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런 온'서 순수한 미대생 이영화 열연

최수영과 로맨스 호흡 영광

'런 온' 따뜻한 대사로 위로 받기도

배우 강태오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맨오브크리에이션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드라마, 영화의 등장 이후 가장 오래 사랑받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연하남이 아닐까. 스테디셀러엔 이유가 있다. 무조건 어려서 인기인 건 아니었다. 성숙한 연상녀와 소통하며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에 진정성이 느껴질 때 더욱 폭발력 있는 인기를 모으곤 했다. 배우 강태오(26)가 연기한 '런 온'의 이영화가 그런 경우다. 자신과 너무 다른 서단아(최수영)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배운 이영화의 성장은 안방을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

지난 4일 종영한 JTBC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은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서 살던 인물들이 사랑이란 언어로 소통해나가며, 스스로를 가뒀던 틀을 깨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강태오는 순수한 미대생 이영화를 연기했다.

"영화는 누구랑 있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사람이라 처음엔 캐릭터 잡기가 힘들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사람은 누구나 친구랑 있을 때, 가족이나 동료랑 있을 때 조금씩 달라지잖아요. 꼭 한 가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까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런 온'의 이영화는 꿈과 사랑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열혈 청춘이다. 훤칠한 외모는 기본, 청량하고 순수하면서도 때로는 박력있는 모습으로 단아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든다. 오직 성공을 향해 달리느라 타인의 감정에 시간과 마음을 써본 적 없던 단아는 서서히 영화를 신경쓰기 시작한다.

"말랑말랑했다가 갑자기 확 남자답게 바뀌는 모습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 '커다란 댕댕이(강아지)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귀여운 강아지다!'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실제로 제가 친해지면 살가운 성격이긴 해요. 연애할 땐 다정다감할 때도 있고 남자다울 때도 있고 매번 다른데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귀여운 표현을 해야할 때면 민망하기도 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힘이 났어요. '울리고 싶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웃음)"

특히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최수영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은 캐릭터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온 '단화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주인공인 배우 임시완, 신세경 못지않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데뷔 이후 첫 쌍방 로맨스라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거든요. 심지어 상대배우가 최수영 누나라서 영광이었지만 긴장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촬영 전부터 충분히 대화하면서 호흡을 맞춰갔어요. 누나가 많이 배려해주시고 가르쳐주셨죠. 덕분에 영화가 더 매력적인 연하남으로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단아-영화 커플은 너무도 달랐다. 그래서 오해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마음을 줄 수 있었던 건 '다름'의 가치와 '차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굳이 각자의 세계로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은 두 사람은 현실적인 열린 결말로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에 '내 진짜 생일은 오늘로 하자'는 단아의 대사가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것 아닌가 싶었어요. 갑자기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차근차근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을까요?"

'런 온' 박시현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 속엔 각각의 인물들을 진심으로 어루만지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었다. 최근 넘쳐나는 자극적인 콘텐츠들 속에서 '런 온'만의 잔잔하고 편안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저조한 시청률은 더욱 아쉬웠다. 1회 2.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로 시작한 '런 온'은 마지막회까지 2~3%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용한 마무리였지만 강태오는 아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런 온'은 잔잔하지만 계곡 물처럼 흐르는 분위기가 매력이었어요. 대사엔 인생이 담겨 있었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죠. 저 역시도 위로받았어요. 특히 영화가 단아를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감정들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연애나 인간관계가 많이 떠올랐어요.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되돌아보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느꼈어요."

강태오에게 '런 온'은 배우로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한 이후 MBC '최고의 연인',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넷플릭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KBS 2TV '조선로코 녹두전' 등에서 활약한 그는 '런 온'에서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어울리는 옷처럼 꼭 들어맞은 이영화가 강태오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준 셈이다. 차기작인 tvN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는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남자로 다시 한번 매력을 뽐낼 전망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지는 일이잖아요. 데뷔 후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인데요, 화면에 나왔을 때 누가 봐도 창피한 결과물을 만들지 말자고 늘 다짐해요. 그래서 저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만족에 대한 기준선을 처음부터 높게 잡으려고 해요. 스트레스도 크지만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인드가 앞으로의 배우 인생에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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