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빠생각' 사진=NEW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노래와 아이들, 그리고 폐허 속에서도 순수함을 향한 발걸음은 역시나 관객들의 마음에 가 닿았다.

동명의 동요 제목을 차용한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 제작 조이래빗)은 한국전쟁 시기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터와 군 병원 등지의 위문 공연으로 시작해 1960년대에는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순회공연을 이어갔던 어린이 합창단은 실제로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준 활동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작품은 한국전쟁 시기 각각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부산 포로수용소로 모이면서 합창단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어른들이 벌인 전쟁에서 상처받은 아이들, 인민군과 국군의 출몰에 따라 '좌'와 '우'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목숨이 오간 경험, 죽음을 목전에 뒀던 공포스러웠던 순간까지 전쟁에 대한 다양한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은 포로수용소 한 켠에 마련된 고아원에서 조직한 어린이 합창단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다.

엉겁결에 합창단을 지휘하게 된 음대생 출신 국군 소위 한상렬(임시완)은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으로 합창단을 이끈다. 유학 후 자발적으로 고아원을 찾아온 박주미(고아성) 선생도 순수한 마음으로 합창단에 함께 한다. 그러나 고아들을 이용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빈민촌 대장 갈고리(이희준)는 고아 동구(정준원)와 순이(이레) 남매를 통해 군수품을 빼돌리려 두 사람을 합창단에 합류시킨다.

갈고리의 계획을 알게 된 상렬은 그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고, 그 사이 합창단은 점점 유명세를 얻어 전쟁터로 순회 공연을 다니게 된다.

다소 빤할 것 같은 이야기 구조는 배우들의 힘으로 살아났다. 20대 배우의 그것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섬세함과 우수를 담은 임시완의 눈빛은 '배우는 눈으로 연기한다'는 말을 새삼 확인시켜주듯 복잡다단한 상렬의 심리를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전쟁의 상처와 아이들을 향한 애정, 순수한 정의감을 담은 한상렬의 존재감은 임시완이라는 진중한 느낌의 배우와 만나 실제 있었음직한 인물로 관객 앞에 나타났다.

상렬과 대척점에 서 있는 갈고리는 이희준만의 강렬하고 본능적인 연기 스타일로 표현됐다. 선과 악을 오가는 모호함을 드러내는 갈고리는 전쟁이 빚어낸 비극이자 인간의 생존 본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아역들의 연기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동생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 속에 철든 '오빠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애어른 정준원에 이어 특히 이레의 연기는 만 열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탄성을 자아낸다. 몇년 후면 성큼 성장해있을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전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소외받은 이들의 정서를 따뜻하게 그려낸 이한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를 발휘해 '착한영화'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

연기의 미덕에도 불구, 군데군데 늘어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러닝타임 15~20분 정도를 덜어냈으면 이야기 전개에 좀더 탄력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몇 곡에 걸쳐 울려 퍼지는 어린이 합창단의 서정적인 동요는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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