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전 LG 트윈스 구단주.
1994년 2월 중순이다. 필자는 그때 스포츠조선 야구부 차장으로 프로야구를 취재하며 LG 트윈스를 출입했다. 당시만 해도 야구부에 16명의 기자가 있었으며 인기 구단인 LG 트윈스, OB베어스, 삼성 라이온스, 해태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는 2명의 기자(1,2진)가 담당했다.

LG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취재차 출장길에 올랐다. 오키나와행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비즈니스석에 그룹 부회장이던 고(故) 구본무 LG 구단주(1945~2018)가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오키나와행 비행기는 50~60명이 타는 중소형이라 1등석이 없어 구 구단주께서 이코노미석과 가까운 비즈니스석에 자리한 거다. 비행시간 1시간 20분 동안 옆자리에 앉아 LG뿐 아니라 프로야구 발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필자가 왜 고인을 특별히 회상하는가 하면, 이제 야구단 해외 전지훈련을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열정적인 구단주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2023년 스프링캠프 때 정용진 SSG 구단주는 방문할 가능성이 높지만).

LG는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태평양 돌핀스를 4전 전승으로 꺾고 창단 4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구 구단주의 열성어린 지원이 한몫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구 구단주가 살아계신다면 두가지 아쉬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구단주 총회(총회)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KBO 규약 제4장 16조에 따르면 총회는 회원자격의 취득-변경-정지및 제명, 총재의 선출과 해임, 이 법인의 해산, 기타 중요한 사항을 의결한다고 돼 있다. 그야말로 최고 권한이 주어져 있다.

그런데, 총회는 2015년 5월이후 구단주(대행 포함)들이 직접 참석하는 대면(對面) 회의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 정기총회는 매년 열리게 돼 있으나 지난 6년 7개월 동안 서면(書面) 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두차례의 총재 선임, SSG의 신규 회원 가입 등 주요 의제를 구단주들이 모두 서면으로 승인했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 사태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구본무 전 회장이 구단주로 재직하셨다면 그의 요구로 2016~2019년에 한번쯤은 대면 총회가 열렸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총회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 어느 구단주보다 열심히 프로야구 현안을 챙긴 열정을 생각하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2023시즌부터 프로야구에 샐러리캡(연봉 상한제)이 도입된다. 그 기준점은 2022시즌을 앞둔 각 구단 선수들의 연봉 계약이다. 연봉 액수가 늘어나면 선수들은 좋지만 구단 재정은 어렵게 된다. 특히 요즘같은 ‘코로나 불경기’ 시대에는.

올해, 특히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은 그야말로 ‘광풍(狂風)’이다. 지난 24일 KIA 양현종(4년 최대 103억원) 등 3명이 한꺼번에 사인함으로써 이번달 FA 총액은 877억원으로 사상 최다였던 2016년 766억 2천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SSG의 비FA 계약자 3명의 합계 180억원을 더하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건 자본주의 논리로서 당연하다. 그렇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마냥 반길 일도 아니다. 먼저 ‘외야수 과대 평가’다. 6년 최대 150억원을 받고 KIA로 간 나성범 등 외야수 7명이 총 664억원을 기록했다.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 “형편없는 토종 투수들 덕분에 외야수들이 대박을 터뜨린 건 각팀 선수 평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부분은 뼈아프다.

지난 26일 현재 FA 대박을 이끈 팀은 두산, LG, KIA, NC, SSG 등 5개팀이다. KT, 삼성, 키움, 롯데, 한화는 FA 잔류및 영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한화는 포수 최재훈과 5년 54억, 삼성은 투수 백정현과 4년 38억 단 1건씩 성사). 어떻게 보면 내년 시즌 5강, 5약은 거의 가려진 셈이니 이런 재미없는 레이스에 팬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

만약 시즌 초반부터 실제로 ‘5강 5약 레이스’가 펼쳐진다면 내년 흥행은 보나마나다. FA 계약을 앞두고, 구단주 참석은 힘들지만 구단주 대행들이라도 모여 샐러리캡 실시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으면 ‘동반 성장’을 이루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 구본무 회장의 두번째 아쉬움은 LG의 27년째 ‘우승 불발’이다. LG는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4위-4위-3위)을 이뤄냈지만 한국시리즈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LG 그룹 회장인 구광모 구단주는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구광모 구단주의 초등학교 동기들이 들려주는 말이다. 친부(親父)인 구본능 전 KBO 총재 등 집안 분위기도 한몫한다.

다만 세계적인 불경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그룹 업무에 집중하느라 야구장을 찾지 못했다. 이런 사이 LG 구단은 1년전 감독이 교체된 데 이어 최근 대표이사까지 바뀌어 사실상 ‘단장 전담 체제’로 변경된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취임 당시 “3년내 우승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단장이 재신임을 받아 선수단 전력 강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탄탄한 외야진 3명이 확보돼 있음에도 삼성 중견수 박해민(4년, 60억원)을 영입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이 뛰어난 외야수(혹은 1루수) 스카웃을 계획하고 있다 하니 어딘가 박자가 맞지 않다.

하여간, 구본무 회장이 생존해 계신다면 프로야구 중장기 발전을 이끌어 갈 구단주총회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LG 또한 열성 팬들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이 일찍 달성되지 않았을까.

*지난 12일 인천 모 고교 야구부 A감독이 공금 8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A감독은 전임 감독이 비리 혐의로 퇴진하자 2014년부터 해당 학교 야구부를 지도해왔다.

또 지난 25일 한국대학야구연맹 집행부가 공금을 유용해 연맹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1일 B연맹 회장의 회계부정 의혹 신고 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DYC 대표이사이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인 이종훈씨가 최근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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