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제한'서 은행센터장 성규 열연

고강도 액션, 카체이싱 직접 도전

여전히 좋은 연기 목말라

배우 조우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J EN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6월의 스크린, 배우 조우진(42)이 도심추격스릴러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다. 무려 데뷔 22년 만의 첫 단독 주연작이자, 올 극장가 여름 흥행 시즌의 포문을 여는 기대작이다. 조우진은 “한일전 단두대 매치를 앞둔 선수의 마음을 공감하고 있다”며 긴장 섞인 설렘을 드러냈다.

6월 23일 개봉한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도심추격스릴러다. 조우진은 선악이 공존하는 은행센터장 성규를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엔 거절했어요. 이야기 만듦새나 역할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겁이 났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만난 감독님의 눈빛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어떻게든 당신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이 용암처럼 들끓고 있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덥석 손을 잡고 같이 해보자고 했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힘센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 때보다 제작진 분들의 열정이 뜨거웠던 현장이었습니다.”

‘발신제한’의 성규는 성과를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능력주의 은행센터장이다. 평범한 출근길, 아이들과 함께 폭탄이 설치된 차 안에 갇히게 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조우진은 94분의 러닝타임 내내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성규의 절박한 감정 선을 이끌고 간다. 차량 운전석이라는 제한된 공간, 상반신에 집중한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열연을 보여주면서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과시한다. 촬영 이후 혈압이 올라 혈압약까지 먹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는 그의 집요한 캐릭터 분석력이 엿보인다.

“성규가 짧은 시간에 성장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밀도였어요. 하나의 감정도 세분화시키면 굉장히 다른 게 매 찰나 펼쳐지거든요. 그걸 제대로 보실 수 있도록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연기했어요. 말하자면 ‘발신제한’은 감정의 변화를 찰나에 담아서 표현하는 영화이고, 그 찰나를 건지기 위해서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연기 기술이 아니라 최대한 나를 그 상황에 빠뜨리는 방법뿐이었어요. 그래서 느낀 그대로 튀어나오는 걸 담기로 했죠.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요, 스태프들과 감독님의 디렉팅 덕분에 가능했죠. 사고 위험도 있고 신경 쓸 게 많아서 정신이 혼미할 때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다잡았어요. 평소에 입이 짧다는 소리를 듣는 편인데 이번엔 체력을 위해 영양제도 챙겨먹고 매 끼니 꼬박꼬박 먹었답니다.”

특히 ‘발신제한’은 앞서 ‘더 테러 라이브’(2013), ‘설국열차’(2013),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 등의 편집을 맡았던 김창주 감독의 노하우가 듬뿍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 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카체이싱과 조우진의 감정 연기를 동시에 담기 위해 차 지붕을 뜯어 카메라를 설치하는가 하면, 러시안 암과 드론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를 만들었다.

“차에서 하는 거의 모든 액션은 제가 다 했어요. 감독님께서 같이 차를 타고 있는 듯한,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순간을 담고 싶어 하셨고, 저는 스태프들만 믿고 도전한 것이죠. 철저한 계산으로 설계했지만 돌발 상황은 언제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치열하게 대비했어요. 위험해질 것 같으면 전문가 도움도 받았어요. 특히 구남로 돌진 신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로 따지면 명동쯤 되는 곳인데 그 큰 길에서 액션을 설계하는 스태프들을 보고 처음엔 ‘이 사람들 미쳤구나’ 싶을 만큼 놀랐죠. 매 골목마다 통제하고 꼭대기엔 사령관 역할을 하는 스태프도 있었어요. 촬영 전에 각 블록마다 ‘통제됐습니다’ 무전 다 듣는 것만 1분이 넘게 걸렸죠. 마치 군사작전 같았어요.”

이 모든 액션이 가능했던 건 부산시의 전격적인 협조 덕분이었다. 제작진은 부산시와 해운대구청,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부산 100% 대규모 올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카체이싱은 실제 부산 도심을 달리며 촬영해 더 생생하고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해온 부산 해운대와 시가지를 감상하면서 보는 맛이 있어요. 일상이 비일상이 될 때의 공포가 아름다운 부산 풍광 앞에 펼쳐지는데 새로운 느낌이죠. 특히 감독님의 열정이 엄청났어요. 제 목소리를 담으려고 차 안에 마이크만 열 몇 대를 달았어요. 보통 한 두 대인데. 수많은 장비를 보니까 한 컷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전투적으로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새롭고 지독한 시도가 많았던 만큼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불과 6년 전, 영화 ‘내부자들’(2015)의 조상무 역으로 영화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후 조우진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쏟아지는 러브콜 속에서 ‘국가부도의 날’(2018), ‘돈’(2019), ‘봉오동 전투’(2019) 등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이제 한국 영화계의 중심이 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는 “데뷔 초와 달라진 건 없다”며 소신을 밝혔다.

“‘내부자들’ 때도 감격스러웠지만 이번에 ‘발신제한’ 첫 포스터가 나왔을 때 소리 없이 울었어요. 1999년에 50만 원 들고 상경했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영화는 저한테 꿈이거든요. 그때를 생각하면 ‘발신제한’은 정말 기적이죠. 저는 여전히 좋은 배우가 꿈인데요, 스스로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여태 해온 것처럼 계속 꿈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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