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성진
▶ 편곡·작곡자이자 명 세션 키보디스트
▶ 원더걸스, 휘성, 유종신, 유희열, 박효신, 비
▶ 김조한, 이승철, 스윗소로우 등등 많은 가수 세션
▶ 2005년 서울예대 ‘전체 수석’ 입학
▶ 아버지는 MBC관현악단 기타리스트
▶ 어머니는 KBS 합창단원 출신
▶ 김승호·최인성과 ‘짐 앤 프렌즈’ 활동 병행
▶ “태연, 가창력 너무 탁월해 놀랐다”
▶ “인피니트 음악은 밴드와 잘 어울려”
▶ “러블리즈, 각 멤버 목소리 색깔 뚜렷”
▶ “윤종신, 배울 게 너무 많은 선배”
▶ 버트 바카락 같은 좋은 편곡자 되고파
▶ 롤랜드, 커즈와일, 앤소니큐 등등
▶ 30여 종 넘는 신스/장비 보유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최근 가요계에서 송성경(34)은 시티팝, 레트로 사운드를 대표하는 편곡/작곡가이자 세션 키보디스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70~80년대의 올드팝 사운드에 푹 빠진 그 취향은 연희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작업실엔 70년대 블랙뮤직과 팝 LP가 쌓여 있었다. 장비 또한 신시사이저 역사에 길이 남을 몇몇 명기와 드럼머신이 눈에 들어왔고 예전에 인기를 얻던 구형 ‘소니 워크맨’, 심지언 화장실의 쓰레기통까지 복고적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에겐 일상 자체가 레트로였던 것이다.

송성경은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GOD, 이승철, 윤종신, 세븐틴, 정준일, 휘성, 정인, 스윗소로우, 2009년 비 아시아 투어와 2011 박효신 전국 투어 등등 많은 스타 가수 세션 및 KBS2 불후의명곡, JTBC 슈가맨 등 방송 세션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인피니트와 러블리즈 밴드마스터로도 활동 중이다. 인피니트 ‘눈을 감으면’의 편곡자이기도 하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송성경은 부모의 영향으로 걸음마 단계부터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 송만호는 기타리스트로 MBC관현악단에서 일했고 현재까지 공연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 유청심 또한 KBS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한 전직 음악인이다.

사진=조성진
아버지 송만호는 특히 록과 퓨전재즈를 좋아해서 항상 관련 장르의 음악을 틀어놓았다. 송성경은 2~3살 무렵에 이미 리 릿나워, 데이브 그루신, 두비 브러더스, 랜디 크로포드 등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된다.

“어린 시절, 집의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LP가 있던 게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중3 때 접한 딥퍼플의 라이브앨범은 그의 인생 분기점이 됐다. 존 로드의 현란한 키보드 연주를 들으며 건반 연주자가 너무 멋지다고 여긴 것이다. 키보디스트로서의 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연고(실용음악)에 재학 중일 때 정원영에게 개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이때 정원영으로부터 빌리 프레스턴의 음악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존 로드에겐 키보드의 거친 록의 질감의 연주와 톤 구사 등을 배웠고 빌리 프레스턴에겐 특유의 블루지함과 섬세한 터치 등을 익히게 된 것이다.

송성경은 2005년 서울예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해 만 19세의 나이로 명 보컬 김조한 무대에 함께 서며 건반 세션 연주자로 데뷔했다. 이어서 2006년 산울림 공연 세션 등으로 이어지며 송성경은 어린 나이에 건반 세션계에서 주목받는 재원으로 도약하기에 이른다.

세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는 와중에도 그는 뮤지 1집을 작업하며 편곡자로도 데뷔했다.

2009년엔 당대의 슈퍼스타 비 아시아 투어 세션으로 동행했다. 무려 24곳의 무대를 도는 비의 이 아시아 투어는 두 개의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코러스&댄스까지 대규모의 연주 편성이 돋보였다. 이렇게 하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든 투어였지만 100% 리얼 연주를 고집하며 양질의 높은 퀄리티를 선사해 국내외에 화제가 된 바 있다.

2011년엔 인피니트 월드투어에 함께 했다.

“인피니트 소속사 대표님은 사람을 채용하면 절대 바꾸지 않는, 의리가 대단한 분입니다. 스타 및 스텝진에 대한 존중도 대단하죠. 인피니트의 이 월드투어는 댄서를 줄이고 밴드 편성을 강화한 시스템이 돋보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아이돌 사상 초유의 일이죠. 제반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인 면을 고집하는 소속사와 대표님의 시각을 잘 알게 하는 일화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던 중 남미 투어 당시 공연장소의 고도가 너무 높아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 이후 줄곧 송성경은 인피니트와 함께하고 있다.

송성경이 애용하는 신시사이저의 명기 롤랜드 주노-6(중앙). [사진=조성진]
“인피니트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 칼군무는 너무 멋지고 탁월하죠. 음악 또한 퍼펙트입니다. 인피니트야말로 밴드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음악을 구사합니다.”

