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모두들 그 ‘덫’에 걸릴까 했다. 원작 팬들은 깐깐한 시선으로 첫 방송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요란스런 캐스팅 과정에 피곤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터졌다. 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전영신,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이 연일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첫 방송부터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달성했다. 시청자들은 왜 ‘치인트’의 덫에 빠져들었을까?

▶ 제대로 살린 로맨스릴러&사이다 전개

‘치인트’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이 누적 조회수가 11억뷰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특히 원작 팬들은 캐스팅 단계부터 잔소리를 하며 ‘치어머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4회까지 방영된 지금 치어머니들의 날선 시선은 쏙 들어갔다. 먼저 로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로맨스릴러’라는 장르가 제대로 통했다는 평이다.

‘치인트’는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과 유일하게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비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정과 홍설은 악연으로 얽혔다. 유정은 자신을 의심한 홍설을 은밀하게 괴롭혔고, 홍설은 유정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나 갑자기 유정은 달라졌다. 시도 때도 없이 홍설에게 “밥을 먹자”고 했고, 홍설이 위험에 닥칠 때마다 도와줬다. 홍설은 “저 미소에 놀아나면 안 돼”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유정은 홍설을 향해 미소를 짓다가도 어느새 웃음기를 지우고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남을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 그의 모습은 때때로 소름을 돋게 한다. 몇몇 시청자들은 “유정은 소시오패스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듯 달달한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의 요소가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치인트’ 홍보를 맡고 있는 와이트리미디어 노윤애 대표는 여성은 물론 남성 시청자들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에 대해 “흔히 접할 수 있는 로맨스가 아니다. 남자들이 보기에도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는 새롭고, 신선한 부분으로 다가와서 큰 호응을 보내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거침없는 ‘사이다’ 전개도 인기요소다. 방송 3회 만에 유정이 홍설에게 “나랑 사귀자”고 말하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주인공들이 답답한 러브라인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공감 가는 상황&감각적 연출

단순히 로맨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인트’는 홍설의 시점으로 고민 많은 대학생들, 청춘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홍설은 학비를 모으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치열한 수강신청의 모습은 우리네 대학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협동심이 중요한 조별 과제에서 조장이 된 그는 오합지졸 팀원들을 이끌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혼자서 모든 발표를 준비하지만 D학점을 받고 “예외는 없다”는 교수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이 과정서 자신의 역할을 떠넘기는 선배, 무능력한 조원 등 조별과제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알바, 스펙쌓기, 취업 등 이 시대를 사는 대학생이라면, 혹은 그런 시절을 겪었다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느껴봤을 에피소드는 공감지수를 높인다.

‘커피프린스 1호점’ ‘하트투하트’ 등 이윤정 PD의 감각적인 연출 역시 돋보인다. 반사전 제작으로 여유로운 제작환경에서 이윤정 PD는 특유의 트렌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다. 유정이 홍설에게 고백할 때 깜빡거리던 등과 홍설과 백인호(서강준)가 비오는 거리를 우산 없이 달리는 모습 등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넘쳐난다.

▶ ‘만찢남’부터 배우들의 호연까지, 최적의 캐스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캐스팅 부분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극복했다. 유정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던 박해진은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 역에 완벽히 녹아들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남자) 면모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꿰뚫어 본 후배 홍설을 차갑게 대했지만 어느 순간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남을 이간질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드는데 능하다. 한 관계자는 “유정은 여태껏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주인공에 시청자들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셌던 김고은 역시 웹툰과는 다른 사랑스러운 홍설로 호평을 얻고 있다. 부스스한 헤어와 깡마른 몸매로 싱크로율을 높였다. 웹툰 속 다소 예민했던 홍설은 김고은의 탈을 쓰고 사랑스러워졌다. 까칠한 반항아 백인호 역의 서강준 역시 “최적의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다. 겉으로 툴툴대지만 따뜻한 속을 지닌 백인호를 서강준만의 매력으로 표현 중이다.

의외의 ‘만찢남’도 있다. ‘진상 선배’ 김상철로 나오는 문지윤이다. 김상철은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유정에게는 어떻게든 잘 보이려 애쓰지만 만만한 후배들에겐 온갖 심부름을 시키고 학회비를 횡령하는 등 얄미운 행동만 골라 한다. 문지윤은 웹툰 속 김상철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남주혁과 박민지는 ‘꽁냥 커플’로 사랑 받고 있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티격태격하면서 캠퍼스 커플의 정석을 보여주며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남주혁은 연상녀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심쿵’ 연하남의 매력을 발산 중이다.

드라마 평론가 충남대학교 윤석진 교수는 “지상파에서 잘 다루지 않는, 지금 시대에 맞는 청춘 드라마다. 리얼리티가 있고,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출연 배우들이 캐릭터에 잘 맞는다. 특히 박해진 같은 경우는 묘한 느낌을 준다. 나쁜 남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흥미 요소로 다가오는 듯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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