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삼광빌라!', '루카: 더 비기닝'서 열연

로맨틱코미디·악역, 상반된 이미지 즐겁기도

어떤 캐릭터든 잘 묻어나는 무채색 배우로 남고파

배우 진경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진경(48)은 작은 보폭만으로도 전혀 상반된 캐릭터와 장르를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배우다. 눈빛, 표정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 혹은 악, 그 외 어떤 캐릭터든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런 그의 진가는 최근 안방극장에서 크게 돋보였는데 KBS 2TV ‘오! 삼광빌라!’(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에서는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tvN ‘루카: 더 비기닝’(극본 천성일, 연출 김홍선, 이하 ‘루카’)에서는 어둡고 무거운 색채를 입고 양면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근 스포츠한국과 서면으로 만난 진경은 두 작품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소회와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저희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웃음) TV 보는 게 유일한 낙인 부모님께서 나흘 연속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저를 보면서 재미있어 하셨어요. 저도 전혀 상반된 캐릭터로 나오는 제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게 매주 기대되고 즐거웠습니다.”

진경은 지난 7일 종영한 ‘오! 삼광빌라!’에서 꼰대 짠돌이 남편 우정후(정보석)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이혼했지만 결국 재결합하는 정민재 캐릭터를 현실 밀착형 연기로 풀어냈다. 또 ‘루카’에서는 미스터리 종교의 교주 황정아로 살기 가득한 악역을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루카’의 황정아는 대놓고 악역을 처음 맡다 보니 누가 봐도 섬뜩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좀 더 흑화한 캐릭터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죠. 반대로 ‘오! 삼광빌라!’의 정민재는 부담감 없이 친근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연인 진경과 비슷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어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때로는 상대 배우에게, 때로는 즉흥적인 상황에 맡기며 자연스럽게 연기했어요. 그러면서 정민재의 친근함과 자연스러움이 완성돼 간 것 같아요.”

특히 ‘오! 삼광빌라!’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커리어를 찾고, 전 남편과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며 진정한 부부의 사랑을 되찾아 가는 정민재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 공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배우 정보석과 펼친 로맨스는 ‘중년 로코’의 색다른 재미를 줬다는 반응과 함께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저도 제 안에 ‘로코’의 피가 흐르는지 몰랐는데 ‘로코’의 피가 흐르더라고요(웃음).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 주시니까 좀 더 맛깔나게 살리고 싶었고 촬영 때마다 내 안의 ‘귀염 본능’을 총동원했어요. 사실 평소의 저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하다 보니 나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현장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게 됐어요. 현장 스태프들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욕심을 내니까 그 재미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의 사랑스럽고 유쾌한 매력은 ‘오! 삼광빌라!’의 인기를 견인한 힘이었다. 드라마는 마지막회 시청률 33.7%(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루카’ 역시 유전학, 인간의 진화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며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유의미한 평가를 받았다. 진경은 “배우들과의 좋은 호흡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 애정을 드러냈다.

“두 작품 모두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먼저 ‘루카’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웠지만 안내상, 박혁권 선배님 두 분이 워낙 재미있는 분들이셔서 빌런 3인방이 모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연기 호흡도 NG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잘 맞았어요. ‘오! 삼광빌라!’는 8개월 넘게 같은 작품을 하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였죠. 황신혜 선배님은 장난기가 많은 스타일이시고, 전인화 선배님도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시거든요. 모두들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을 즐길 수 있었어요.”

그는 두 작품 속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꼽기도 했다. “루카’에서는 극 중 김철수 역의 박혁권 선배와 서로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황정아와 김철수 두 사람의 진짜 빌런의 면모가 극대화됐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오! 삼광빌라!’에서는 마지막에 우정후와 화해하고 서로의 진심을 고백하며 뜨거운 포옹을 나눈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재결합을 많이 원했기 때문에 민재와 정후의 해피엔딩이 의미 있었고, 실제로 정보석 선배님과의 연기 호흡도 좋았던 장면이었어요.”

안방극장부터 스크린까지 전천후로 활약 중인 진경은 1998년 연극으로 시작해 올해 데뷔 21주년을 맞았다.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주목받은 뒤 MBC ‘여왕의 교실’, KBS 2TV ‘굿 닥터’,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피노키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영화 ‘감시자들’(2013), ‘암살’(2015), ‘베테랑’(2015), ‘마스터’(2016),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8) 등 장르불문 크고 작은 역할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진경 특유의 조화로운 연기야말로 여전히 그에게 수많은 작품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다. 진경은 “늘 가슴 뛰는 작품을 기다린다”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맥박이 두 배로 뛰는 작품이 있어요.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만나면 그 작품은 꼭 선택하는 편이에요. 사실 제가 가진 색깔이 무채색이라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와도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도 무채색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지난해 영화 ‘야차’, ‘발신제한’, ‘소년들’ 3편을 찍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개봉을 못했어요. 3편의 작품에서 또 각각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리게 돼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곧 새로운 드라마로도 인사드리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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