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16.5도로 낮춰
맥주업계는 '논알콜' 열풍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혼자서 마시는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과음을 지양하는 음주문화까지 더해지며 시중에 판매되는 주류의 도수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롯데칠성음료의 ‘부드러운 처음처럼’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 소주 점점 더 순해진다…16.9도 벽 깨져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부드러운 처음처럼’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춰 새로 출시했다. 저도수 음용 트렌드에 맞춰 제품 특징인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라벨 디자인도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모티브로 변경했으며, 반짝이는 은박을 사용해 음영을 강조했다. 서체는 기존 그대로 사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2006년 첫 출시 당시 처음처럼 도수는 20도였다. 이후 2007년 19.5도로 낮췄다가 2012년 19도, 2014년 17.5도, 2018년 17도, 2019년 16.9도로 점점 순해졌다.

이는 처음처럼 뿐 아니라 소주 업계가 모두 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주는 1960년대 35도였으나 90년대 들어서 25도, 2006년부터 20도로 내려왔다. 2010년 이후 20도에서 서서히 낮아져 지난해 16.9도로 통일됐으나, 처음처럼이 다시 그 벽을 허물었다.

현재 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이즈백’, 무학 ‘좋은데이’는 16.9도다. 하이트진로 매실주 브랜드인 ‘매화수’는 지난해 9월부터 기존 14도에서 12도로 도수를 낮췄다. 이들 브랜드 모두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도수와 디자인을 새 단장했다”며 “이번 리뉴얼을 시작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한 캠페인을 펼치고 ‘부드러운 소주 트렌드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블루가 수입하는 맥주 칼스버그는 최근 무알코올맥주 ‘칼스버그 0.0(왼쪽)’을 출시했다. 오비맥주도 무알코올 맥주 ‘카스 0.0’을 선보였다. (사진=골든블루, 오비맥주 제공)
◆ 무알코올로 승부하는 맥주업계

맥주는 아예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무알코올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무알코올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19년도에는 약 130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17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100억원이었던 무알코올음료 시장 규모는 2019년, 150억원에 도달했다. 무알코올음료는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음료를 말한다.

골든블루가 수입하는 맥주 칼스버그는 최근 ‘칼스버그 0.0(330ml)’을 출시했다. 덴마크 왕실 공식 맥주인 ‘칼스버그 필스너’ 원재료와 제조 공정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최종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만들었다.

무알코올맥주는 대체로 일반 맥주 대비 칼로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 맥주는 330ml당 약 120~130kcal지만, 칼스버그 0.0’은 지방과 콜레스트롤이 함유되지 않아 330ml에 총 46.2kcal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출시한 ‘카스 0.0’ 역시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스마트 분리공법’을 통해 알코올만 추출한 음료다. 이 제품 역시 330ml는 90kcal, 355ml는 95kcal로 비교적 열량이 낮다.

카스 0.0은 지난해 11월 26일 쿠팡에 입점한 이후 판매 시작 7일 만에 초도물량 5282박스 완판을 기록했다. 맥주 맛은 즐기고 싶지만 알코올 음용이 부담스럽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알코올 맥주는 식품유형이 주류로 구분되지 않아 통신 판매가 가능하다”며 “주류 애호가뿐 아니라 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는 소비자 등 보다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술 소비 부추기고 우회적 가격 인상” 의견도

한편, 저도수 주류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저도주가 술 소비를 부추긴다는 의견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또 도수가 내려가면 그만큼 주정 값을 아낄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이익이 출고가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하리, 자몽에이슬 등 순한 과일맛 소주가 쏟아졌던 2015년 당시 한국소비자연맹이 27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중 약 40%가 ‘중저도수 소주를 마시면서 음주량이 늘었다’고 답한 바 있다.

또 저도수 소주 때문에 ‘술값 지출이 늘었다(14.1%)’, ‘숙취로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12.2%)’, ‘음주시간이 길어졌다(8.2%)’, ‘술자리가 많아졌다(5.9%)’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소비자연맹은 “소주가 순해지면서 음주량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저도수 소주 유행으로 소비자 술값 부담도 확실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저도수를 제조하며 발생한 이익이 출고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소주에는 주원료로 주정이 들어가는데 도수가 낮을수록 주정 사용이 줄어들어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소주 제품 도수를 낮추면서 가격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는 경우가 있어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질타를 받아왔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번 처음처럼 리뉴얼을 통한 가격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주 가격에는 주정뿐 아니라 제조 판매 과정에서 다른 요인이 함께 책정된다”며 “이번 리뉴얼은 패키지 라벨 변경과 관련된 비용, 인건비나 물류비 상승분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도수가 낮아지면 주정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조정돼야 한다는 원가분석을 한 적이 있다”며 “이번 (처음처럼) 역시 우회적 가격 인상으로 보고 있다. 소주 뿐 아니라 식품 쪽 가격 인상이 많아져 전반적으로 모니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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