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개를 낳지 않는 법이다."

실제 부녀(父女)가 드라마로 들어갔다.

'소천후' 장나라와 '장파'(장나라의 아빠) 주호성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중국 드라마 에 함께 출연한다. 은 청나라 말기 청도를 배경으로 독일과 일본의 수탈에도 굴하지 않았던 중국인의 의지를 그린 드라마다. 주호성은 에서 중국의 독립을 막아서는 일본 총감 마츠노 역을 맡았다. 장나라는 마츠노의 딸 아키코로 아버지를 거역하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헌신적인 여인이다.

주호성은 지난 16일 오전 11시(중국 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한중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일본 군복을 입은 주호성은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장나라와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주호성은 "나라와 40여 일 만에 얼굴을 본다. 나는 촬영으로, 나라는 촬영으로 한동안 이산가족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호성은 한국에서 '장나라의 아버지'로 유명하다. 데뷔 40년 차가 넘은 베테랑 배우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장나라를 위해 시간을 쏟은 탓이다. 그런 그가 타국인 중국에서 주연급 배우로 캐스팅됐다. 주호성은 이날 1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당당하게 중국어로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장나라의 아버지'가 아닌 배우 주호성으로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장나라의 아버지로 불린다. 사실 나라가 데뷔한 후에도 꾸준히 무대에 섰지만, 딸 때문에 더 주목받는 상황이 껄끄러웠다. 무대에 자주 오르지 못했다. 그냥 연예인 가족이었다. 나라의 중국 활동을 조력하며 틈틈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 연극을 본 중국 평론가가 '역시 호랑이는 개를 낳지 않는다'는 평을 해 주었다. 정말 기뻤다. 내 연기를 보며 나라가 활동하고 연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나라가 더욱 힘차게 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주호성은 데뷔 후 처음으로 장나라와 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실제와 똑같은 부녀사이다. 주호성은 장나라와 연기 호흡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호성은 "아키코라는 캐릭터가 아름다워 장나라에게 추천했지만, 사실 딸과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즐거움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키코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다. 실제 사이좋은 부녀가 드라마에서는 앙숙이 됐다. 주호성은 "우리 부녀가 다른 사람에 비해 특출 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와 난 평소에 싸움도 많이 한다. 하지만 서로 언쟁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고 빨리 화해한다. 다른 상황이고, 갈등이지만 그 모습을 드라마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이 진행되는 야외 촬영지로 이동했다. 주호성은 '장나라의 첫 촬영이 시작된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그는 먼발치에서 딸이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버지, 연기 선배 등 다양한 표정이 읽혀졌다. 장나라가 첫 촬영을 끝내자 슬그머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말을 이었다.

"지난해 영화 때문에 힘든 일을 겪으면서 가족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전에는 서로의 고민을 잘 몰랐다면, 이제는 서로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됐다. 나는 나라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나라가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끝까지 좋은 연예인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내게도 해당하는 말이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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