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데’ (Only Yesterday) ★★★★1/2

올해 오스카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마니가 거기 있었을 때’(When Marnie Was There)를 비롯해 ‘내 이웃 토토로’ 및 ‘스피리티드 어웨이’ 등 주옥같은 만화영화들을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1991년에 만든 아름다운 전원목가이자 소녀의 성장기다.

지브리의 여러 영화에 등장하던 귀신 도깨비나 용 또는 하늘을 나는 성과 같은 동화적 요소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영화가 아니라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아이들(특히 소녀)과 어른들이 더 즐길 직설적으로 서술되는 드라마다. 원작은 오카모도 호타루가 글을 쓰고 도네 유코가 그림을 그린 오카모도의 반자서전 격인 만화로 영어 더빙판.

얘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면서 전개되는데 놀랄 정도로 소녀의 성장에 관한 모든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도쿄에서 혼자 사는 27세의 여사원 다케오(데이지 리들리의 음성)가 여름휴가를 맞아 기차를 타고 자기가 어렸을 때 자란 고향으로 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케오는 열차 안에서 자신의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다. 이 같은 플래시백은 다케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계속되는데 그 과거의 일들이 매우 생생하게 사실적이요 또 가깝게 느껴진다.

학교 연극과 소년에 대한 호기심과 생리와 부자와 빈자의 차이 그리고 처음 먹어 보는 파인애플 또 자기를 사랑하나 고지식한 아버지와의 관계 및 가족 식사와 잇꽃 따기와 손톱에 물들이기 그리고 학교 청소 같은 것들이 자상하고 재미있고 소소하게 묘사된다.

시골의 먼 친척집에 묵은 다케오는 이 집 부부와 자기 나이 또래의 아들 도시오(데브 파텔의 음성)와 함께 농촌 일을 하면서 근로와 자연 속의 삶을 즐기는데 그런 과정에서 시골생활을 사랑하는 건전하고 건강한 도시오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그리고 다케오는 도시와 시골의 삶 중 과연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피한다. 마음에 정답게 와 닿는 쾌적한 영화로 손으로 그린 그림이 소박하고 친근감이 간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를 적극 권한다.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일부 지역.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