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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가 제페토 무릉도원 월드에서 낚시를해 연어를 잡아봤다. 사진=제페토 캡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최근 잔잔한 호수 위, 나무로 만들어진 배 위에서 낚시하는 재미에 빠졌다. 전갱이, 멸치, 붕어, 연어 등 다양한 어류를 잡으며 낚시 도감을 하나씩 채워 나간다. 스쳐 지나가던 이들이 간간이 그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았는지 물어온다. 비법은 따로 없다. 그저 적당한 타이밍에 빠르고 정확한 속도로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했을 뿐.

기자가 낚시를 즐기는 곳은 바닷가도, 낚시터도 아닌 바로 ‘제페토(ZEPETO)’ 속 ‘무릉도원’ 월드다. 제페토는 네이버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대표의 제페토 맵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사진=제페토 캡쳐
◆ 기업·엔터·정치권 주목…왜 메타버스인가

기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달리 제페토 안에서는 사교, 놀이, 쇼핑은 물론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 행위까지 가능하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월드에서 팬들끼리 만나 멤버들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며 응원봉을 흔드는 문화생활도 할 수 있다. 아바타가 입는 의상을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돈을 번다. 일하고 놀고 소통하고. 현실에서 하는 일들을 반사해 메타버스에 비추는 ‘거울 세계(mirror world)’가 다가온 것이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1020세대가 즐기는 가상현실 플랫폼 영역을 벗어나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PC 게임인 포트나이트 속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에서 최초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제페토에서 ‘쏘나타N라인’을 시승할 수 있는 드라이빙 존을 마련했고,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와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입점해 아바타를 위한 의상과 가방을 판매했다.

국가기관과 정치계도 뛰어들었다. 서울시는 창업지원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 전시관인 ‘서울창업허브’를 제페토에 열었다. 이낙연, 박용진, 원희룡 등 대선후보들도 입성, 개인 월드를 차리면서 제페토는 차기 대선 유세 현장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 중 하나인 ‘로블록스’는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하고 있어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로 불리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뛰었다. 지난달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억5000만명, 일평균 접속자 수는 4000만명에 달한다.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멀티 페르소나’를 주요인으로 꼽는다.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내는데 익숙한 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나와 가장 닮은 부캐(부 캐릭터)를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활동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도 메타버스 인기에 한몫했다. 집단이 모이기 힘든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대안이라는 평도 나온다. 국내외 일부 대학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졸업식과 입학식을 진행했으며, DGB금융그룹은 제페토에서 임원 회의를 열기도 했다. 영상회의와의 차이점은 졸업식, 임원회의라는 상황에 맞는 공간을 가상에 꾸며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10월 “미래 20년은 공상과학(SF)과 다를 게 없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LG디스플레이가 새롭게 도입한 메타버스 신입사원 교육장면. 사진=LG디스플레이
◆ MZ세대 놀이터에서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이 오는 2025년 2800억달러(약 311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460억달러(약 51조원)와 비교했을 때 6배 이상 규모다.

현재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당장의 수익 창출이 아닌 MZ세대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주로 회사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실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가상세계 숍, 실제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무실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신입사원 교육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에 메타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 제페토에 속속 입점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가상세계 지점을 내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온라인 경영 콘서트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에서만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 공간을 디지털 트윈 형태로 구현해 메타버스에 동일하게 옮겨 가치를 창출해 사용할 수 있다”며 “이미 관광, 부동산 거래, 화재 진압, 보안 부문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 가상 부동산 게임은 전 세계 지도에서 보이는 땅을 사고팔고 있다. 해당 토지를 실제로 소유하는 것이 아님에도, 게임 출시 초기 10㎡ 당 110원(0.1달러)이었던 한국 지역 땅 가격은 현재 2만5000원(22.7달러)로 올랐다. 이는 메타버스 상에서 존재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실제 자산가치로 활용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증거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가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춰 기업들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쇼핑몰, 생산라인 강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현실 공간의 비즈니스 가치를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통해 더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타버스라는 말이 처음 등증한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크래시'. 사진=연합뉴스 제공
◆ 메타폐인·빅브라더…메타버스 역기능도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줄 메타버스에도 잠재된 문제점은 존재한다.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가상세계에서만 생활하려는 ‘메타폐인’이 양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소설 ‘스노크래시(1992년, 닐 스티븐슨 작)’ 속 주인공은 가상세계에서는 뛰어난 해커이지만 현실에선 피자 배달부다.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벌어지는 정보 격차와 세대 차이, 인간관계 단절 등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로블록스에 대해 미국 10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52%가 현실보다 로블록스 내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유튜브 보다 2.5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용완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기업은 이용자가 과몰입 폐해를 이해하고 서비스에서 제대로 된 실리적인 만족감을 추가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이드 등을 제시해 건강한 생태계 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정보격차 문제, 기술 오남용, 신종 범죄, 데이터 편향으로 발생하는 각종 차별, 윤리 및 보안, 플랫폼 기업의 빅 브라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메타버스로 인해 발생하게 될 변화의 폭과 깊이는 매우 클 것”이라며 “메타버스 구현과 활용을 위한 극복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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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7/19 09:00:18   수정시간 : 2021/07/19 09: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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