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남궁휘 기자] 윤소희 작가는 지난해 4월 목포신항에 다녀오며 느낀 세월호 6주기에 대한 소회를 신문 칼럼으로 썼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고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세월호의 아픔을 달랑 칼럼 한편으로 적어내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일이었다.

칼럼을 마중물 삼아 도서출판 '답게'를 통해 내놓은 청소년소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어'는 작가로서 허락된 책임감의 최대치가 통째로 바탕에 깔렸다.

작가는 단원고 희생자의 나이인 18살 청소년들이 세월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그 이야기를 지금의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세월호에 대한 소설이기도, 어쩌면 아니기도 하다. 세월호를 소재로만 썼다기엔 전체 비중을 세월호가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월호에 대해 말한다기엔 가상 인물인 진서와 석현이의 비중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세월호 희생자나 유가족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감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소설 속 두 친구는 목포에 살면서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2014년 4월 16일에 감전사고로 동시에 아빠를 잃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진서와 석현이는 같은 사고로 아빠를 잃은 둘도 없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고통에 빠져 멀어진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진서와 석현이는 세월호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눈뜨게 된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목포에 살면서도 세월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고, 이미 어린 시절에 지나가버린 과거의 뉴스에 불과하지만 세월호의 현재를 탐색하며 연대한다.

소설은 청소년들이 각자의 고민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그와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며 사회적 자아로 발전시키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관찰하며 들여다본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어 시작한 이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게 됐다. 소설 속 진서와 석현이는 먼 타인의 고통에 불과했던 세월호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지 탐색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다는 다정한 믿음으로 손을 내밀게 된다”고 밝혔다.

윤소희 작가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고, 2005년 단편동화 ‘연고를 발라줄 수 있다면’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하며 동화쓰기를 시작했다. ‘붉은 보자기’, ‘슈퍼히어로보다 재미있는 우리 신 이야기’, ‘편견’, ‘아람이의 비밀’, ‘새미와 쌀깨비’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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