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한국 남궁휘 기자]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를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14일간 진행한다.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주최하고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이 주관하는 퇴계 이황(1501~1570)의 마지막 귀향 450년을 기념하는 걷기 재현 행사는 지난 2019년 4월 처음 시작됐다.

퇴계선생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가르침을 얻고자 마련된 일회성 행사였지만 당시 참가자들이 매년 개최를 희망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행사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중단됐다.

올해는 시의에 맞게 추진됐다. 옛 일정을 참고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경북 안동 도산서당까지 퇴계선생의 귀향 날짜(음력 3월 4일~17일)와 노정에 맞춰 걷게 되며 귀향길 약 270km(충주댐 수몰 지역 30km는 선박 이용)를 13박 14일간 이동한다.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경복궁을 나선 452년 전의 퇴계선생과 같이 재현단은 4월 15일(음력 3월 4일) 오후 2시 경복궁 사정전 앞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재현단과 일반인이 매일 30~50명씩 함께 걸었던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주년 재현 행사’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 하루 재현단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다

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걷기 노정 지도. 사진 =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제공
출발 전 재현단을 이끄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의 인사말,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과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퇴계선생이 작사한 ‘도산십이곡’을 함께 부른다.

경복궁 광화문을 나선 재현단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4인이 걸어가며 의미를 새기기 위한 작은 행사도 예정돼있다. 퇴계선생이 밤을 지냈던 서울 강남구 봉은사 내 보우당에서 한국고전번역원 이상하 교수가 ‘퇴계와 불교’, 한국국학진흥원 임노직 박사가 ‘사명대사와 안동선비’에 대해 강의한다. 이 강연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재현단은 퇴계선생이 머물렀거나 지인들과 시를 주고받은 곳에서 시를 창수(唱酬)하거나 소규모 즉석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23일에는 청풍문화재단지 내 한벽루에서 퇴계선생의 시 현판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28일 재현단이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면 상덕사에서 퇴계선생에게 고유하고 도산서당에서 마무리 좌담회를 가지며 행사는 마무리된다.

특히 올해는 지난 행사에 참여한 인문학 전공자 13명이 이 길을 권유하고자 퇴계의 귀향길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을 펴냈고 재현단으로 참여해 날마다 교대로 걸어간다. 각자 집필한 구간을 걸으며 퇴계선생의 자취와 시 등을 설명하고 답사기에서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의미를 되새긴다. 모든 행사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유튜브 채널(영상명: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서적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 사진 =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제공
퇴계선생 귀향길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 외에도 남한강 구간의 풍광이나 각 지역의 역사 유적과 문화유산을 느끼며 활력, 힐링, 인성의 함양, 인문 역사 공부까지 자연히 따라온다. 머지않아 자연과 인문을 아우르는 새로운 걷기 문화의 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현단이 걷는 귀향길은 퇴계선생의 생애 마지막 귀향길이다. 퇴계선생은 선조 2년인 1568년 7월, 68세의 나이로 17세 선조의 부름을 받아 조정에 나갔다. 이후 퇴계선생은 경연에서 성심을 다해 소년 임금을 보좌했다. 같은 해 12월 ‘성학십도’를 임금에게 올리고 고향 예안(지금의 안동)에 돌아가 삶의 마무리를 준비했다.

임금과 조정의 만류에도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린 퇴계선생은 1569년 3월 4일, 임금에게 일시적인 귀향을 허락을 받았다. 귀향 1년 9개월(1570년 12월 8일)만에 죽음을 맞이한 퇴계선생의 생애 마지막 귀향길인 것이다.

소식을 들은 홍섬, 박순, 기대승, 윤두수, 김귀영, 김성일, 이순인과 같은 명사들은 한강 두뭇개나루(지금의 동호대교 북단)로 나와 배 위에서 송별시로 아쉬움과 존경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답사책을 발간한 ‘도산서원참공부모임’은 지난 2015년 퇴계선생의 정신을 공부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조직됐다. 퇴계학 전문가를 비롯한 문사철 분야의 학자들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퇴계 선생이 남긴 글을 강독하며 그 정신의 실체를 연구 실천한다.

2018년에는 ‘마음에 새긴 선현의 가르침, 잠명제훈(箴銘諸訓)’을 펴냈고 ‘퇴계선생언행록’을 공부하고 있다. 특히 2019년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을 발굴해 재현 걷기 행사에 참여했고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인문답사기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를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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