송성경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러블리즈 밴드마스터로도 활동 중이다.

“러블리즈 또한 매력적인 팀으로, 일단 곡이 너무 좋습니다. 멤버마다 목소리 색깔이 뚜렷해서 편곡하기에 더욱 각별한 재미를 더해주는 팀이기도 해요.”

김현철의 원곡을 2019년에 소녀시대 태연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춘천가는 기차’도 화제였다.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이 곡에서 편곡을 맡은 송성경은 태연의 노래 실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태연의 ‘춘천가는 기차’에선 베이퍼웨이브 장르를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세련된 느낌/진행으로 편곡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잘하고 싶어 욕심도 많이 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태연의 노래를 듣는 순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돌 출신이니 연예인이니 하는 수식어로 폄하하기엔 정말 가창력이 너무 탁월한 가수였습니다. 태연은 음색도 너무 좋아서 귀가 솔깃했을 정도죠. 태연 이야말로 진짜 보컬이었습니다.”

송성경은 현재 30여종이 넘는 신스/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린 ‘그 여름 밤’을 작사 작곡한 이규호 또한 진짜 천재인 것 같아요. 린의 ‘그 여름 밤’은 원곡이 너무 훌륭해 편곡 작업하는 데엔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었어요. 이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규호 형님의 곡 쓰는 역량은 정말 탁월합니다.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작곡 감성은 물론 섬세한 가사 쓰기도 대단하죠. 규호 형님이 쓴 곡은 어떤 작품을 들어도 그 곡에 몰입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장재인 ‘아마추어’는 송성경의 첫 시티팝 작품이다. 그런데 기타-베이스-드럼 모두 혼자 작업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월간 윤종신’은 송성경이 더욱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다. 지난 2011년 윤종신과 첫 만남 이래 현재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종신 형님은 정말 배울 게 너무 많은 선배 음악인인 것 같아요. 작사와 작곡 역량은 물론 아이디어의 탁월함은 두말할 나위 없고 추진력 또한 놀라울 정도죠. 매달 꼬박꼬박 월간 윤종신을 낸다는 것 자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일입니다. 많은 양을 작업하면서도 언제나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송성경은 곧 선보일 월간 윤종신 리페어 시즌 작업을 앞두고 있다.

송성경은 현재 30여종이 넘는 신스/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송성경은 유희열과 작업하면서도 그 음악적 꼼꼼함과 강한 디테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유희열 형님은 편곡의 지루함을 특히 싫어하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주 중 잠시라도 편곡에 변화를 줘야 할 정도죠. 디테일도 엄청 강해요.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유희열 형님은 지금도 태블릿이 아닌 종이 오선지에 악보를 그려 와서 주문할 만큼 아날로그적 감성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송성경은 짐 & 프렌즈(Jim & Friends)의 멤버이기도 하다. ‘jim’은 드러머 김승호 별명인 짐승호의 ‘짐’에서 따온 것이다. 김승호, 최인성(베이스)과 함께 결성한 3인조 밴드다. 여기에 기타, 건반, 관악 등이 그때마다 가세하는 형태로 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짐 앤 프렌즈의 첫 앨범 타이틀 ‘406’은 서울예대 재학 중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던 원룸 406호실에서 따온 것이다. 제목만 봐도 서울예대 동문 출신의 밴드라는 걸 알 수 있다.

송성경은 현재 30여 종이 넘는 신스/건반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 ‘오타쿠’다. 웬만한 신스 계열 유명 기기는 두루 사용한 셈이다.

그가 생애 처음 샀던 장비는 하몬드(Hammond) 오르간이다. 중3 때 150만 원이나 주고 산 이 고가의 기기는, 물론 존 로드의 영향 때문이다. 고교에 들어가며 커즈와일 PC88을 구입했다. 당시로선 어쿠스틱 피아노 소리에 가장 근접했던 기기라 여겨 샀던 것이다. 이 커즈와일 PC88은 현재까지 소장하고 있다.

송성경은 현재 30여종이 넘는 신스/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커즈와일 PC88에 이어 송성경이 산 기기는 롤랜드 주노(Juno)-6다. 듀란듀란, 아하 등 80년대를 풍미한 팝스타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던 바로 그 신시사이저 역사에 길이 남을 명기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2010년 중고로 구입한 이래 아이엠낫 밴드, 사우스클럽, 그리고 윤종신 ‘내 타입’ ‘Night Drive’ 등 여러 곳에서 사용했고 현재까지도 그가 애용하고 있는 기기 중 하나다. “주노6은 하이노트(고음)에서 특유의 청량한 사운드가 매력입니다.”

주노6를 구입하던 시기에 코르그(KORG) MS2000도 샀다. 코르그 MS2000의 신스베이스 소리가 워낙 탁월해 지금까지도 그가 애용하는 기기 중 하나다. 뮤지 1집을 작업할 때 이 기기를 사용했다.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 연출이 탁월한 롤랜드 MKS-20 역시 송성경이 좋아하는 기기다. 롤랜드 JP8000는 신스 브라스 소리가 좋아서 선호하는 기기 중 하나다. 윤종신의 ‘Night Drive’ 중간 솔로부에서 사용했다.

