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아이닷컴 권영민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요즘 후배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인스턴트 사랑 같더라.”

[스포츠한국 이정현기자]33년 만에 다시 컴백한 원조 섹시 디바 김추자는 최근 활동 중인 후배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상적인 후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비슷한 장르의 곡들이 너무 많아 한명을 꼽기 어려웠던 탓이다.

27일 진행된 김추자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짧았다. 활동 공백기에도 라디오를 옆에 끼고 살며 대중음악계 트렌드를 짚어 왔던 그는 “남진, 나훈아의 전성기 시절부터 서태지, H.O.T까지 모두 들었다”고 말했지만 최근의 후배 아티스트는 끝내 꼽지 못했다.

후배들의 음악에 대해 김추자는 “천편일률적인 음악이라 귀를 확 감는 노래를 듣지 못했다. 모두들 열심히 하는 것이겠으나 대부분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었다”며 “차별화된 음악은 없는 것 같더라. 다른 음악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짧은 지적이었지만 의미는 깊다. 최근 아이돌 음악계는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수년간 음원 차트를 호령했던 아이돌 음악은 최근 상위권 랭크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차트 멜론에 따르면 현재 차트 상위권은 신곡 ‘너를 너를 너를’을 발표한 플라이투더스카이를 비롯해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한 아이유, 그리고 재결합한 god의 ‘미운오리새끼’ 등이 차지하고 있다. 아이돌 음악 중에는 엑소의 ‘중독’ 정도가 안정적인 10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대중은 트렌디한 아이돌 음악 대신 이전 세대의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신진 아이돌 대신, 플라이 투 더 스카이, god 등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최근 유행했던 아이돌 댄스 음악의 몰개성화로 인한 반작용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자음에 지친 대중들이 아날로그 향수를 찾고 있다는 것. 지난해 크게 히트 했던 조용필의 ‘헬로’를 비롯해 이문세, 신승훈, 이승환 등 90년대 스타들의 활동이 주목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유가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이러한 점에서 영리하다. 아이유는 김창완, 조덕배, 이문세, 故 김현식 등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며 새롭게 해석했다. 아이돌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음원차트를 휩쓸었던 듀오 악동뮤지션과 에디킴 역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진화를 계속해온 아이돌 댄스 음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곡 작업이 몇몇의 인기 작곡가들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추자가 말한 “귀에 띄는 후배 음악이 없다”는 것은 벽에 부딪힌 K-POP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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