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애니베어를 이용하면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증강현실(AR) 영상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 AR 제작은 영상을 찍은 후 편집 과정에서 캐릭터 등 그래픽을 삽입해 합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합성영상 1초짜리를 만드는데 15~30 프레임이 필요하다. 30초짜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선 최소 450~900장을 합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애니메이션이 합성된 짧은 영상을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 콘텐츠 제작 플랫폼을 개발한 애니펜은 사용자가 간단한 손짓이나 터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합성할 수 있는 ‘애니베어’를 선보였다. 애니베어는 스마트폰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AR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애니펜은 연세대 소프트웨어 응용연구소 연구원 출신 전재웅 대표와 장현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의기투합해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창업 8년만에 XR(확장현실)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재웅 대표를 만나 애니펜의 기술 개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재웅 애니펜 대표.
-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나

“애니펜은 애니메이션과 펜슬의 합성어다.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태블릿 공간에 스케치를 하면 3D로 바꿔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등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영상에 뽀로로·헬로키티 등 3D 캐릭터를 합성할 수 있다. 합성된 캐릭터들은 손가락 조작만으로 동선과 모션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애니펜의 원천기술인 오서링(Authoring·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가능하다.”

- 미리 제작된 캐릭터를 단순히 영상에 입히는 방식인가

“전혀 다르다. 미리 움직임이 있는 캐릭터를 제작해 실시간으로 합성한다면 영상이 어색해질 수 있다. 예컨대 산을 올라가는 영상을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올라가는 동안 돌맹이가 떨어질 수도 있고, 가다가 엎어질 수도 있다. 또 높이에 따라 1미터에서 떨어져 착지하는 모습과 5미터에서 착지하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미리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환경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없다.

애니베어는 사람의 몸을 인식하고 따라가면서 현장을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마치 포스트 프로덕션(영상편집 과정)에서 제작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사용자는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어느 쪽으로 움직이게 할 지 손가락으로 터치하기만 하면 된다.”

애니베어 앱으로 제작된 영상 캡쳐.
- 영상 합성에선 주변 사물뿐 아니라 그림자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도 해결할 수 있나

“애니베어는 현장에 있는 모든 부분을 인지한다. 빛의 양 등 조명을 인식해 그림자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AI가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학습했기 때문에 캐릭터의 행동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른 날씨, 조명 등을 모두 인식하고 거기에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 기존 영상합성과 비교하면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유리할 것 같은데..활용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짧은 합성 영상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흔히 알고 있는 만화 제작 과정처럼 영상 합성 또한 프레임마다 미세한 움직임을 변화시켜 제작해야 한다. 시간과 노동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영상 합성 제작을 맡기면 아무리 짧게 제작해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 기술은 실시간이기 때문에 별도의 제작 시간이나 비용이 필요없어 개인도 쉽게 작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세계 최초로 AR웹드라마 ‘내 손안의 뽀로로’를 선보였다. 기존 제작사에서 이런 웹드라마를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우린 10분짜리 총 10편을 제작하는데 1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이 드라마는 유튜브 누적 6000만뷰에 다가가고 있다.”

세계최초 AR웹드라마 ‘내 손안의 뽀로로’
- 애니베어는 수많은 캐릭터와 협업하고 있다. 향후 캐릭터 사업에 진출할 의향은 없나

“아직 계획은 없지만 향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현재는 헬로키티나 텔레토비, 스누피, 뽀로로, 뿌까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캐릭터를 잘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우리 기술은 이들 캐틱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 생각한다.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만큼 SNS 등 확장성에 대한 생명력을 의미한다.”

-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했는데 캐릭터 저작권에 문제는 없나

“애니배어의 경우 15초 이내 상업적 용도가 아닌 숏필름 제작에 있어서는 저작권 문제가 없다. 플레이 타임이 길다거나 상업적 기능이 있다면 캐릭터 IP(지적재산권)사와 수익 쉐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 애니펜의 또다른 무기가 있다면

“애니베어가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합성하는 만큼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해 사람을 캐릭터로 합성할 수 있다. 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나를 캐릭터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키오스크를 통해 선보인 사람 인식 시스템의 경우 카메라를 통해 움직임을 분석한 후 캐릭터가 사람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따라 할 수 있다.”

미니특공대 월드.
- 앞으로 계획은

“올해는 게임 분야 진출에 힘을 쓸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미니특공대 월드’가 한국과 동남아에서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게임에 대한 확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게임은 자신의 아바타를 다양한 아이템으로 꾸미고 광장에서 전 세계 다른 사용자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다.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본다. 현재 아바타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 2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게임의 성공과 함께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

* 메타버스: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이용자는 본인을 대신하는 아바타 등을 활용해 가상 세계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기존의 단순 가상현실 개념보다 한 단계 진보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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