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일부 사업을 철수하고 파트너 지원을 확대하는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땜질 처방’이라며 국정감사 소환과 플랫폼 규제를 예고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13~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논란이 발생한 사업을 철수하고 혁신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해 5년간 기금 300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최근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놓고 국회와 정치권의 집중 타깃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자료 누락 및 금산분리 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상생방안의 방향을 ‘IT혁신’과 ‘이용자 후생’으로 잡았다. 골목상권 논란 등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한다.

먼저 카카오T택시 서비스를 손본다. 배차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을 폐지하고,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프로멤버십’ 요금을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한다. 지역별로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를 구성, 전국 법인·개인 사업자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하며 시작한 대리운전 사업도 기존 20%였던 고정 수수료를 수요와 공급에 따라 0~20% 변동 수수료로 변경한다. 골목상권 침해 지적을 받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를 결정했다.

김 의장은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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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내놓은 상생방안에 대해 정치권 반응은 싸늘하다. 문제가 제기되고 나서야 일회성 면피책을 내놓았다는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등 플랫폼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플랫폼 경제 민주화’를 대선 3호 공약으로 발표하며 “삼성 공화국이 다시 카카오, 네이버 공화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플랫폼 기업들은 문어발 확장으로 독과점을 추구하고, 알고리즘을 앞세워 노동을 착취하는 신 재벌이 돼가고 있다”며 “적절한 환경규제가 있어야 기업들이 환경을 지키면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혁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예정인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 수수료 논란, 골목상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카카오는 미용실·영어교육·스크린골프·네일숍 등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매출이 낮은 꽃·간식·샐러드 배송 사업만 철수하기로 했다”며 “막강한 플랫폼을 이용한 독과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쏙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한 사업 확장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카카오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혁신을 이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점적 재벌들이 하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들어가야 하고 필요하면 강제적 조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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