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2015년 두 편의 작품을 통해 10대의 방황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절절하게 표현해낸 배우 지수(22)의 나이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의 나이는 포털사이트에 나오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극 중 인물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포털사이트 프로필에서 자신의 나이를 지웠단다. 지수는 “나를 어리게 보는 분도 있지만 아닌 분들도 있다”면서 “(나이를 지운 게) 더 나를 다채롭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보였다.

올 3월 방영된 MBC 드라마 ‘앵그리맘’이 지수의 TV 데뷔작이지만 고등학교 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연극으로 시작해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거치며 연기를 다진 그에게 첫 작품부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수는 ‘앵그리맘’에서 세보이지만 실상 약하고 여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해지는 열여덟 고복동을 연기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KBS 2TV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자해를 하는 우울하고 유약한,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의 성장사를 그려냈다. 현재 김소현과 함께 촬영하고 있는 KBS 2TV 3부작 특집극 ‘페이저 터너’에서도 그는 교복을 입고 청춘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원래 학원물, 청춘 성장물을 좋아해요. 늘 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성장물을 선보이게 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커요. ‘페이지 터너’에서는 앞서 연기했던 캐릭터랑 성향이 완전 반대인 인물을 연기해요. 그전 캐릭터들이 어두웠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밝고 긍정적인 인물이에요.”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과 짙은 눈썹, 까무잡잡한 피부 등 실제 지수는 반항기 넘치는 10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웃을 때는 달랐다. 순진무구했고, 해맑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은 단 두 편의 작품으로 그를 2015년 최고 루키로 떠오르게 했다.

“조만간 날을 잡고 올 한해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되게 복 받았던 시간들이었어요. 분수에 맞지 않게 좋은 작품을 만나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하게 됐어요. 사실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지칠 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다 행복했던 시간들이죠.”

‘앵그리맘’에서는 대선배인 김희선과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또래인 정은지와 ‘페이지 터너’에서는 동생인 김소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신기하네요. 김희선 누나는 정말 활력소였어요. 제가 잘 모르는 부분들을 잘 채워주고 배려도 많이 해주셨죠. 그래서 저도 현장에서 많이 편해질 수 있었어요. 덕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부분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진지하지 않고 그냥 툭툭 말씀을 해주셨어요. 워낙 대선배인데도 거리낌 없이 다가와 주셔서 금방 벽이 허물어졌죠. (정)은지는 더 편한 느낌이었어요. 친구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편안했죠. 현장에 활기를 북돋워줬어요. 워낙 밝아서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피곤해도 힘이 막 솟았죠. (김)소현이는 ‘앵그리맘’때 호흡을 맞췄던 (김)유정이랑 동갑이어서 거리낌이 없었어요. 지금 서로 잘 맞춰나가고 있어요. 정말 순수하고 착해요. 연기도 열심히 하고요. 여배우들은 성격도 밝고 예쁘니까 아무래도 현장의 해피바이러스죠. 하하”

초등학교 때 유도를 했던 그에게는 늘 목표가 있었다. 시합과 훈련, 연습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가 유도를 그만뒀을 때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연기였다.

“3~4년 정도 유도를 했는데 거기에만 삶이 치우쳐있다 보니까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제 10대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에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 진로를 생각하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연기는 이제 그에게 삶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이 컸다”며 “연기학원을 다니다가 그곳 선생님이 극단을 차리셔서 그곳에 소속돼 극단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단생활을 하면서 이걸 더 길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도 느꼈고 행복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공연도 하고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많이 찍었어요. 영화는 21살 때부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거의 극단 생활을 주로 했어요.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곳에서 생활했던 것이 제 연기에 베이스가 됐어요.”

극단 이야기에 그는 눈을 반짝였다. 시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유도선수는 연기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홀로 극단에서 밤을 새우며 발성 연습을 하고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했다. 그렇게 연기가 그의 삶으로 들어오게 됐다.

“테크닉보다 배우로서 가치관, 연기관에 대해 배웠어요. 물론 아직 저에게 어떤 큰 가치관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죠.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 그것의 소중함을 느꼈던 시간이었죠.”

꾸준하게 쌓아온 연기 내공은 첫 작품부터 터졌다. 그러나 그는 차분했다. 신인상을 기대하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송은 올해 처음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다지 큰 욕심은 없어요.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거든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어떤 배우를 꿈꾸는지 물어보니 그는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직 배우로서도 인간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좀 빤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 행복은 어떤 면에서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거예요. 그런 제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저로 인해 행복해지면 더 좋겠죠? 그게 가치 있는 행복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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