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낭만닥터 김사부'서 흙수저 외과 전문의 강동주 역 맡아

"한석규 선배와 두 번째 호흡… 선배 조언 토씨 하나 안 놓칠 것"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장? 핑계삼고 싶지 않아"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유연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예상치 못하게 너무 많은 사랑을 보내주셨어요. 사실 이렇다 할 연기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연말에 좋은 상도 주시고 너무 좋더라고요. 많은 것들을 얻은 드라마였어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 대박은 물론 연말 시상식을 휩쓸며 유종의 미를 거둔 '낭만닥터 김사부'는 유연석에게도 뜻깊은 작품이었다. '올드보이'의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 주연으로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온 그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났음은 물론 수많은 배우들의 출연에도 앙상블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회에는 30%에 가까운 시청률이 나왔는데, 그러려면 특정한 세대가 좋아한다고 되는 것 같진 않아요. 가족 전체가 재밌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또 팀워크가 정말 좋았어요. 탄탄한 대본을 써주신 작가님을 비롯해 감독님들, 스태프분들, 배우들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생기 넘치는 표정과 손짓을 섞어가며 '낭만닥터 김사부' 팀의 성과와 호흡을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사실 흰 의사 가운을 제 옷처럼 소화하며 미친 연기력을 선보인 그에게 벅찬 소회를 끌어내고 싶었던 건데, 자기 PR에는 한없이 서투른 모습이었다. 대신 그는 극 중 가장 강렬하게 부딪힌 한석규에게서 들은 조언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전하는 것으로 자신의 성장 지점을 짚어냈다.

"한석규 선배가 '넘치지 않게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그러면서 '난 20원어치 할테니 넌 50원어치 해봐라'고 표현하셨죠. 한 선배는 대중이 가진 기대치가 많기 때문에 20원어치만 해본다면, 전 아직 부족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하기 때문에 50원어치에 도전했어요. 사실 촬영 초반에는 100원어치를 해보라고 하셨는데, 후반부에 가니 50원어치만 해도 되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웃음)"

"카메라에 대고 연기하지 말자", "서로에게 집중하자" 등 관록이 묻어나는 선배의 리드에 다시금 자신을 다잡기도 했지만 특히 큰 힘이 됐던 건 한석규의 수더분한 격려였다. 유연석은 "밤을 새고 아침에 만났을 땐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시면서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인간 한석규에게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닥터 부용주가 강동주에게 그랬듯 한석규 역시 유연석에게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부였다.

"한 선배와 영화 '상의원'에서 호흡을 맞춰보긴 했어요. 다만 그땐 제가 왕이고 선배가 신하 역할이라 눈을 마주치고 연기를 할 수 없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원없이 마주치고, 소리도 지르고, 육탄전을 벌이기도 하고 눈을 마주치고 호흡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맞닥뜨리는 신에선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함께 고민해주셨고요. 선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요. 현장을 위트 있게 이끌어가다가도 촬영할 땐 연기에 집중하게 하죠."

'낭만닥터 김사부'는 무늬만 의학물이었던 다수의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진짜 닥터들'의 이야기를 본질로 잡은 만큼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의학 용어를 속사포로 쏟아내는 장면부터 직접 선보이는 수술 신까지 그야말로 어려움 투성이였다.

"일반적인 드라마들보다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했고, 쉽지 않았어요. 의학용어는 외우기도 쉽지 않은데 전혀 모르는 단어이다 보니 암호 해석하듯 대사의 뜻을 해석하고, 이게 어떤 수술인지 다시 찾아봐야 했죠. 대본을 보는 시간이 두세 배는 걸렸어요.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더라고요. 하루종일 찍었던 수술 신도 후반부에는 몇 시간 만에 끝내고, NG가 났던 의학 용어들도 나중에는 '후루룩' 잘해 나갔어요."

한석규의 수술 신 대역을 맡은 의사가 촬영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 직접 나선 적이 있을 정도로 수술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눈동냥으로 수술을 배운 유연석은 "의사 선생님이 자기 병원에 와서 레지던트 해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배우가 배우의 대역을 설 정도로 경각을 다툰 촬영 일정에도 유연석은 의연하게 반응했다.

"드라마는 급박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찍는 걸 시청자분들께서 다 아시니까요. 그리고 열악한 상황이 배우들에게 핑계거리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한 선배님을 보면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뭐 하나라도 놓치고 가지 않으려는 때가 많거든요. NG가 없어도 다른 시도들을 해보죠.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기도 했고, 바쁘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타협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유연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에서 타협한 게 있다면 서현진과의 로맨스다. 유연석은 한살 어린 서현진과 극 중에서는 연상연하 커플로 나섰고, 치명적인 '멍뭉미'로 전국 누나들의 여심을 자극했다.

"작품에서 연상연하 커플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색다르더라고요. 얼마 전 (서)현진이가 인터뷰에서 제가 애교를 열심히 부려줬다고 하던데, 연하 캐릭터이다 보니 은연중에 그렇게 했나 봐요. 제가 동생처럼 구니까 현진이도 절 동생처럼 대한 것 같아요."

유연석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88', '그날의 분위기', '낭만닥터 김사부' 등 한대 치고 싶은 남자부터 지고지순한 순애보, 로맨스 선수, 직진 연하남까지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보여준 모습만 해도 셀 수 없기에 그의 성향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동주는 직진 연하남 스타일이잖아요. 전 직진까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후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한다고 얘기해볼 줄 아는 우회전남 정도라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극 초반 화제를 모은 '선배, 같이 자고 싶어요' 대사에는 뜨악했단다. 유연석은 "그래서 마음속으로 '같이 있고 싶다', '선배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를 서브텍스트로 잡았다"면서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유연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완벽한 와과 전문의 변신, 달콤한 로맨스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유연석이 유독 빛난 건 가장 보통의 얼굴로 선보인 절절한 표정들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이 시대 청춘들의 울분을 대신 토해낸 그는 "연극영화과 입학 후 단역부터 하나씩 거쳐왔던 과정이 스쳐 가며 공감됐다. 저도 동주처럼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서 있고,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면서 '미완성된 캐릭터' 강동주에게 공감을 표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굳은 심지도 드러냈다. '응답하라 1988' 이후 '낭만닥터 김사부'로 다시 한번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유연석은 달라진 것은 없다며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이번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관심이 많아지면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는 거지, 제가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한들 그게 얼마나 가겠어요. 하지만 그만큼의 관심에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아야겠다는 책임감은 갖고 있어요. 이번 작품에 호평을 많이 보내주셔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인기를 위해 연기하기보단 근본적인 것부터 잡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유연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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