예능이 되는 건 '나혼산' 뿐일거예요. 사실 혼자 있는데 말할 일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공감이 됐던 것 같고. 남윤수씨는 야무지게 살림하고 저녁에 할머니랑 통화하고 그런 모습이 20대 자취생의 모습 그대로여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다고 들었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우리 일상과 가까이 있는 게 '나혼산'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죠."

'나혼산'이 매주 띄우는 건 출연자들의 이름 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 사용하는 물건, 방문하는 장소 하나하나가 유행이 되고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관심도가 높은 만큼 논란도 많았지만 '나혼산'은 끊임없는 부침 속에서도 시대를 반영하고 예능계를 선도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독 여러 이슈가 불거지는 건 그만큼 '나혼산'을 친숙하게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원래 친한 친구가 실망시키면 더 상처가 크잖아요. 행복이든 실망이든 크게 받는, 태생이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나혼산' 제작진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시청자분들의 피드백에 귀기울이고 더 지혜롭게 개선해보려고요. 무엇보다 금요일 밤은 너무 피곤하고 한 주의 피로를 위로받고 싶은 시간이잖아요. 앞으로도 금요일 밤에 어울리는 편안한 방송으로 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는 새로운 얼굴에 목말라있어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의외의 인물, 예상치 못한 삶을 사는 분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더 새로운 '나혼산'을 위해 노력 중이에요. '나혼산'의 변화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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