샘플러와 신시사이저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의 앤소니큐(Ensoniq) TS12도 애용한다. 특유의 힘과 소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80년대 특유의 드럼 질감 연출이 돋보이는 롤랜드 TR-707 드럼머신도 아끼는 장비 중 하나다. 나얼 ‘Heaven’에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알레시스 SR16은 리버브 많은 ‘강하고 풍성한 소리’의 90년대 드럼 사운드 연출로 제격이라 이 역시 선호하는 기기다.

일렉트릭 피아노(EP) 소리 연출이 탁월해 송성경이 애용하고 있는 롤랜드 MKS-20.
“앞으로 무그(Moog) 연주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무그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고요. 최인성은 무그 베이스를 부드럽게 잘 사용하는 베이시스트죠. 그가 구사하는 프레이즈도 너무 좋습니다.”

송성경은 그간 작업한 많은 곡 중에서도 토이 ‘Goodbye Sun, Goodbye Moon’, 윤종신 ‘Frame’, 브라운아이드소울(브아솔) ‘Better Together’, 나얼 ‘Heaven’, 그리고 조원선 ‘그래 그건 그렇고’ 등을 특히 기억에 남는 곡으로 꼽았다.

“토이 ‘Goodbye Sun, Goodbye Moon’에선 F.R. 데이비스 스타일 사운드를 담아보려 했어요. 주노-6를 중심으로 작업했습니다. 윤종신 ‘Frame’은 스틸리 댄 느낌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브아솔 ‘Better Together’는 흑인음악 특유의 색깔이 잘 나와서 좋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나얼 ‘Heaven’은 백인이 하는 흑인음악, 소위 ‘블랙아이드소울’의 느낌을 내고 싶었죠. 조원선 ‘그래 그건 그렇고’는 제가 존경하는 롤모델 버트 바카락처럼 해보고 싶었어요.”

송성경은 버트 바카락, 빌리 프레스턴, 도니 해서웨이, 지노 바넬리, 홀앤오츠, 알 재로 등을 특히 좋아한다. 특히 버트 바카락은 따뜻한 음색은 물론 브라스 조합의 탁월함에서 그가 본받고 싶은 1순위 편곡자다.

“백예린의 음악을 들어보면 프로듀서 역량이 너무 좋은 걸 알 수 있어요. 거기에 백예린이란 최고의 목소리까지 갖추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트렌디함+오리지널리티 겸비한 최고의 보컬로는 브루노 마스를 꼽고 싶습니다.”

“편곡자로서 제가 작업한 곡에 좋은 댓글이 달리는 걸 볼 때 기쁩니다. 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 거리를 걷거나 라디오 등에서 흘러나올 때 어디론가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습니다.”

“BTS, 블랙핑크 등등 이미 세계적인 위치에 오른 가수들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음악인으로서의 역량도 탁월하지만, 또한 여러 히트곡에서 알 수 있듯이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디한 감각을 잘 갖춘 것 같아요. 김인철 교수가 ‘예전 곡들은 감정을 건드리면 됐지만 요즘 음악은 감각을 건드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너무 멋진 명언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최근 음악은 단지 음악뿐 아니라 영상 등 여러 분야까지 고루 신경 써야 하죠.”

송성경은 영화 등 각종 영상을 틀어놓고 작업하는 버릇이 있다. 영상 소리를 작게 하거나 뮤트시켜 놓은 상태로 작업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업실에도 메인 키보드 왼쪽에 영상 모니터가 따로 비치돼 있을 만큼.

그는 짐 자무쉬 감독의 ‘지상의 밤(Night on Earth)’을 인상 깊게 본 영화로 꼽는다. 그의 영화감상 스타일은 많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한다. 작업할 때 틀어놓는 영상도 이처럼 인상 깊게 본 영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지상의 밤’은 셀 수 없이 많이 봤다고.

송성경은 지인의 소개로 2014년에 디자이너인 아내를 만났다. 5년간의 열애 끝에 2019년 결혼했다. 강원대에 출강 중인 아내는 현재에도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신혼여행으로 미국을 갔는데 특히 포틀랜드는 그간 가본 곳 중 최고였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도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 중 1순위는 솔로앨범 발매입니다. 정규앨범이 아닌 싱글이라도 꼭 발매할 예정입니다. 버트 바카락, 빌리 프레스턴, 홀앤오츠까지 70년대 감성을 꾹꾹 눌러 담은 사운드를 선보이고 싶어요. 그리고 바쁠 땐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했는데, 얼마후 코로나까지 터져 너무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신혼여행 이후 여행을 한번도 가지 못했죠. 올해엔 꼭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버트 바카락 같은 훌륭한 편곡자로 기억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시티팝을 말할 때 송성경이란 존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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