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여자들’ (20th Century Women) ★★★1/2틴에이저 이들을 홀로 키우는 히피 어머니의 얘기를 다양한 주변 인물들과 엮어 만든 사실적이요 따스하면서도 정답게 그린 드라마로 주연하는 아넷 베닝의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연기가 보기 좋다. 베닝(배우이자 감독인 워렌 베이티의 아내)이 뛰어난 연기자라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준 아담한 영화로 볼만한 소품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연기가 좋지만 그들이 너도 나도 마치 극의 주도권이라도 잡겠다는 듯이 나서는 바람에 얘기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흠. 시간대가 1970년대 말로 사람들의 모습이나 상황과 장면을 비롯해 분위기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조촐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1979년 산타바바라. 58세의 줄담배를 태우는 도로테아 필즈(베닝)는 착하고 총명한 15세난 아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맨)를 홀로 키우는 과거의 히피. 도로테아는 루이 암스트롱과 ‘카사블랑카’와 험프리 보가트를 극진히 좋아한다.

도로테아는 아들을 책임감 있는 남자로 키우려고 하나 문제는 집안에 제이미에게 모범이 될 만한 남자가 없다는 것. 남자라고 하숙을 하는 핸디맨 윌리엄(빌리 크러덥)이 있긴 하나 윌리엄은 과거 히피로 기분대로 사는 바람둥이여서 하나도 도움이 못 된다.

그래서 도로테아는 또 다른 하숙생인 20대의 애비(그레타 거윅)와 제이미 나이또래의 여자 친구 줄리(엘리 패닝)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머리를 총천연색으로 물감을 들인 애비는 암을 앓는 사진사인데 진보적인 신여성으로 제이미에게 인체와 섹스에 관한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니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조숙한 줄리는 툭하면 밤에 제이미의 방을 찾아와 잠자리를 같이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플래토닉한 잠자리이지 결코 섹스가 있는 잠자리가 아니다. 이들의 왁자지껄한 얘기가 재미있게 서로 포옹하고 감싸 돌면서 제이미의 성장기를 엮는데 제이미는 이렇게 자기 성장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영육이 성장한다.

이와 함께 도로테아는 나름대로 자기도 아들만큼이나 삶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가 인물들의 미래를 보여주면서 환상적으로 끝난다. 베닝과 조연진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마이크 밀스 감독(각본 겸)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촬영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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