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배송 박스부터 무라벨 음료까지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유통업계가 환경보호를 주축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증한 택배·배달로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시스템이 업계 전반에 도입되고 있다.

(사진=마켓컬리 제공)
◆ ‘친환경 포장재’로 배송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를 도입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모든 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한 ‘올 페이퍼 챌린지(All Paper Challenge)’를 확장한 프로젝트다.

컬리 퍼플 박스는 냉장·냉동식품을 담을 수 있는 보냉 박스다. 신선식품을 자주 주문하는 이들의 재활용 고충을 줄일 수 있다. 박스는 가로 45cm, 세로 30cm, 높이 35cm에 약 47L 용량을 담을 수 있는 크기다. 상온 28℃ 기준으로 냉장 제품은 약 12시간 동안 10℃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켓컬리는 우선 주문 배송지가 샛별배송 지역이면서 화이트 등급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주문 후 문 앞에 컬리 퍼플 박스를 놓아두면 배송매니저가 주문한 냉장, 냉동 상품을 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보냉 박스를 소유하고 있다면 별도 신청을 통해 컬리 퍼플 박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GS샵은 상품 배송 시 과거 비닐과 부직포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포장 대신 컬러 잉크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박스, 종이 의류 커버 등 다양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올해 1분기 TV홈쇼핑 상품 친환경 포장재 적용률은 30%를 넘겼다. 이는 2021년 연간 친환경 포장재 적용률 목표인 20%를 1분기 만에 뛰어넘은 수치다. 냉장·냉동식품군만 살펴보면 1~3월 친환경 포장재 적용률은 무려 98%다.

냉장·냉동식품 배송을 위해 물을 담은 아이스팩도 직접 제작·공급한다. 분리배출이 편리한 단일 재질 비닐로 제작해 재활용도를 높였다.

(사진=농심 제공)
◆ ‘라벨’ 없애고 ‘녹색인증 패키지’ 더하고

식품업계 친환경 포장 움직임도 활발하다. 페트 분리배출 방해 요소였던 비닐 라벨을 완전히 제거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소재를 도입한 신제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농심은 연말까지 생수 제품인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 절반을 무라벨로 전환하기로 했다. 온라인 몰과 가정 배송에서 이미 무라벨 제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 이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동원F&B는 국내 최초 무라벨 차음료인 ‘에코보리’를 출시했다. 라벨을 없앴을 뿐 아니라 종합 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와 협력해 페트병 무게를 기존 자사 페트병 대비 약 25% 줄였다. 묶음 제품 역시 종이 박스만으로 포장해 비닐 사용을 절감했다.

롯데푸드는 빙과 및 가정간편식(HMR)에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먼저 아이스크림 제품 ‘빠삐코’는 정부에서 확인한 녹색 기술 적용 필름 포장재를 사용해 환경오염 물질인 유해 유기 용제 사용을 연 39톤가량 줄인다는 계획이다.

냉동 가정식 제품도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알미늄 및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협업해 패키지 가장 바깥층인 표면 인쇄 필름에 r-PET(재활용된 플라스틱)를 80% 적용했다.

상표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친환경 패키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다행히 긍정적이다. CU가 지난 2월 선보인 무라벨 PB생수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이 전년 대비 78.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3.8배 가량 높은 신장률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소비자들도 착한 소비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 제품을 고르는 기준도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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