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권력의 허기 끝에 괴물이 된 이들, 오랜 굶주림에 결국 사람의 살을 뜯어먹고 진짜 괴물이 돼버린 민초들까지. '배고픔'을 메인 테마로 했던 '킹덤'은 지난해 1월? 개봉과 동시에 대박을 터트렸다. 실제로 2019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넷플릭스 작품 1위를 차지했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9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10에 선정됐다. 특히 한국적인 요소를 듬뿍 녹여낸 ‘킹덤’만의 독특한 색깔에 호평이 쏟아졌고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극의 관습을 파괴한 작품이다. 16세기 궁궐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음모에 좀비로 변하는 역병과 신분 계급 사이의 드라마를 더한 호러 어드벤처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3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이 배고픔에서 시작된 역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핏줄, 혈통, 복수, 다툼, 쟁취, 암투 등이 어우러진 ‘피’의 이야기로 더욱 커진 스케일과 깊이를 선보인다. 이번에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국판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로 불리며 좀비물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엔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과 김은희 작가의 빈틈없는 스토리, 박인제 PD의 감각적인 연출이 튼튼한 삼각대로 작용했다.

"저도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죄송하기도 하고 영광스럽죠.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지인들을 못 만나서 아직 주변 반응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봤자 저희 남편(장항준 감독) 정도인데(웃음) 다행히 이번에도 대부분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작가로서도 재밌게 작업했어요. 확실히 시즌제 작품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오랜 시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캐릭터들이 쌓여가는 맛도 있고요. 시즌제 작품이 저랑 잘 맞아요. 앞으로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번 시즌에서는 역병이 퍼지는 과정과 생사초의 비밀, 물을 활용한 전개가 펼쳐지면서 반전의 재미는 물론, 향후 스토리가 여러 갈래로 확장될 가능성까지 엿보게 했다. 이에 '결국 모든 게 김은희 작가의 큰 그림'이라는 감탄 섞인 호평도 나오고 있다.

"원래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기생충 제국'이라는 책은 확실히 좋아합니다. '킹덤2'에 등장하는 설정들도 대부분 여러 책에서 본 내용 중에 힌트를 얻은 것들이에요. 기생충의 세계가 굉장히 넓고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같이 숨쉬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물로 유인해 성충이 돼 나오는 기생충도 있더라고요. 그런 설정을 가져오면 'K-좀비'만의 독특한 설정이 될 것 같았죠."

사진=넷플릭스
사실상 좀비물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신선한 느낌을 주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좀비물이 유행하면서 이미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좀비물이 계속 쏟아지고 있고 이젠 익숙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에 '아류'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킹덤'만의 경쟁력이 중요했던 상황. 제작진은 정교한 크리처,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낸 탄탄한 서사로 '킹덤'만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미장센에 'K-좀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고, 해외 팬들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복, 갓, 궁궐의 기와까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킹덤'을 기획하면서 상주, 부산 등 많은 곳을 가봤는데 우리나라 곳곳에 한국사람인 저도 몰랐던 아름다움이 많았어요. 어릴 때 소풍갔던 경복궁도 지금 보면 좀 다르게 보여요. 나이 들면서 시선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건축, 자연에 담긴 한국적인 미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마지막에 궁궐 지붕 위를 달리는 신은 지붕들로 연결된 궁궐이 지도만 봐도 아름다워서 그게 꼭 구현되길 바랐어요."

이처럼 디테일한 설정부터 장면 하나까지 섬세하게 공들인 덕에 '킹덤2'는 음향, 영상, 연출 등에서 골고루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화계 전반이 침체됐지만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극장 관객을 흡수하면서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고, '킹덤2' 역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연상케 하는 설정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절묘하게도 시의성까지 확보한 셈이 됐다.

"'킹덤'은 2011년부터 기획한 작품이에요. 모든 설정은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만든 것이고요. 역병이 창궐한 곳을 경상도로 선정한 건, 대한민국 지도를 봤을 때 백두대간으로 자연스럽게 장벽이 만들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이었어요. 저도 그렇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아마 지금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최대한 빨리 진정되길 바라고 있어요. '킹덤2'에 나오는 대사처럼 따뜻한 봄이 오면 악몽이 끝나고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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