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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포스트시즌 방식 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KBO가 최근 거론되고 있는 6강 플레이오프를 도입할 경우, KBO리그의 공정성이 다시 한번 흔들릴 전망이다.

KBO는 지난 25일 2022년 제 1차 이사회를 열고 팬 서비스 확대와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통해 KBO리그만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 추진 방향을 심의·의결 했다.

먼저 KBO 이사회는 팬들의 관심이 높은 포스트시즌의 참가 팀 확대, 경기운영 방식 변화 등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이르면 2022시즌부터 적용을 준비하기로 했다.

현재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최대 2경기), 준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의 계단식 토너먼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정규리그 1위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이하 순위에 따라 5위까지 가을야구를 펼치는 형태다.

하지만 KBO는 포스트시즌 참가팀을 늘려 더욱 흥미진진한 가을야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력한 방식은 '병렬식' 6강 토너먼트 제도다.

먼저 정규시즌 1~2위팀이 플레이오프에 직행을 하고, 3위와 6위, 4위와 5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벌여 이들 승자간의 맞대결로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리게 되는 방식이다. 현재 프로농구(KBL)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하위권팀들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늘어난다. 이 점은 해당팀들의 팬들이 리그에 대한 관심도를 유지시킬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는 곧 KBO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1시즌 통합우승팀 kt wiz. ⓒ스포츠코리아
하지만 KBO리그의 공정성은 추락하게 된다. 지금의 계단식 토너먼트 제도는 정규리그 1위팀이 한국시리즈를 직행함으로서, 정규시즌 우승에 대한 보상을 누릴 수 있다.

2위팀부터 5위팀까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부여받는 보상 또한 공정하다. 2위와 3위는 각각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는다. 4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먼저 챙긴다. 5위는 6위와 다르게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권을 따낸다. 팀이 한 해동안 일궈낸 성적에 따라 차등으로 정당한 보상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병렬식 6강 플레이오프로 바뀌게 되면, 1위팀과 2위팀은 똑같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1위를 해봤자, 기분만 좋을 뿐이고 정규시즌 우승으로 샴페인만 터뜨릴 뿐이다. 1위팀과 2위팀의 보상은 똑같다.

3위팀부터 6위팀까지에 보상도 다를 바 없다. 3위팀과 4위팀이 5위팀과 6위팀보다 홈경기를 더 많이 치르겠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실은 똑같다.

자연스럽게 병렬식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 1위팀의 우승 확률은 낮아진다.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으며 떨어진 체력으로 1위팀을 업셋하기 힘든 구조가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라면, 최근 꿈꾸고 있는 병렬식 6강 플레이오프는 6위팀도 1위팀보다 고작 준플레이오프 관문 하나만 더 치를 뿐이다. 6위팀도 분위기만 타면 우승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2021시즌 정규리그 6위팀 SSG 랜더스. ⓒ스포츠코리아
실제로 병렬식 6강 플레이오프를 실행 중인 KBL은 정규리그 1위팀의 우승 확률이 50%(총 24회 중 12회)에 불과하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3위팀의 우승도 5번이나 된다. 20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팀 안양 KGC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1위에 대한 메리트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2021시즌 KBO리그 통합우승팀인 kt wiz와 정규리그 2위팀 삼성은 2021시즌 정규리그 144경기를 모두 치르고도 승률이 같아 번외로 1위결정전을 치렀다. 당시 KT와 삼성은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 원태인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병렬식 6강 플레이오프가 치러진다면 또다시 1위 결정전이 펼쳐졌을 때,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1위 싸움을 놓고 굳이 에이스를 투입시킬 이유가 없다. 오히려 힘을 비축해 미리 플레이오프에 대비할 수 있다. 1위를 굳이 할 필요없는 기가막힌 리그가 되는 셈이다.

자신이 흘린 성과만큼 정확히 보상받는 것이 공정성이다. 6강 플레이오프 제도 도입은 당장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1위와 2위에 보상이, 3위와 6위에 혜택이 같다면 아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하지 않은 스포츠는 결국 잠깐의 관심을 뒤로하고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을 때, KBO는 리그를 중단시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9시즌 한화 이글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됐을 때, 한화는 한동안 2군 자원을 1군으로 콜업하지 못한 채 시즌을 치렀다. 팬들은 이런 점을 들어 2020시즌 리그 중단이 불공평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KBO리그의 위기도 공정성이 훼손되면서 가속화된 현상이다.

그런데, KBO가 또다시 공정성을 훼손시키려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흥행을 꿈꾸려면 플레이오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KBO리그의 공정성을 회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6강 플레이오프를 도입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상위팀들에게 이점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K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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