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서 정훈 역 열연

데뷔 후 첫 지상파 주연, 부담만큼 욕심나기도

액션 장르 영화 도전해보고파

배우 권혁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스튜디오앤뉴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일일드라마는 장거리 달리기에 비유되곤 한다. 단거리 달리기처럼 초반부터 스퍼트를 내기보다 긴 호흡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마지막까지 균형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일극을 완벽하게 해낸 신예가 있다. 배우 권혁(32)이다. 데뷔 후 첫 지상파 주연작이란 부담감은 외려 힘찬 동력이 됐다.

7월 1일 서울 강남구 스튜디오앤뉴 사옥에서 만난 권혁은 직접 쓴 쪽지를 건넸다. 짧은 감사 인사였지만,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 연기든, 인터뷰든 매순간 진심을 담는 그의 진정성이 묻어났다. 2020년 JTBC '우아한 친구들' 이후 지상파 주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권혁은 "부담만큼 잘 하고 싶은 욕심도 컸던 작품이다. 부족했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 뿌듯하다"며 웃어보였다.

2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는 정통 궁중요리 대가의 비법 손맛을 타고난 영신(정우연)과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권혁은 내면에 깊은 아픔을 가진 정훈 역을 맡았다.

"정훈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뭔가에 몰두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공에 대한 열망을 키웠죠. 늘 그렇게 문제 해결을 하다보니까 본인 감정이 우선인 사람이 됐고 가끔은 남들에게 상처도 주고 이기적인 선택들을 하는데 결국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그 속에 파묻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면에서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극복해나가는 정훈이가 대단하게 느껴졌죠."

정훈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골로 낙향해 오직 공부만이 비참한 시골생활에서 벗어날 방법이라 생각하고 의대 진학을 목표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권혁은 정훈의 고등학생 시절부터 20대까지 성장과 변화를 안정적인 연기로 그려내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정훈의 감정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그걸 표출하는 방식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촬영 중반부쯤 한번 고비가 왔어요. 그때 선배님들 대기실을 돌면서 정말 많은 조언을 얻었어요. 재희 선배님을 비롯해서 감독님, 스태프분들까지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특히 용구 삼촌 역을 맡은 한정호 선배님이 '어차피 너랑 정훈이는 다르니까 너무 정훈이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의 편에 서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얘기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부터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나고 즐거웠어요. 다 선배님들 덕분이에요."

'밥이 되어라'는 배우 정우연, 재희, 김혜옥, 남경읍, 변우민, 이루, 김영호, 오영실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과 ‘당신은 너무합니다’, ‘여자를 울려’, ‘금 나와라 뚝딱!’을 집필한 하청옥 작가와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데릴남편 오작두’ 등을 연출한 백호민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특히 백호민 감독은 과거 권혁이 출연했던 단편영화를 보고 그를 정훈 역에 캐스팅했다. 권혁이 2018년부터 2~3년간 스무편 가까이 찍은 단편영화들은 당시엔 작은 도전이었지만 착실하게 쌓이고 쌓여 지상파 일일극 주연까지 이끄는 힘이 됐다.

"대학에서는 관광개발학, 경영학을 전공했고요, 군대 전역 후에 1년 정도는 취업하려고 영어학원도 다니면서 토익 스피킹 점수도 따고 원서도 넣고 그랬어요. 근데 어느 날 '취업하면 행복할까?' 싶더라고요. 그러다 어릴 때 꿈이 생각났어요. 중학교 때 '타이타닉'을 보고 막연하게 연기에 대한 꿈을 꾼 적이 있거든요. 영화를 보고 위로받은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내가 진짜 될까?' 싶어서 아무한테도 말은 못했는데 한번쯤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무작정 연기 학원에 가서 1년 정도 배웠죠. 첫 단편영화는 100원도 안 받고 출연했어요. 가진 것도 없고 경력도 없으니까 소중한 경험을 얻는단 생각이었죠. 매일 열심히 프로필을 보내다보니 조금씩 오디션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28살에 시작한 연기는 이제 권혁 인생의 전부가 됐다. 밤을 새워 연습하고 대본을 탐독해도 그저 행복하다고. 그는 "30대라서 불안하고 초조할 때도 있지만 그동안 쌓은 인생 경험만큼 오히려 더 많은 배역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제 나이에 맞는 배역은 무궁무진하니까 잘 준비하다보면 언제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액션 장르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내일부터 액션스쿨에 가기로 했어요. 킥복싱도 배우고요. 쉬는 동안 이것저것 배워두면 언젠가 활용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아주 어릴 때 꿈은 야구선수였어요. 친척 형이 프로야구선수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항상, 공이나 글러브를 갖고 놀았거든요. 운동은 다 좋아해요. 이번엔 열심히 식단 관리해서 보디프로필도 찍었고요, 평소에도 몸 쓰는 걸 좋아하고 또 잘 하는 편이에요. 언젠가 액션 장르에서 연기할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어요."

이제 막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권혁은 더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채울 수 있길 소망했다. 무슨 일이든 마음 먹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어떤 배역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전 제가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됐어요. 꿈을 이루는 데 늦은 나이란 없지만, 2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보면 남들보다 좀 느린 출발이라고 볼 수도 있죠. 근데 전 오히려 좋은 출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 시작했으면 더 빨리 그만뒀을 수도 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많은 사회 경험을 했고 이제서야 진짜 즐거운 일을 만난 거예요. 앞으로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절대 현실과 타협하거나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연기란 길을 찾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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