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개 만점)

2010년 칠레에서 일어난 33명의 지하에 매몰된 광부들의 극적 구출을 그린 작품. 인물 묘사나 얘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어서 큰 긴장감이나 흥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를 폭이 크고 넓게 묘사하는 대신 잔소리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데다가 주요 인물들도 깊이 있게 다뤘다기보다는 피상적이요 간추리는 식으로 처리했다.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생존의지 하나로 2달여를 지하에서 견디다가 구출되는 광부들의 서스펜스와 스릴 그리고 긴장감이 가득한 내용이 드라마틱하지 못하고 무사 안일하게 그려져 맥이 빠진다. 특히 워너 브라더스가 만든 이 영화는 세계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칠레 사람들로 여러 명의 국제적 스타를 기용한 데다가 대사도 영어여서 보고 듣기가 어색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기 딱한 것은 프랑스 스타 줄리에트 비노시를 거리에서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가난한 칠레 여인으로 캐스팅한 것. 그리고 단역인 칠레 대통령도 미국 배우이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남편인 제임스 브롤린까지 구출요원 카메오로 썼다.

영화는 지하 2,300피트에 갇힌 광부들을 구출하기 위해 지상에서 굴착전문가 안드레(가브리엘 번)가 이끄는 구조팀의 활동과 함께 광부들의 가족들이 광산 인근에 임시 마을을 형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얘기는 지하와 지상을 오락가락하면서 진행되는데 매몰된 광부들의 리더인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주인공으로 서술된다. 마리오는 탁월한 통솔력과 넓은 인간성으로 깡통식량을 고루 배분하고 절망에 처한 광부들 간의 분쟁과 폭력을 다스린다.

광부 매몰사건 후 10여일쯤 지나 구조팀에 의해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작은 구멍이 뚫어져 지상과 지하 간에 쪽지로 의사가 소통되고 우주식량이 전달되나 엄청나게 두껍고 큰 돌이 장애가 돼 구출작전이 지연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뉴스팀이 이 곳에 와 구출뉴스를 시시각각 보도하면서 칠레의 사막에 있는 광산이 삽시간에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된다. 이런 내용은 빌리 와일더가 감독하고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지하에 매몰된 사람을 구출하는 잘 만든 드라마 ‘에이스 인 더 호울’(Ace in the Hole 1951)을 연상케 한다.

33명의 광부들 중 마리오를 제외한 5~6명의 인물들이 그나마 단편적으로 묘사되면서 마리오의 역을 보조하지만 장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깊이나 폭은 모자란다. 여류 패트리시아 리겐 감독.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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