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황금시절’(My Golden Days) ★★★★1/2(5개 만점)

청춘의 사랑은 아름답고 달콤하고 황금빛으로 빛나며 또 그 이별은 쓰라리고 슬프다. 내용과 외양 그리고 젊은 두 주인공의 절묘한 화학작용과 연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이 영화는 청춘의 사랑에 열병을 앓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추억의 편지와도 같다.

로맨틱하면서도 사실적이요 진지하며 또 아주 밀접하고 내밀한데 회상식으로 서술되는 지나간 뜨거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여서 노스탤지어와 우수와 옅은 회한이 가득하다. 청춘의 사랑이란 맹목적이요 영육을 불사르는 것이어서 그런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폴과 에스테르를 보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이별마저 미몽과 같은 아쉬움 속에서 아름답게 받아들이게 된다. 미치도록 사랑했으니 헤어짐마저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풍성한 사랑의 얘기는 신인인 두 젊은 배우 캉탕 돌메어와 루 로이-르콜리네의 완벽한 콤비에 의해 화폭을 가득하니 메운다. 과연 청춘은 이름답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정치와 시대의 변화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한 이 영화는 ‘어린 시절’과 ‘러시아’ 그리고 ‘에스테르’ 등 3부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회상되는 ‘에스테르’ 부분이 90분으로 가장 길다. 성장한 인류학자 폴(마티외 아말릭)이 오랜 외유 끝에 타지키스탄에서 관리직을 맡기 위해 파리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러시아’ 부분은 마치 냉전시대 스파이영화 스타일로 진행된다. 학창시절의 폴(돌메어)이 필드트립 차 소련에 가면서 소련을 탈출하려는 자기 또래의 유대인에게 자기 여권을 주면서 폴은 무국적자가 된다. 이 사건은 폴의 그 후의 삶에까지 오래도록 잔영을 드리우게 된다.

영화의 가장 핵심은 회상되는 ‘에스테르’ 부분. 10대의 내성적이요 내면에 더러 빈 곳이 있는 폴이 작은 마을 고향 루베의 고교생인 탐스럽게 익은 아름다운 에스테르(로이-르콜리네)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자기감정을 드러낸다. 도도하고 자신만만한 에스테르는 구애하는 남자들이 많고 또 그렇게 호락호락할 여자는 아니지만 폴의 순수함에 이끌려 둘은 관계를 시작한다. 둘의 첫 대면이 가슴의 희롱처럼 아질아질하니 마음에 다가온다.

그런데 폴이 공부를 위해 파리로 떠나면서 둘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때는 인터넷 이전의 시대여서 둘은 전화와 편지로 그리움을 보내고 받는다. 때로 그들이 카메라를 보고 읽는 사랑의 글들이 구구절절이 시인데 둘이 서로 그리워 애를 태우고 호소하고 만나서 희열하고 다시 헤어지면서 아파하고 슬퍼하는 모습에서 사랑의 노골적인 얼굴을 읽게 된다. 이러기를 10년. 그동안 둘 사이에는 수많은 편지가 오고 간다. 사랑의 현실이 심금을 울린다.

둘 다 아름답고 백지처럼 순수한 모습의 돌메어와 로이-르콜리네가 사랑하는 청춘의 불안과 초조, 그리움과 고통과 희열 그리고 흥분과 철부지 같은 순진성을 참으로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이들의 이런 연기와 잘 배합된 화학작용이 영화에 서술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둘 외에도 그들을 둘러싼 주변 젊은이들도 다 연기를 잘 한다. 촬영도 황금빛처럼 아름답고 풍성하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르노 데스플르샹(‘크리스마스 이야기’ ‘왕들과 여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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