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남들보다 뭐 하나 잘 하는 것 같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런 이 시대 이른바 ‘흔녀’(‘흔한 여자’의 줄임말)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최강 캐릭터가 등장했다. 당신은 그저 그런 ‘흔녀’가 아니라 솔직 당당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돌려 말하지 않는 돌직구 화법으로 말하는 드라마 속 인물 말이다.

방송 직후 시청률 수직상승세를 보이며 케이블TV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4위를 기록중인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의 일등공신은 여주인공 서현진이다. 마치 여주인공 오해영과 동일인물인 듯한 착각마저 주는 서현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며 결국 드라마 2회 연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톱스타도, 무섭게 떠오르는 샛별도 아닌 그가 이렇듯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내숭은 없다. 돌직구 연기의 승리 서현진의 연기는 전형적인 드라마 여주인공의 스타일에서는 약간 궤를 벗어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솔직한 매력을 안긴다. 학창시절부터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늘 비교당하며 살던 ‘평범한 오해영’을 연기하면서 그는 어떤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다. 결혼식 전날 파경을 맞은 후 갑작스럽게 탱고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는가 하면 스스로 ‘쉬운 여자’라고 선언하고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내숭이나 ‘밀고 당기기’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매 순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이런 ‘돌직구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통쾌감을 안겨준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서현진의 모습은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는 것. 연기 스타일에서도 평범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눈빛, 행동, 말투에서 그 사람이 된 듯한 일체감은 어디선가 주위에 살고 있을 듯한 인물을 보는 듯한 마음이 들게 한다.

흔녀들의 ‘공감대’ 자극하다.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은 건 오해영을 연기한 서현진이 건드린 ‘공감대’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느 샌가 ‘나’란 존재는 사라지고 나보다 더 잘나고 멋질 것만 같은 이들 사이에서 스스로가 작아질 때, 사랑도 일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곁에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내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이 솟아나는 감정들을 서현진은 특유의 공감 어린 연기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서현진 에릭.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이런 ‘흔녀’ 캐릭터는 사실 2005년 신드롬적인 인기를 기록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쭉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처럼 맛깔스럽게 공감 지수를 높이며 연기한 캐릭터는 없었다. 힘들 때 옆에서 위로가 되는 친구처럼 서현진이 그려낸 오해영은 매일 매일의 직장생활에 치이는 경험을 하는 이 시대 ‘흔녀’들에게 옆에서 ‘나도 있다’라며 조용한 박수를 보내주는 듯한 느낌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반짝 스타? 10년 연기 내공의 힘올해 드라마계의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듯한 서현진이 사실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배우는 아니다. 2001년 걸그룹 ‘밀크’의 보컬로 데뷔한 이래 연기자로 전향, 10년간 묵묵히 쌓아온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 실제로 그는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왔다. MBC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MBC 공무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연말 연기대상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고, 이후 tvN 드라마를 통해 조금씩 각광받기 시작한 것.

특히 전작인 tvN ‘식샤를 합시다2’에서는 가진 것 없어도 유쾌 발랄한 백수지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tvN 관계자는 서현진을 두고 “포텐이 터지기 직전의 여배우를 보는 것 같다”라며 그의 다져진 내공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자연스럽고 공감대 어린 연기가 어느 순간 각광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쌓여온 내실을 통해 비롯됐다는 것. 10대 시절부터 연예 활동을 하며 쌓아온 대중과 소통하는 노하우와 연기자로 전향 후 스스로 꾸준하게 노력해 온 지점이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는 시점이다.

tvN 드라마 관계자는 “서현진은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이 시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가장 재능있는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라며 “반짝 인기가 아니기에 그가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더 기대된다”라고 평했다. 화려한 미모나 스포트라이트에 기댄 연기자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여줄 서현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된다.

서현진.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서현진 전혜빈. 사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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