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가 모나미와 협업해 출시한 매직 스파클링 2종(왼쪽), CU가 말표 구두약과 협업한 초콜릿 상품. (사진=각사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펀슈머’ 제품들이 선을 넘었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먹어서는 안 되는 화학제품 브랜드를 식품 패키지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GS25는 문구 기업 모나미와 손잡고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킬링’ 음료 2종을 선보였다. 제품은 모나미 대표 문구류 상품인 ‘모나미 매직’ 외형 특징을 살린 펀슈머 제품이다.

제품은 블랙과 레드로 구성됐다. 검은색, 빨간색 내용물로 음료를 각각 구성해 매직잉크 색상으로 표현, 마치 대형 모나미 매직이 출시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편의점 CU가 출시한 ‘말표 구두약’ 컬래버 상품도 펀슈머 제품이다. 구두약을 모티브로 만든 패키지에 초콜릿과 쿠키 등을 세트로 담았다. ‘대왕 말표 구두약팩’과 ‘말표 초코빈’은 실제 구두약 틴 케이스에 담겼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시멘트 회사인 천마표와 손잡고 ‘천마표 시멘트 팝콘’을 선보인 바 있다. 천마표 시멘트 포대 디자인을 상품 패키지에 그대로 활용한 레트로 콘셉트 상품이다. 문구사 아모스 딱풀과 유사한 ‘딱붙캔디’도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들은 쇼핑할 때 재미를 따지는 소비자인 이른바 펀슈머(Fun+Consumer)를 겨냥한 이색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펀슈머는 자신의 소비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며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에 해당 제품을 출시한 회사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이색 협업 상품으로 시장에 신선한 방향을 일으킬 것”,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즐거움과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제품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도를 넘은 기획 상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섭취 불가능한 상품을 식품으로 구현한 만큼 판단력이 낮은 영유아가 실제 매직이나 구두약, 딱풀을 식품으로 오인·혼동해 섭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유아나 어린이, 노인이 착각할 수 있다”, “먹어서는 안 되는 화학약품 첨가 브랜드를 식품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나?”, “과열 경쟁으로 협업을 남발하고 있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소비자원 제공)
소비자들의 이 같은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화장품과 생활화학제품, 전자담배 73개 제품 중 86.3%가 식품이나 장난감 모양으로 만들어져 어린이 사고 위험이 제기됐다.

이들 제품은 사탕 모양 입욕제, 음료수 모양 방향제, 바나나 모양 전자담배, 치킨 모양 비누, 마카롱 모양 향초 등이었다. 해당 조사에서 생활화학제품 및 화장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 중 ‘삼킴’이 82.1%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 등은 식품, 장난감을 모방한 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국내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펀슈머 제품들은 식품이 아닌 제품 디자인을 차용해 만든 것을 말하는데 이에 관해 금지하는 규제는 명확하게 없다”면서도 “오인·혼동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규제가 개선·보안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와 자문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제도를 개선·보안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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