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BO MVP를 수상한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왼쪽)와 신인왕을 차지한 이의리(KIA 타이거즈).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아리엘 미란다가 가져간 리그 최우수 선수(MVP) 영예 보다 뜨거웠던 신인왕 경쟁의 승자는 KIA 타이거즈 이의리(19)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두베홀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퓨처스리그와 KBO리그 각 투수 및 타자 부문별 시상과 KBO 심판상 시상 그리고 KBO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 발표 및 시상이 진행됐다.

각종 타이틀 수상자는 시즌이 끝난 순간 정해져 있었다. 수많은 미디어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바로 MVP와 신인상 타이틀을 어떤 선수가 가져갈 것인지였다.

각 수상자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취재 기자 115명의 투표로 정해졌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 간 투표가 진행됐다. MVP의 경우 1위부터 5위(1위 8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까지, 신인상은 1위부터 3위(1위 5점, 2위 3점, 3위 1점)까지 투표인단 자율로 순위를 정해 투표했다. 개인별 득표 점수를 합산해 최고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MVP와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석하지 못한 미란다를 대신해 대리수상하는 두산 베어스 배영수 코치. ⓒ연합뉴스
영예의 MVP로 선정된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의 ‘외인 에이스’ 미란다(32)였다. 미란다는 투표 합계 588점(1위 59표, 2위 19표, 3위 8표, 4위 6표, 5위 4표)으로 2위 이정후(329점·키움), 3위 강백호(320점·KT), 4위 오승환(247점·삼성), 5위 최정(104점·SSG) 등을 가뿐히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미란다는 올시즌 28경기서 173.2이닝 동안 14승 5패 225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33(1위)을 기록했다. 다승왕에는 실패했지만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획득하며 3관왕에 가까운 멋진 활약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미란다는 고인이 된 최동원(롯데 자이언츠)이 1984년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3개)을 37년 만에 뛰어넘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984년의 최동원이 그랬듯 미란다도 똑같이 MVP를 손에 넣게 됐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미란다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상소감을 전했다. 미란다는 “KBO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라고 기쁨을 들어내며 “한 시즌이 긴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2021시즌을 돌아봤다.

두산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MVP를 배출했다. 박철순(1982년), 김상호(1995년), 우즈(1998년), 리오스(2007년), 니퍼트(2016년), 김재환(2018년), 린드블럼(2019년)에 이은 역대 8번째 MVP다.

신인왕을 수상한 이의리(KIA). ⓒ연합뉴스
한편 신인왕은 KIA ‘좌완 루키’ 이의리에게 돌아갔다. 이의리는 1위 61표, 2위 37표, 3위 1표를 받아 총점 417점으로 후반기 대항마로 떠오른 최준용(20·롯데)을 49점 차로 제쳤다. 최준용은 1위 42표, 2위 50표, 3위 8표로 총점 368점을 받았다. 당초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대로 49점차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이의리는 시즌 시작 후 일찌감치 신인왕 레이스에서 앞서갔다. 전반기 14경기에서 71.2이닝을 소화하며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9월부터 찾아온 두 차례의 부상으로 후반기 5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의리는 최종성적 19경기 94.2이닝 4승 5패 93탈삼진 평균자책점 3.61로 시즌을 마감했다.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후반기에 대항마로 떠오른 최준용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이의리가 데뷔시즌부터 선발투수로서 로테이션을 지키며 각종 스탯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 국제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며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좌완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표심을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신인상을 탄 이의리는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수상소감 운을 뗐다. 이어 이의리는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롯데 (최)준용이형에게도 멋있었다고 인사하고 싶다”라며 경쟁자를 향한 존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소속팀에도 이번 이의리의 신인왕 소식은 매우 반갑다. KIA는 1985년 이순철 이후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하며 36년 묵은 갈증을 해소했다. 투수로서는 이의리가 처음인 셈. 이의리는 이에 대해 “(이순철 위원에게) 데뷔 첫 승 할 때 기록을 깨드리겠다고 했는데 그게 실현돼 정말 좋다”라며 웃음지었다.

신인왕 및 MVP 시상식을 마친 2021시즌 프로야구는 이제 골든글러브 시상식만을 남겨두고 있다. 골든글러브 후보 선수 발표와 구체적인 시상식 일정은 추후 KBO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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