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Samba) ★★★(5개 만점)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국가의 현재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인 불법체류자의 얘기를 진지하면서도 유머와 감상적 비감을 고루 섞어 만든 프랑스영화. 프랑스시민들의 외국인 기피증과 함께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뚜렷이 제시하면서도 핏대를 세우는 식이 아니라 불법체류자들에게 연민과 이해심을 보여 줄 것을 상냥하게 설득시키고 있다. 그런 메시지 전달의 수법으로 국경과 피부 색깔을 초월한 몸 사리는 로맨스를 선택했다. 로맨스와 사회문제의 좋은 배합인데 영화가 후반에 들면서 얘기가 처지고 이에 따른 불필요한 긴 상영시간이 흠이다.

파리의 식당 접시닦이인 세네갈 태생의 불법체류자 삼바(오마 사이)는 셰프가 꿈인데 10년간 몸조심 잘 하다가 최근에 단속에 걸려 추방절차를 밟기 위해 수감된 신세. 거구에 호인이요 생명력과 개성이 강한 남자로 그를 담당한 사회복지사가 수줍고 가녀린 알리스(샤를르 갱스부르).

알리스는 사무직 생활 15년에 넌덜머리가 나 신경쇠약 증세로 한동안 치료소에 있다가 최근에 나왔다. 그녀가 동료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삼바에게 개인적 감정을 느끼고 그의 문제를 마치 자기 일처럼 다루기 시작하면서 삼바와 알리스는 피치 못하게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물론 삼바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알리스와 결혼하는 것이지만 영화는 그렇게 쉽게 상투적인 길을 택하지 않는다.

삼바와 알리스의 관계를 둘러싸고 여러 에피소드가 엮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수감상태에서 일단 풀려난 삼바가 약속대로 동료 수감자의 미용사 애인을 찾아내 서로가 외로운 중에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

이와 함께 영화의 다소 심각한 분위기에 코믹 터치를 가미하기 위해 등장하는 사람이 삼바와 그의 알제리 태생의 불법체류자 친구(타하르 라힘). 이 친구는 알제리 산이면서도 여자를 보다 잘 유혹하기 위해 자신을 브라질 사람이라고 속이는데 그와 삼바가 고층 건물 유리를 닦다가 불체자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은 우스우면서도 가슴을 파고 드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언터쳐블’에서 보여준 대로 사이는 카리스마가 가득한 연기를 하는데 그와 프랑스의 명 연기파 갱스부르의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 불법체류자의 문제를 다룬 점에서라도 한국인들에게 권하는 썩 괜찮은 작품이다. 에릭 톨레다노와 올리비에 나카쉬 공동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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