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서 윤송아 역 열연

차기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영화 '보이스' 개봉 앞둬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데뷔 이후 고전적인 단아한 외모 덕에 '리틀 수애'로 불렸던 시절도 있지만, 원진아는 어느덧 영화 '롱 리브 더 킹'(2019/강윤성), '돈'(2019/박누리 감독),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라이프'(2018),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2019) 등 다수의 대표작을 보유한 단단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채윤 극본, 이동윤 라하나 연출)에서 직장 상사인 재신(이현욱)과 회사 후배 채현승(로운)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윤송아 역을 맡아 일과 사랑 모두에 열정을 다하는 커리어우먼을 선보였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수동적이고 보호받는 여성보다는 자신의 삶과 운명에 능동적이고 한 발씩 새로운 도전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원진아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도 일에 있어서 철두철미하면서도 전 남친 재신 때문에 얽히고 설키게 된 현승과의 삼각 관계도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송아를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표현해냈다.

'소리없이 강하다'고 했던 자동차 브랜드 카피처럼 꾸준히 캐릭터의 변주와 색다른 도전을 향해 한발한발 성큼 내딛었던 원진아는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연상호 감독)과 영화 '보이스'(김곡·김선 감독) 두 편의 개봉과 공개를 이어간다. 그야말로 소처럼 우직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한국이 원진아와 만났다. 그의 다부진 표정과 허스키 보이스가 섞인 딕션 좋은 말투를 들을 수 없어서 아위쉈지만 행간 사이사이 화양연화를 준비하고 있을 그의 마음가짐이 전달됐다.

- 한 드라마 안에서 두 명의 남자 캐릭터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았다. 송아의 매력을 무엇으로 설정했나.

▲ 윤송아는 매사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 바를 해내는 인물이고 이런 모습은 누구라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점 같다. 그리고 재신이나 현승 역시 그러한 송아의 모습에 처음 반하지 않았을까.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연인에게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일과 사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를 갖췄기에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 극 중 송아와 연하 후배 현승의 밀당 로맨스가 시청자를 설레게 한 일등공신이다. 로운과 연기 호흡은?

▲ 저와 로운 씨 모두 상대가 무엇을 하든 받아주겠다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장면이든 일방적인 연기나 감정이 아니라 함께 '맞춰 나간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그 호흡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 로운의 유연하고 긍정적인 모습에서 배우로서 책임감 또한 느껴져서 저 역시도 편하게 믿고 연기할 수 있었다.

- 이동윤 감독이 송아 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이야기해준 부분이 있나.

▲ 당시 이동윤 감독님이 배신한 전 애인과 새로 다가오는 연하남 사이 고민을 하는 원작 웹툰의 윤송아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송아가 보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비치기를 원한다고 하셨다. 원했다 하셨어요. 저 또한 송아가 일과 사랑 모두를 성취하고 싶어 하지만 마냥 욕심만 부리는 것은 아닌 탄력 있고 담백한 캐릭터라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한 매우 현실감이 있는 캐릭터라 봤다.

- 송아는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원진아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 사실 일과 사랑 중 무엇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 납득되진 않는다. 일과 사랑의 영역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극 중 송아 역시 무엇을 선택하고 포기했는지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만 보면 송아또한 일과 연애를 병행해왔다. 그 과정 속에서 시련도, 상처도 있었지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뿐, 송아 또한 결국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 데뷔 이후 쉼 없이 작품을 해왔다. '선배 , 그 립스틱…'은 어떻게 남을까.

▲ 작품을 끝내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늘 새롭고 다르다. 때로는 선배님들께 배웠던 점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고쳐야 하는 점을 반성하기도 한다. 때로는 현장이 마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데뷔작 '그냥 사랑하는 사이' 제작진과 오랜만의 재회로 행복했다. 물심양면 이해와 배려 속에 오롯이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동료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관계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고 신선했어요. 무언가 가르쳐주고, 누군가를 끌어준다기 보다 자유롭고 동등한 분위기 안에서 다 함께 방향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이동윤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 20대 중반에 데뷔해 미니시리즈와 영화 등 주연을 꿰차며 쉼없이 달려오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 데뷔가 늦었기 때문에 아직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주위에서 저에게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다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가장 장점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 앞으로 꼭 출연해보고 싶은 장르나 함께 하고 싶은 연출자가 있다면.

▲ 요즘은 시대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시대의 삶은 어떨지 접근해 보고 싶다,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새로운 세계관을 담은 작품에도 참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여자 선배님들과 길게 호흡을 나눠 본 경험이 없어서 선배님들과 함께 여성 서사를 그려보고픈 욕심도 생겼다. 특정 장르의 어떤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작품에 참여해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일까? 그려 본 적이 있나.

▲ 사실 아직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그때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인생이 저에게 어떤 걸 원할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이후 활동 계획은.

▲ 영화 보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보이스'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모든 것을 잃은 가정의 아내로, 또 '지옥'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지옥행 ‘고지’를 받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는 엄마로, 인간으로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과 극한의 감정들을 보여드리게 될 것 같다.이번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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