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서 치명적인 마피아 변신

낯설지만 신선한 매력에 끌려

작품 인기, 끈끈했던 현장 분위기 덕분

배우 송중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하이스토리디앤씨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와 드라마에서 얻는 기쁨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반가웠던 '빈센조'와 배우 송중기(36)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로고스필름) 최종회는 수도권 기준 평균 16.6% 최고 18.4%, 전국 기준 평균 14.6% 최고 16.2% 시청률을 기록하고 자체 최고를 경신,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석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송중기는 달콤한 비주얼에 살벌한 마피아 본성을 지닌 빈센조로 열연했다.

"낯설지만 너무나 신선해서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처음엔 '이런 설정이 먹힐까? 너무 오버 아냐?'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근데 개인적으로는 확신이 있었어요. 드라마 설정 자체에 공감했고 매력을 느꼈고,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기 위한 최고의 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해요."

빈센조는 냉철한 전략가이자 철저한 복수주의자다. 한국에 온 이후 변종 빌런과 마주하고 악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하는 '다크 히어로'로 변모한다. 그는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선인의 모습과 악에는 더 큰 악으로 대항하는 악당의 면모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다소 귀엽고 허당미 넘치는 면모로 웃음을 선사하지만 악을 응징할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다.

"악을 악으로 처단한다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혼란스러웠어요. 근데 빈센조는 변명하거나 자기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판타지였죠. 빈센조가 성장했을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극악무도한 악인이고 똑같은 빌런이라. 그래도 주지 스님과의 대화, 가르침을 통해서 좀 내려놓고 내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초반엔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인물인줄 몰랐어요. 1부 촬영 때 5부 정도의 대본이 나오는데 점점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악하더라고요. 그래서 초반 판단 기준을 버리고 접근 방향을 바꿨어요. 그때부터 일부러 살을 많이 빼기도 했죠."

캐릭터 이름을 내건 작품은 배우에게 설렘이자 부담이다. '빈센조'는 지난 2019년 tvN '아스달 연대기' 이후 약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만큼, 송중기에겐 도약의 발판이 될 무대였다. 이에 그는 전에 본 적 없는 어둡고 섹시한 얼굴, 정교한 액션, 풍부한 감정 연기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송중기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합이 잘 맞은 덕분"이라며 함께 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원톱물'이라는 타이틀에 신경 쓰진 않았어요. 근데 방송이 시작되면서 '아 내 캐릭터 이름이 드라마 제목이지!' 하고 그때부터 의식했어요. 만약 처음부터 '원톱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은 있지만 저 혼자 힘으로 끌고 나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여럿이 함께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금가프라자 멤버들이 함께 하는 과정이 시놉시스부터 뚜렷했고 실제로도 배우들이랑 끈끈했어요. 제가 너무 행복했고 만족했고 사람들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낀 현장이었어요."

드라마 속 금가프라자의 주역들 모두 넘치는 개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빈센조와 홍차영(전여빈)의 호흡은 '빈센조'의 흥행을 이끈 핵심이었다. 송중기와 전여빈은 메이킹필름까지 화제를 모을 정도로 훈훈한 호흡을 과시했다.

"아무래도 '빈센조'가 블랙에 가까운 블랙코미디라서 러브라인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만족해요. 빈센조가 한국에 와서 제일 많이 붙어있던 사람이 홍차영인데 위안도 받고 자극도 받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을 거예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을까요? 공감했던 지점이고 분량도 되게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전여빈씨는 모든 배우를 통틀어서 최고로 정이 많이 붙었어요.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고 거의 매일 붙어있었어요. 심성이 좋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이에요. 여빈씨의 열정은 이번에 다 느끼셨을 거예요. 엄청난 배우의 시작을 함께 해서 영광이었어요."

장르적으로 블랙코미디를 내건 '빈센조'는 타이틀에 화끈하게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세련된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개, 흥미진진한 액션이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유머 코드를 배치해 몰입감을 더했다. 송중기는 코믹,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코드를 완벽하게 넘나들면서 다시 한번 독보적인 존재감을 입증했다.

"코믹한 시퀀스를 연기할 때 신선했어요.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했다기보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기관이 생긴 기분이에요. 코믹 연기를 안 해봐서 걱정이 컸는데 현장에 잘 하시는 선배님들이 워낙 많았거든요. 그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코믹하다고 웃기려고 하면 안 되고 오히려 진지해야 하는구나' 그런 것들을 배웠죠. 늘 보던 제 얼굴이지만 새롭게 느낀 지점인 것은 확실해요."

악을 악으로 징벌하는 '다크히어로'는 이제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다소 과격한 전개에 비현실적인 방식이더라도 답답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빈센조'가 마지막까지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판타지적이죠. 그동안 권선징악 코드는 많았지만 악한 사람이 악당을 무찌른다는 내용은 혼란스럽잖아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데 또 시청자들을 설득하니까요. 빈센조도 가치 판단이 안 되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답을 내려주지 않은 엔딩에 만족해요. 히어로라는 말도 쓰고 싶진 않아요.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통쾌하셨다면 현실에 나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거예요. 어젯밤에 뉴스만 봐도 나쁜 사람들 많더라고요. '빈센조'로 쾌감을 느낀 분들이 많다는 게 어떻게보면 슬픈 현실 같아요."

올해 '빈센조'로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송중기는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일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을 중단했던 영화 '보고타'(감독 김성제)를 마무리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저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정말 믿어요. 그래서 만약 제가 변신했다고 느끼셨다면 너무 공감가는 대본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공감하는 대본을 만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연기가 천지차이거든요. 박재범 작가님의 대본에 정말 공감했고 또 김희원 감독님께서 캐릭터가 잘 표현되게끔 효율적으로 연출해주셨어요. 그래서 확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으셨나봐요. '빈센조'로 8개월 동안 달려와서 좀 쉬고 싶지만 또 차기작을 고민 중이에요.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 생기면 쉬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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