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맨체스터’ (Manchester by the Sea) ★★★★★(5개 만점)

보스턴 인근 바닷가의 작은 도시 맨체스터를 무대로 일어나는 가슴 아픈 가족 드라마로 고통과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유머와 한 줄기 가느다란 희망을 잃지 않은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16년 전에 역시 가족얘기인 ‘유 캔 카운트 온 미’로 데뷔한 케네스 로너갠의 세 번째 영화로 로너갠이 쓴 각본이 사실적이요 꾸밈이 없어 인물들의 희로애락에 함께 하게 된다.

거의 연극풍의 작품인데 로너갠은 서두르지 않고 얘기를 서서히 풀어나가면서 인물들의 성격 이나 감정적 모양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도 심사숙고 하듯이 여유를 갖춰 묘사하고 있다. 허구 같지가 않고 마치 내 이웃의 얘기인양 근접감이 강한 준수한 영화다.

주인공은 보스턴에서 혼자 살면서 아파트 청소부로 일하는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벤 애플렉의 동생). 리는 침울하고 무뚝뚝하며 자학적인데 잠깐 플래시백으로 리가 자신과 사이가 매우 가까운 형 조(카일 챈들러)와 어린 조카 패트릭과 함께 바다낚시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리의 가족의 일부가 소개된다.

그런데 조가 심장병으로 사망하면서 리는 느닷없이 16세난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보호자가 된다. 패트릭의 어머니 엘리즈(그레첸 몰)는 일찌감치 가족을 떠났다. 리는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전연 후견인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법적으로 그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를 계기로 리의 복잡다단한 가족문제들이 그를 둘러싼 소문 식으로 노출되나 리는 모든 면에서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영육이 완전히 무기력해진 사람.

여기서 리와 그의 전처 랜디(미셸 윌리엄스)와 어린 두 딸과의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과 함께 엘리즈의 얘기도 잠깐 소개 되는데 이들 보통 사람들의 인물 묘사가 아주 흥미 있고 보는 사람의 관심을 끌도록 그려졌다. 감독의 이런 얘기와 인물을 펼쳐 놓는 솜씨가 주도면밀하면서도 느긋하다.

그리고 리의 엄청난 비극적 사건이 묘사되면서 리가 왜 자포자기적 인간이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사람이 틴에이저 조카의 보호자 노릇을 하려니 책임감 때문에 죽을 맛인데 패트릭은 동료 여학생을 비롯해 이 여자 저 여자와 사귀면서 리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런 리와 패트릭의 심리적 감정적 상호관계가 중점적으로 묘사되면서 영화는 코믹한 분위기마저 띤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이요 강렬한 장면은 아직도 리를 사랑하는 랜디와 리의 해후 장면. 랜디는 리와의 재 연결을 바라나 리는 이를 물리치느라 안간힘을 쓴다. 이 때 미셸 윌리엄스가 보여주는 연기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헤집는다. 쉰 목소리를 내면서 머뭇거리는 듯한 태도와 안으로 파고드는 자세와 분위기를 발산하는 애플렉의 깊은 연기가 정말로 훌륭하다. 또 헤지스도 잘 한다.

사족이라 할 것은 패트릭이 어머니 집을 방문, 어머니와 어머니의 새 남편(매튜 브로데릭)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 영화의 제작자는 맷 데이먼으로 당초 그가 리의 역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스케줄 문제로 애플렉이 맡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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