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서 강대진 참사관 연기

류승완 감독·김윤석·허준호와 호흡 영광

모로코 100% 올로케이션 촬영, 팀워크 최고

배우 조인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IOK컴퍼니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영화 '안시성'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모가디슈'를 택한 배우 조인성(39)은 "연기 앙상블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7월 28일 개봉하는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류승완 감독과 '베를린' 제작진의 새로운 해외 도시 프로젝트로,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조인성은 안기부 출신의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와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 싶을 정도로 상상이 안 가는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류승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선택했어요. 상황이 확 바뀔 때마다 인물이 느끼는 날것의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탈출 시퀀스에서 제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본능적인 표정이었어요. 생존 앞에서는 꾸밀 수 없는 얼굴이 나오는데 딱 그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강대진은 견제와 협조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눈치 빠른 인물이다. 급박한 위기에서도 빠른 판단력을 발휘해 상황을 역이용할 줄 안다. 조인성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를 구축했고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많은 호평을 받았다. 호연에 대한 칭찬이 나오자, 그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제 연기가 괜찮았다면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 덕분이에요. 꽃이 피려면 밭도 있어야 하고 관심도 받아야 하잖아요. 동료들의 사랑 덕분에 좋은 연기,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단지 제가 좀 큰 타이틀롤을 맡은 것뿐이죠. 주연이라는 부담은 있었지만 김윤석, 허준호 선배님이라는 두 거목과 감독님, 경험이 풍부한 동료배우분들이 든든히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제 몫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좀 심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더 연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있었고요."

조인성이 이야기한 것처럼 '모가디슈'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 중 하나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이다. 배우 김윤석,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등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이 빈틈없는 호연으로 몰입도를 더한다. 여기에 '베테랑', '베를린' 등의 굵직한 흥행작을 탄생시킨 류승완 감독의 다이내믹한 연출이 최고의 앙상블을 이룬다. 조인성 역시 이들을 향한 남다른 믿음을 표했다.

"김윤석, 허준호 선배님은 두 분이 서있는 샷만 봐도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시나리오엔 나와있지 않은 빈곳까지 채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어요. 40대를 앞두고 그동안 풀지 못했던 혼자만의 고민이나 물음표가 있었는데 물어볼 선배가 있어서 좋았어요. 두 분이 매번 용기를 주셔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죠. 류승완 감독님은 판단력, 결단력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그게 없었다면 이 프로덕션을 진행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얼마나 중압감이 크셨을까 싶기도 해요. 숙소에서 '자기야 순댓국 좀 남았니?' 하실 때 짠했어요.(웃음) '아 지금 순댓국의 에너지가 필요하구나' 그런 느낌이었어요. 하하."

코로나19 사태 이전, 아프리카 모로코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모가디슈'는 한국 스태프들과 모로코, 외국인 스태프들이 힘을 모은 영화다. '모가디슈' 제작진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방문할 수 없는 소말리아 대신, 이국적인 풍광을 재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기 위해 장장 4개월 간의 아프리카 로케이션 헌팅 과정을 거쳤다.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글래디에이터', '인셉션' 등에 참여한 현지 로케이션 매니저 모하메드의 추천으로 모로코의 에사우이라 지역을 촬영지로 선정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후반부 카체이싱 액션신은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이색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아찔한 순간은 없었어요. 감독님께서 이런 큰 프로덕션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하셨거든요. 그래도 생동감 있는 연출을 위해서 외피는 외피대로, 내피는 내피대로 더 공들였죠. 차 내부 장면이 더 어려웠어요. 좁은 공간에서 헤드뱅잉하듯 표현해야하니까 어느 정도로 몸을 움직여야 하나 싶더라고요. 카체이싱 액션신 소음이 심했을텐데 현지 주민분들도 많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특히 모로코 현지 스태프들의 도움이 컸어요. 외국 배우 분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언어를 넘어서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표현이 다를 뿐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같았어요. 이래서 연기를 예술이라고 하는구나 싶었죠."

특히 약 4개월간 진행된 모로코 올로케이션 촬영은 조인성에게 오랜만의 자유를 선사하기도 했다. "현장이 가까워서 좋았어요. 숙소에서 아무리 멀어도 걸어서 5분 거리에서 모든 촬영을 했거든요. 끝나고 다같이 모여서 얘기도 하고, 해외 올로케이션이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그렇게 자유로운 환경에 놓인 게 되게 오랜만이었죠. 아무도 저를 모르니까 고등학생 조인성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마음껏 돌아다녔어요. 걷다가 궁금하면 들어가보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기도 하고, 잠시 모든 것에서 벗어난 기분이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부터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 류승완 감독의 시원시원한 액션까지 올 여름 영화계에서 '모가디슈'에 거는 기대가 크다. '비열한 거리', '더 킹', '안시성' 등 다수의 작품에서 흥행보증수표로 활약한 만큼, 조인성의 새로운 매력에도 관심이 뜨겁다. 팬데믹으로 여전히 극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모가디슈'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름 관객을 기다린다.

"아무일이 없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느껴요. 관념적인 이야기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행복하다고 느낄 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의 저는 올 여름 관객 분들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코로나19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면도 있지만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캔다잖아요? 이 와중에 좋은 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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