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공영방송의 품위는 온데간데 없다.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 중 연이은 방송사고와 실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MBC 박성제 사장까지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해외 언론에까지 해당 논란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시청자들의 몫이 됐다.

시작부터 대형사고였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부적절한 자료사진과 자막으로 논란을 빚었다.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때 '대통령 암살 후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노출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넣었기 때문이다.

방송 직후 SNS,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적절한 표현을 향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외신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CNN은 "(MBC가) 공격적인 고정 관념으로 여러 국가를 묘사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 역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개회식 다음날인 24일 MBC는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다시 터졌다. 25일 진행된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의 경기에서도 부적절한 자막이 나왔다.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띄운 것이다.

결국 MBC 박성제 사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박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사진=MBC 캡처
박 사장의 공식 사과가 나온 날, 유도 중계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안창림은 지난 26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와 치열한 접전 끝에 동메달을 따냈다. 재일동포 3세인 안창림의 올림픽 첫 메달인 만큼, 전국민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다.

이 과정에서 MBC 캐스터는 안창림의 동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해 귀를 의심케 했다. 곧바로 "지난 5년간 흘려온 땀과 눈물, 그에 대한 대가가 충분히 이걸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지만 메달 색을 운운하는 구시대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콘텐츠 최고 책임자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약속한 MBC였지만, 여전히 실언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MBC의 거듭된 사과에도 국민적 공분은 거세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BC의 방송사고를 규탄하는 청원글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속에서 어렵게 열린 무려 5년 만의 올림픽이다. MBC는 어느 때보다 소중한 무대에 찬물을 끼얹었고, 민망함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떠안았다. 말뿐인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MBC의 실질적인 쇄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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